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자회사 현대HCN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가운데, 유력 인수자로 거론되는 SK텔레콤과 가격 이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HCN 모회사인 현대백화점그룹이 목표한 매각 대금은 약 7000억원 수준이고, SK텔레콤이 제시한 금액은 최대 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단독] SK텔레콤, 현대HCN 7000억원 대 인수 추진... 통합 SKB 우회상장도)

11일 증권 및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이 목표한 매각 대금은 6500억~7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CJ헬로(현 LG헬로비전)가 LG유플러스에 매각될 때 케이블TV 가입자당 약 51만원(부채 포함)으로 책정된 것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현대HCN의 유료방송 가입자수는 132만8445명(시장 점유율 3.95%)이다. 가입자수를 51만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6775억원이다. 현대HCN 측은 케이블TV 업체 중 자사 가입자의 ARPU(가입자당 월평균매출)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CJ헬로 수준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유력 인수 후보인 SK텔레콤 측은 이 가격은 너무 높다는 판단이다. SK텔레콤은 가입자당 최대 30만원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입자당 30만원일 경우 단순 계산하면 현대HCN의 가치는 약 4000억원 수준이다. 

증권업계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너무 비싼 가격에 샀다고 보고 있다. 10일 기준 LG헬로비전의 주가는 4455원으로 시가총액은 3450억원이다. LG유플러스에 편입되기 전 지난해 12월 CJ헬로의 주가는 6000원 대로 현재 시점으로만 보면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상당히 비싸게 산 것이다. 이에 SK텔레콤이 현대HCN을 4000억원 이상으로 인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다. 10일 기준 현대HCN의 주가는 4375원으로 시가총액은 4938억원이다. 

이미지=SK브로드밴드 (편집=백연식 기자)
[이미지 : SK브로드밴드] [편집=백연식 기자]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지도 있다. 이미 딜라이브가 매물로 나왔고, CMB도 매각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만약 딜라이브가 매각가를 5000억원으로 설정하고, 현대HCN이 매각 희망가를 낮추지 않을 경우 SK텔레콤이 인수 대상 기업을 딜라이브로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딜라이브의 가입자는 200만7715명(시장 점유율 5.98%)이다. 딜라이브는 수도권 가입자 비중이 높은데다가, 가입자 수가 현대HCN이나 CMB에 비해 많다. CMB의 지난해 하반기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는 154만439명(시장 점유율 4.58%)이다.

다만 딜라이브의 경우 부채가 많다는 점이 단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딜라이브의 순차입금은 3882억원이고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도 473억원이다. 반면 딜라이브의 매출과 수익 창출력은 점점 하락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63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상황이다. 하지만 가입자가 많이 때문에 현대HCN이 6500억원 이상의 가격을 양보하지 않을 경우 SK텔레콤이 현대HCN 대신 딜라이브로 인수 대상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심지어 CMB도 최근 회사 매각을 공식화했다. 업계가 현대HCN의 매각가를 주시하는 이유는 이 결과가 딜라이브와 CMB 매각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SK텔레콤이 현대HCN을 인수할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서 LG유플러스 계열(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을 앞지르고 KT를 바짝 뒤쫓게 된다. 현재 SK브로드밴드의 가입자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812만2670명으로 시장 점유율은 24.17%다. LG유플러스 계열의 시장 점유율은 24.91%,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은 31.52%다.

SK텔레콤이 현대HCN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할 경우 통합 SK브로드밴드의 시장 점유율은 28.12%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현대HCN을 먼저 인수한 뒤에 추가로 CMB 등을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평소 증권업계 관계자들에게 유료방송 3등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조만간 1등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현대HCN의 경우 CJ헬로때의 가입자당 가격 수준을 받고 싶겠지만 시장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며 “딜라이브는 물론 CMB마저 매물로 나온 상황에서 가입자당 51만원을 받기는 쉽지 않다. 이는 현대HCN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CN의 방송·통신 사업 부문을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에이치씨엔(신설법인)’으로 분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퓨처넷이 분할 신설회사인 현에이치씨엔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분할기일은 11월 1일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현대HCN의 유동자산은 4168억원이다. 유동자산에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외에도 매출채권, 금융자산 등이 포함됐다. 현대HCN은 이를 연내 현금화할 수 있다고 보고, 현대퓨처넷에 대부분 남긴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HCN의 케이블TV 사업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고,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지난해 약 700억원을 기록하며 높은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최근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급변하는 국내 유료방송시장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매각 추진을 검토하게 됐다”고 언급한 적 있다. 

[표 : 과기정통부]
[표 : 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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