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시장의 알짜 매물로 주목받는 현대HCN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SK텔레콤이 여전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KT스카이라이프가 강력한 인수 의지를 피력하며 복병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지난해 국회의 합산규제 도입을 막는 과정에서 케이블TV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확인돼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도의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투자은행(IB)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HCN을 매각하는 현대백화점 그룹이 원하는 가격은 약 6500억원 수준으로 현금 거래를 희망하는 상황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현대HCN의 가치를 약 7000억원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부채가 약 400억원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현대HCN을 현대퓨처넷과 현대HCN으로 나눠 방송통신사업부문 등을 담당하는 현대HCN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적 분할 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현대HCN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3530억원의 대부분은 존속법인인 현대 퓨처넷이 갖고 간다. 분할되는 회사인 현대HCN에는 3530억원 중 아주 일부인 200억원만 넘겨진다. 부채 687억원의 경우 현대퓨처넷은 77억원을, 현대HCN이 610억원을 각각 떠안는다. 즉 매물 대상인 현대HCN은 현금 200억원, 부채 610억원을 가져가 실질적으로 부채 410억원이라고 보면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현대HCN의 유료방송 가입자수는 132만8445명(시장 점유율 3.95%)이다. 가입자수를 51만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6775억원이다. 현대HCN 측은 케이블TV 업체 중 자사 가입자의 ARPU(가입자당 월평균매출)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CJ헬로 수준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KT가 국회에 제출한 스카이라이프 공공성 강화방안
KT가 국회에 제출한 스카이라이프 공공성 강화방안 보고서

하지만 유력 인수 후보인 SK텔레콤은 이 가격이 너무 높다는 판단이다. SK텔레콤은 가입자당 최대 30만원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가입자당 30만원일 경우 단순 계산하면 현대HCN의 가치는 약 4000억원 수준이다. (관련기사/'7000억 vs 4000억'...현대HCN 인수전 최대 변수로 떠오른 매각가)

이런 가운데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에 SK그룹 계열사인 SK케미칼은 현대백화점그룹 측에 SK바이오랜드라는 별도의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HCN은 지난달 현대백화점그룹의 SK바이오랜드 인수 관련 조회공시를 통해 “당사는 SK바이오랜드의 인수를 위해 SK바이오랜드에 대한 실사 완료 후 SKC와 매매조건에 대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입장을 냈다. 예비 입찰이 흥행에 성공하자 현대HCN은 매각을 위한 실사 기간을 10일까지 연장한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SK텔레콤과 KT스카이라이프 모두 4500억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사가 10일까지 연장됐기 때문에 가격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KT스카이라이프의 의지가 강력하다”고 말했다. 

걸림돌도 있다. 지난해 초 KT스카이라이프가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회는 KT스카이라이프 매각이나 공공성 강화, 합산규제 재도입 등을 검토했다. 이에 KT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케이블TV 인수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스카이라이프 공공성 강화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디지털투데이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KT측은 유료방송 독과점 관련 국회·정부의 우려에 따라 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케이블TV 인수합병을 전면 중단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후 합산 규제는 일몰됐고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합산규제 폐지는 물론, 시장 점유율 완전 폐지(관련 법 개정)를 추진한다는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관련기사/[단독]과기정통부-방통위, 합산규제 폐지...유료방송 요금 신고제 전환)

당시 KT는 시장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인수 중단 의지를 밝힌 것으로 KT 본사를 통한 인수 시도 중단은 피력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KT가 직접 현대HCN 인수에 나선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KT스카이라이프가 인수에 나설 경우 국회를 상대로 말을 바꾸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KT 측이 원하는 결과를 얻고 나서 법적 강제성 없다는 점을 활용해 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인수 재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합산 규제 재추진 가능성, 규제 리스크 확대, 유료 방송 주체에 대한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요인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분기 기준 KT스카이라이프의 현금 보유는 840억원, 기타금융자산은 2455억원이다. 차입은 없다. 이에 따라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회사채 등을 통해 빚을 내야 한다. KT스카이라이프 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위성방송이 HCN 최종 인수 대상자로 선정되면 우리의 유보금 소진과 함께 막대한 회사채 발행이 예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KT 측은 국회에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케이블TV 인수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분명히 밝혔다
KT 측은 국회에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케이블TV 인수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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