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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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2020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상황 속에 테크기업들은 경제와 비즈니스 변화를 이끌었다. 기업과 정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주도하며 기업가치도 올랐다. 많은 이들이 기술의 잠재력과 테크기업들의 파괴력을 체감했다.

그래서 일까.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원년이 될 2021년, 테크 생태계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그 어느때 보다 높다. 제조업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산업 판세를 뒤흔드는 테크기업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질지, 기업들 간 역학 관계는 어떻게 짜일지, 새로운 기술들이 몰고올 파장은 어느 정도 일지 등 다양한 궁금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변수가 많아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기가 쉽지는 않지만 진화하는 기술과 관련 기업들의 행보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밑그림을 좌우할 것임을 부정하는 이는 드물다. 2021 한해 테크판에서 많은 주목을 끌 것으로 전망되는 관전포인트 10가지를 살펴본다.

5G는 정말 게임 체인저가 될까?

2019년 상용화된 5G 서비스는 2020년 들어서도 기대주에 머물렀다. 일부 예상대로 판을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는 되지 못했다. 5G 초반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업체간 샅바싸움은 뜨거웠지만 사용자와 생태계 측면에선 5G가 큰 변화를 몰고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5G는 2019년 4월 상용화 이후 1년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초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지만 가입자가 LTE 초반 가입자 성장 속도에는 한참 못미치는 성적표다. 5G에 걸맞은 킬러앱이 나왔다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LTE보다 뭔가가 확실히 좋다는 것을 사용자들이 체감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과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여전히 5G를 전진배치하고 있는 만큼, 2021년 5G 시장은 양적으로는 큰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질적 성장이 어느 정도일지는 현재로선 예측 불허. 가입자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할 중저가 요금제가 늘어날지, 5G 시대에 걸맞는 킬러앱들이 탄생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5G 이미지 (사진=ETRI,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5G 이미지 (사진=ETRI,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이통사들, 탈통신 후 테크 플랫폼 될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 대표되는 국내 통신 빅3는 2020년 탈통신을 외쳤다. 말뿐이 아니었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 비통신 테크 분야 강화에 화력을 쏟아부으며 구글이나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외 주요 테크 플랫폼 기업들과 경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021년 통신 빅3의 영토 확장은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체들은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등 기업들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플랫폼 분야 전반에 걸쳐 거센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탈통신하고 싶다고 탈통신을 뚝딱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비통신 분야 IT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선 통신회사들이 테크로 DNA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적지 않다. 규제 산업인 통신에 익숙한 기업 문화로는 과감하고 유연한 스타일이 필요한 테크판에서 경쟁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2021년은 탈통신을 외치고 있는 통신 빅3의 실행력이 어느 정도일지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한해가 될 것 같다.

아이폰과 다른 스마트폰 폼팩터는 가능한가?

2020년 스마트폰 시장에선 기존과 다른 폼팩터를 띄우기 위한 관련 업계의 행보가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사각 막대형과 다른 모양인 폴더블폰을 플래그십 제품군에 투입하며 스마트폰 폼팩터 세대 교체에 공을 들였다. 

2021년 새로운 스마트폰 폼팩터를 향한 관련 업계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보급형을 포함해 폴더블폰 제품군을 늘릴 예정이며 LG전자는 폴더블과 다른 롤러블 스마트폰으로 분위기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도 폴더블폰 시장 공세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2007년 첫 아이폰 출시 이후 표준으로 통했던 납작한 직사각형과 다른 폼팩터의 스마트폰이 주류로 부상할 수 있을지 여부가 연초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2· 갤럭시Z플립 5G [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2· 갤럭시Z플립 5G [사진 : 삼성전자]

오디오 기반 서비스 생태계 열리나

애플 에어팟으로 대표되는 고성능 무선 이어폰 보급이 늘면서 오디오에 초점이 맞춰진 서비스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에어팟 판매는 2018년 제품 출시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에어팟은 출시 첫해  3500만대가 팔렸고 에어팟2와 에어팟 프로가 추가되면서 2019년에는 6000만대가 팔렸다. 2020년에는 8500만대에서 1억대 가량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팟을 벤치마킹한 보다 저렴한 가격의 경쟁 제품들도 쏟아지고 있다. 

오디오 기반 서비스가 갖는 중량감이 커지는 것은 이같은 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선 비공개 베타 테스트 단계인 오디오 SNS 클럽하우스가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클럽하우스에선 현재 벤처투자자들과 토론 외에 다양한 명사들이 진행하는 토크쇼, D.J.나이츠, 네트워킹 이벤트, 스피드 데이트, 연극 공연 및 정치적인 토론까지 다양한 성격의 음성 채팅방들이 운영되고 있다.

팟캐스트를 둘러싼 판도 커지고 있다. 아마존, 애플 등 거물급 회사들이 오디오 기반 팟캐스트 플랫폼에 쏟아붓는 실탄을 늘리고 있어 오디오 기반 생태계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OTT 시장 넷플릭스 독주 막을 수 있나?

2020년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둘러싼 업체간 경쟁은 후끈 달아올랐다. 넷플릭스의 대항마들이 국내외에서 쏟아졌다. 뜨거워진 경쟁 만큼 부침도 심했다. 할리우드 거물인 제프리 카젠버그 주도 아래 5~10분짜리, 이른바 숏폼(short-form) 콘텐츠를 무기로 OTT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퀴비는 6개월여 만에 서비스를 접는 운영을 맞았다.

반면 월트 디즈니가 내놓은 OTT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초 전 세계 기준으로 총 8680만명 유료 구독자를 확보, 넷플릭스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자로 부상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국내에도 출시될 예정으로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판세를 어느 정도 흔들지 주목된다.

