“오늘, 우리는 세 개의 혁신적인 제품을 공개합니다. 첫 번째는 와이드스크린에 터치기능을 갖춘 아이팟, 두 번재는 혁신적인 휴대전화입니다. 세 번째는 획기적인 인터넷 디바이스입니다. 이것들은 세 개의 독립된 기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의 기기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이렇게 부릅니다 ‘아이폰’. 애플은 오늘부로 휴대전화를 재창조할 것입니다"

스티븐 잡스 애플 창업주가 '아이폰'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지난 2007년 1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웨스트에서 열린 ‘맥월드 컨퍼런스’에서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바꿀 ‘마법상자’ 하나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아이폰’은 출시와 동시에 전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산업전반의 중심축을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혁명적인 제품’이 된다. 이는 국내 시장의 경우도 마찬지였다.

KT를 통해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애플의 '아이폰3GS' <사진=애플 홈페이지>

국내 시장에 ‘아이폰’이 도입된 것은 지난 2009년 10월 KT가 애플의 ‘아이폰3GS’를 출시하면서부터다.

당시, 국내 시장에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개발한 ‘옴니아2’가 먼저 출시돼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3GS’ 대비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성능과, 특히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지적받았다.

실제로 KT 단독으로 출시한 ‘아이폰3GS’는 국내 출시 10일 만에 누적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하며, 출시 한 달 누적 판매량 7만대를 돌파한 ‘옴니아2’를 제치는 등 국내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상당수 가입자들이 KT로 번호이동하는 등 가입자이탈현상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옴니아2’의 가격을 인하하는 방법으로 방어전략을 펼쳤지만 두 단말기의 하드웨어 성능차이와 앱 활용성을 극복하지 못해 ‘옴니아2’는 실패한 모델로 평가받게 된다.

SK텔레콤으로 출시된 '옴니아2' <사진제공=삼성전자>

‘옴니아2’의 실패는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특히 아이폰 출시 전까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삼성전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이에 삼성전자는 ‘옴니아2’에 탑재했던 윈도모바일 운영체제를 과감히 버리고 구글이 개발한 오픈플랫폼 기반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개발에 착수한다.

전문가들은 국내시장에 아이폰 출시로 그동안 이통사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돼왔던 모바일 생태계가 개방‧확대되고 해외 시장에 뒤쳐졌던 콘텐츠 및 무선데이터 서비스가 스마트폰을 통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진단했다.

‘쿡앤쇼’는 단말기 하나로 와이파이(WiFi) 등의 무선네트워크 서비스와 3G(WCDMA)를 동시에 제공하는 유무선결합서비스(FMC)로, 예컨대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음성통화는 3G로 지원하는 형태다 <사진제공=KT>

하지만 ‘아이폰’의 국내 도입은 쉽지 않았다.

당시 KT와 SK텔레콤이 애플의 ‘아이폰’을 국내에 출시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폰은 한국형 무선인터넷 기술인 '위피'를 적용해야하며, 애플처럼 해외에 서버를 둔 해외기업들은 ‘위치정보보호와 이용에 관한 법률(LBS)’ 적용대상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이석채 전 KT 회장은 위치정보사업자 및 위치기반서비스사업자로서 아이폰의 위치서비스를 자사의 서비스로 이용약관에 포함시키는 중재안을 내세우며 아이폰 출시를 과감히 밀어붙였고, 방통위는 위피제도를 폐지하고 관련법 적용을 탄력적으로 하기로 결정해 KT의 아이폰 출시를 허용했다.

이후 KT는 이동통신사업자인 KTF와 합병(2009년 6월)을 진행하며 기존의 인터넷 네트워크 회선, 무선 인터넷, 이동통신 서비스 등을 하나로 묶는 유‧무선 컨버전스 서비스(쿡앤쇼)를 제공한다는 전략을 과감히 밀어부쳤다. 동시에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다양한 앱을 출시할 수 있도록 ‘쇼앱스토어’를 구축하는 등 국내 앱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도 나섰다.

◇ SK텔레콤-삼성전자, ‘갤럭시S’로 반격의 신호탄
KT의 아이폰 도입 후, 국내 시장은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장개화를 맞는다. 아이폰은 예약판매 10일만에 1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스마트폰 열풍을 촉발하는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LG전자와 팬택도 본격적인 스마트폰 개발에 착수했다.

실제로 KT경제경영연구소가 지난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 도입 후 3년 만에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수는 ‘아이폰’을 출시한 2009년(81만명) 대비 37배(3088만명)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스마트폰’이 국내 통신시장의 주류가 된 것을 보여준다.

 

‘아이폰’의 출시여파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SK텔레콤 역시 스마트폰이 무선인터넷을 활용한 인터넷 검색이나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활용이 높은 만큼, 2009년 전국 1000여 곳에 불과했던 와이파이존을 2010년 1만여 곳으로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을 향한 본격적인 추격을 위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진에 복귀하며 직접 ‘갤럭시S(2010년 6월 출시)’ 개발을 전두지휘할 정도로 역량을 집결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존 ‘옴니아2’의 실패요인으로 지적됐던 앱 생태계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개방형 운영체제인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갤럭시S’에 탑재해 약 4만개의 다양한 앱을 선보이고, 하드웨어 성능 역시 당시 출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최고급으로 높이는 등 ‘아이폰’의 진정한 대항마로 ‘갤럭시S’를 내세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 <사진제공=삼성전자>

