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 중심으로 저런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아는 정도에 그쳤던 오디오 SNS '클럽하우스'가 지난주를 기점으로 한국에서도 바람을 타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는 이미 클럽하우스 얘기로 시끌벅적하다. 다양한 이들의 다양한 클럽하우스 경험담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용자수가 이제 600만명을 넘겼고 아직은 아이폰에서만, 그것도 초대장이 있어야 쓸 수 있는 서비스지만 입소문 만큼은 확실하게 탄 듯 보인다. 

최근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게임스톱 거래를 막아 논란이 되고 있는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의 블라디미르 테네프 CEO와 클럽하우스에서 공개 대화를 주고 받은 것도 클럽하우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클럽하우스는 기존 SNS나 음성 기반 서비스는 성격이 다르다. 실시간 오디오 대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용자들은 어떤 주제에 대한 음성 채팅방을 공개나 비공개 형태로 개설할 수 있다. 공개 채팅방에는 5000명까지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사용자는 개설자(모더레이터)들과 대화에 참여할 수도 있고 오가는 대화를 그냥 듣기만 할 수도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오가는 실시간 음성 대화는 저장 및 녹음은 할 없다. 실시간 대화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클럽하우스를 써본 이들은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SNS, 유튜브나 틱톡 같은 동영상 서비스, 팟캐스트 등 기존 미디어 포맷들과는 다른 경험을 했다고 평가하는 모습이다. 메가 트렌드를 이끌 킬러앱으로 자리매김할지, '한철장사'로 끝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이 다른' SNS가 나왔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모습이다. 

기자가 이용해 본 클럽하우스 채팅방 화면 중 하나.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보면 가벼운 대화부터 전문적인 내용까지 다양한 주제의 채팅방들이 개설돼 있다. 이름만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개설한 방도 많지만 서로 모르는 일반인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연출되고 있다.

어떤 서비스가 뜨면 그것이 몰고올 변화에 대해 설왕설래가 오가게 마련이다. 클럽하우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클럽하우스에 직격탄 또는 유탄을 맞을 서비스나 사업 분야는 어디일지를 놓고 이미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유통되고 있다. 

클럽하우스 사용자 기반이 확대되면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기존 SNS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부터 같은 오디오 계열인 팟캐스트 생태계도 덮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벤트와 컨퍼런스 분야도 클럽하우스발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설 것 같다. 유명 인사들이 쉽게 일반인들과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의 속성 상 기존 이벤트 및 컨퍼런스 회사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클럽하우스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회사가 있으니 바로 아고라(Agora)다. 아고라는 중국에서 시작한 테크 기업으로 오디오, 비디오를 포함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됐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크게 알려진 회사는 아니었는데, 클럽하우스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클럽하우스가 아고라 플랫폼을 이용해 서비스를 개발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 원인이었다. 클럽하우스가 아고라를 이용해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공식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실리콘밸리 투자자들 사이에선 둘의 관계가 기정사실로 통하는 분위기다. 미디어들도 클럽하우스는 아고라를 사용해 개발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아고라는 기업들이 인프라를 직접 개발하지 않고도 음성, 영상, 메시징 기능을 애플리케이션과 기기에 내장할 수 있는 개발 플랫폼을 제공한다. DFT캐피털에 따르면 아고라는 대규모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도 장점이지만 개발 속도가 특히 위력적이다. 클럽하우스도 아고라를 활용해 1주일만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럽하우스 말고도 이미 여러 회사들이 아고라 플랫폼을 다양한 용도로 쓰고 있다. 라이브 스트리밍, 온라인 데이팅, 교육, 유통, 게임, 텔레헬스(원격의료) 등 다양한 분야 기업들이 아고라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클럽하우스처럼 아고라 기반으로 개발된 오디오 SNS들도 있다. 얄라(Yalla)가 대표적이다. 얄라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제공되고 있다. 현재 40억달러 규모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연간 매출도 올해 1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 수는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1400만명 수준이다. 1년 전 300만명에서 급증한 수치다. 유료 사용자도 크게 늘었다. 2019년 51만명에서 지난해 3분기에는 500만명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아고라는 현재 상하이와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고 지난해 6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창업자인 토니 왕과 토니 자오가 모두 중국 출신이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보니 아고라를 둘러싼 사용자 데이터 보호 논란도 불거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 아고라는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으며 아고라를 쓰는 기업들도 사용자 데이터를 암호화해서 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토니 왕 아고라 공동 창업자. [사진: 아고라]
토니 왕 아고라 공동 창업자. [사진: 아고라]

회사측에 따르면 아고라 플랫폼은 네트워크 품질 과금에 필요한 데이터만 저장한다. 사용자단 정보는 알 수 없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인트 최근 보도에 따르면 토니 왕 아고라 공동 창업자는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미국과 인도에서 많은 원격 의료 회사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아고라가 글로벌 데이터 프라이버시 규제를 따르고 있다는 사례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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