대형 이커머스 업체 쿠팡도 지난해 말 OTT판에 뛰어들면서 2021년 국내 OTT 시장은 업체간 서바이벌 게임이 뜨겁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업계 재편이 가시화될지도 관전포인트다.

넷플릭스 [사진: 셔터스톡]
넷플릭스 [사진: 셔터스톡]

클라우드판, 기회는 남아 있는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는 코로나19 상황 속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끄는 엔진으로서의 위상을 확실하게 굳혔다. 클라우드판을 주도하는 플랫폼을 가진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기업 가치도 급증했다.

오라클 등 전통적인 IT인프라 시장을 호령하던 기업들의 클라우드 시장 공세도 두드러졌다. 국내의 경우 컴퓨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KT와 네이버가 클라우드 사업을 확 키우면서 눈길을 끌었다.

현재 시점에서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판세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주도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알리바바, 오라클, IBM 등이 AWS를 추격하는 구도다. 참여하는 업체는 계속 늘고 있지만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로 이어지는 순위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추격자로 분류되는 회사들은 기존 기업 시장은 클라우드로 전환하지 않은 비중이 훨씬 큰 만큼 기회는 여전히 있다는 입장이지만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가 선점한 현재 클라우드 판세를 뒤집기는 이미 늦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2021년 클라우드 추격자들이 중장기 클라우드 시장 판세에서 의미 있는 변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성적표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영토 확장 어디까지?

대형 테크 플랫폼들의 사세 확장은 해외나 국내나 거침이 없다. 국내 양대 테크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2021년 각자 주력 사업을 바탕으로 무서운 속도로 사업 영토를 넓혔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금융, 콘텐츠 사업을 확키웠고 카카오도 카카오톡이 가진 플랫폼 파워를 앞세워 광고, 커머스, 콘텐츠, 금융,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 큰손으로 부상했다. 배달과 물류 쪽도 양세 공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진입했다.

두 빅테크 플랫폼들의 영토 확장 속에 기존 유통과 금융, 콘텐츠 업체들 사이에선 위기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업체들이 빅테크 기업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국내 산업 생태계의 구도를 바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한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포스트 공인인증서 시대, 주인공은 누구?

2020년 말 공인인증서가 역사속으로 사라지면서 포스트 공인인증서 표방하는 사설 인증 서비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형 통신사과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가세한 가운데 사설 인증서 시장은 단숨에 IT업계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부상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가 제공하는 통합 인증앱인 패스는 물론 네이버, 카카오, NHN, 토스 등 유력 인터넷 및 핀테크 업체들이 사설 인증서 대권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사설인증서 서비스 시장은 아직 초반 레이스라 업계 구도가 매우 유동적이다. 당분간은 다양한 성격의 인증 서비스가 봇물을 이루는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과 기관들이 저마다의 사설 인증 수단을 자체 서비스에 제각각 적용하는 흐름이 대세가 될지, 아니면 현재 공인인증서처럼 보편성을 갖는 인증서 서비스들이 시장을 주도할지도 좀더 두고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나와 있는 공인인증서도 '공인'이라는 꼬리표가 없어지는 것일 뿐, 인프라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기간에 기존 공인인증서 인프라가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되는, '빅뱅식'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는 사설인증서 시장도 간편결제 시장이 밟았던 코스를 따라 몇몇 회사들 위주로 판이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선 서비스를 출신 성분으로 하는 회사들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금융권의 잠재력은 상대적으로 낮게 매겨지는 분위기다.

통신3사는 행정안전부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PASS 인증서’를 내년 1월 15일부터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에 적용한다고 21일 밝혔다 [사진 : SK텔레콤]
통신 3사가 제공하는 인증 앱  패스 서비스 화면.  [사진 : SK텔레콤]

리브라(디엠)는 약발이 있을까? 

2019년 6월 페이스북은 글로벌 금융 시장 공략 일환으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인 리브라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당시 요란했던 반응은 지금은 많이 수그러든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2020년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각국 정치권과 규제당국의 집중 견제 속에 계획을 늦춘 상황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1월에는 공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보인다.

쏟아지는 견제구 속에 리브라 운영 방식도 당초 계획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9년 6월 리브라 백서가 나올 당시만 해도 페이스북은 리브라에 대해 주요 국가 법정 화폐와 국채들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 기반 글로벌 단일 통화라는 비전을 내걸었다. 하지만 리브라가 통화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각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비판이 쏟아지자 페이스북은 결국 달러 고정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프로젝트를 축소했다. 달러 고정 스테이블코인은 없는 개념이 아니다. 여러 암호화폐 기업들이 이미 내놓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리브라가 나온다고 해도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불확실성 속에 지난해말 리브라는 이름도 디엠(Diem)으로 바뀌었다.

암호화폐 대장주격인 비트코인은 지난해말 3000만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1년반에 가격이 두배 이상 껑충 뛰었다. 많은 이들이 예상치 못한 기세였다. 암호화폐 시장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분위기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도 2021년 더욱 관심을 끌 것 같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행보를 구체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앙은행표 디지털 화폐가 글로벌 금융 및 기존 암호화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확산되는 빅테크 견제론, 종착지는?

빅테크 기업들이 갖는 영향력이 켜지면서 견제론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물론 한국서도 거대 테크 기업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부쩍 커졌다. 미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등 거대 테크 기업을 상대로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트럼프에서 바이든 행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현재 기조가 유지될지, 아니면 달라진 규제 프레임으로 접근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져 있어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 대형 플랫폼 업체의 구입 강제, 경영 간섭 등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입법을 추진 중이다. 

국내 법으로 해외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구글이 게임 외에 웹툰, 음원 스트리밍 등 디지털 콘텐츠 앱이 자사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 3%를 걷겠다면서 해외 빅테크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국내법 정비는 국회 차원에서도 관심을 갖는 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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