실제로 ‘갤럭시S’는 4인치 WVGA(800×480) 슈퍼아몰레드(SuperAMOLED) 디스플레이, 1GHz 싱글 프로세서, 512MB 램, 8/16GB 내장메모리, 500만 화소 카메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2.1 이클레어, 1500mAh 배터리 등을 탑재해 출시됐다. 이는 3.5인치 TFT HVGA(480×320) 디스플레이, 600MHz 싱클코어, 256MB 램, 8/16/32GB 내장메모리, 300만 화소 카메라, iOS 3.0, 1219mAh 배터리 등을 탑재한 ‘아이폰3GS’의 성능을 웃도는 수준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표> 삼성전자 '갤럭시S5'와 애플 '아이폰3GS' 성능비교

 

‘갤럭시S’는 아이폰 부재로 가입자이탈 등의 타격을 입은 SK텔레콤 단독모델로 출시됐는데, 출시 70일만에 누적판매량 100만대를 달성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내 반격에 성공한다. KT가 아이폰 출시 1년만(2010년 10월)에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한 것에 비하면 충격적이다. 이에 따라 KT도 ‘아이폰3GS’의 후속모델인 ‘아이폰4(2010년 10월 출시)’를 출시하며 아이폰에 집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K(2010년 10월 출시)’를 출시하기로 결정한다.

이후, SK텔레콤도 ‘아이폰4(2011년 3월 출시)’을 출시하면서 국내 아이폰 독점경쟁도 끝나게 된다.

◇LTE는 ‘LG’, LG유플러스-LG전자의 반격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 비해 스마트폰 대응이 늦었던 LG전자와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은 ‘아이폰’ 출시 이후 본격 개화를 맞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행보를 거듭한다. LG텔레콤은 이동통신3사 중 유일하게 IMT2000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해 기존 CDMA망을 업그레이드한 CDMA 2000 EV-DO Rev.A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WCDMA 통신서비스에 대항했으나 역부족이었다.

LG텔레콤에서 '아이폰'을 출시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크게 통신규격과 주파수 때문이다.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고 있는 GSM방식으로 '아이폰'을 제작했다. 당연히 CDMA를 채택한 이통사는 아이폰을 도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후 애플이 CDMA방식을 지원하는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전환점을 맞이한다. 정확하게는 미 이통사 버라이즌의 CDMA망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폰이었다. 다만, 통신규격은 같아졌을지 몰라도 이번에는 주파수가 발목을 잡았다. 당시 아이폰은 800MHz와 1.9GHz 주파수 대역의 CDMA를 지원했는데, 안타깝게도 LG텔레콤은 1.8GHz 주파수 대역에서 CDMA를 운영 중이었다.

결국 LG텔레콤이 아이폰을 내놓기 위해서는 애플이 별도 모델을 또 다시 제작해야 하는데, 버라이즌의 경우도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LG텔레콤의 모회사격인 LG전자 역시 자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옵티머스원’을 비롯해 ‘옵티머스Q’, ‘옵티머스Z’ 등 다양한 스마트폰을 공급했지만 ‘갤럭시S’ 대비 최적화 문제와 사후 운영체제 업데이트 지연 등의 문제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비해 팬택은 특유의 디자인과 편의성을 고려한 사용자경험(UX)을 앞세운 ‘시리우스’, ‘이자르’, ‘베가’ 등의 스마트폰을 출시해 시장의 호평을 받으며 삼성전자에 이은 국내 2위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LG전자의 '옵티머스원' <사진제공=LG전자>

이에 LG그룹은 2010년 1월 LG계열 통신 3사인 텔레콤(이동통신)과 데이콤(시외, 국제전화, 기업용 전용선), 파워콤(유선통신망)을 합병한 LG유플러스를 출범하며 유무선의 올아이피와 100Mbps 네트워크서비스가 가능한 와이파이 네트워크 ACN(AP Centric Network), LTE 서비스 등 다양한 IT기기를 연결하는 고객융합 서비스 ‘U컨버전스’를 새로운 전략으로 내세운다.

이는 차기 4세대 통신네트워크서비스인 ‘LTE’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LTE 서비스는 기존 3G 대비 최대 5배 빠른 전송속도를 지원한다.

이론상으로는 1분에 4MB 음악파일 138곡, 5MB 전자책 110권, 90MB짜리 HD게임 6개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속도로 기존 3G 스마트폰 대비 고화질 동영상 스트리밍을 비롯해 온라인 게임, 고화질 영상통화 등 스마트폰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활용도가 더욱 넓어지게 된다.

LG유플러스의 LTE 광고. "LTE는 LG유플러스가 진리"라는 마케팅 표어를 내걸어 LTE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LG유플러스 광고 캡처>

이어 2012년 LG유플러스와 LG전자에게도 봄은 찾아온다. 이는 LG유플러스가 세계최초로 LTE전국망 구축에 성공하면서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LTE 전국망 상용화가 가능하게 된 것.

때맞춰 LG전자는 첫 LTE 스마트폰인 ‘옵티머스LTE’를 LG유플러스 단독모델로 출시하게 되는데, ‘옵티머스LTE(2011월 10월 출시)’는 LG전자가 국내 출시한 스마트폰 가운데 처음으로 밀리언셀러(100만대 이상 판매한 제품)을 달성한다.

경쟁모델인 ‘갤럭시S2’나 ‘아이폰4’와 비교할 때 전반적으로 뒤처지지 않는 성능과 기존 모델대비 향상된 스마트폰 최적화, 특히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IPS(광시야각)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뛰어난 화질로 호평을 받게 된다.

지난 2012년 10월 LG전자는 국내 시장에서 자사 LTE스마트폰 누적판매량이 300만대를 돌파한다. 당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LTE 가입자 수는 약 1100만명으로, LG전자는 약 30% 점유율을 차지했다 <사진제공=LG전자>

승기를 잡은 LG전자는 이어 LTE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LTE2’와 ‘옵티머스LTE 태그’, ‘옵티머스 뷰’, ‘옵티머스 G’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 국내 LTE폰 시장에서 팬택을 제치고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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