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현대HCN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모두 참여하면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KT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와 그룹 차원에서 SK바이오랜드를 매물로 내논 SK텔레콤 간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매각사인 현대백화점그룹이 SK바이오랜드 인수에 관심이 많은 만큼 SK텔레콤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HCN은 오는 24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해 통보할 예정이다.

16일 투자은행(IB) 및 증권 업계에 따르면 15일 마감한 현대HCN 인수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곳은 KT스카이라이프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인수 금액으로 약 6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HCN이 부른 호가인 6500억원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이날 구현모 KT 대표는 기자들에게 “3사가 다 인수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KT스카이라이프의 재무구조는 탄탄하다. 부채도 없다"며 현대HCN 인수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IB 및 증권 업계에서는 여전히 SK텔레콤을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보고 있다. 현대HCN 매각사인 현대백화점그룹이 SK바이오랜드 인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통신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현모 KT 사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정호 SKT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 : 과기정통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통신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현모 KT 사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정호 SKT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 : 과기정통부]

SK텔레콤은 원래 현대HCN의 유력 인수 후보였으나 금액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SK그룹도 계열사인 SK케미칼을 통해 현대백화점그룹에 SK바이오랜드라는 별도의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HCN은 지난달 현대백화점그룹의 SK바이오랜드 인수 관련 조회공시를 통해 “당사는 SK바이오랜드의 인수를 위해 SK바이오랜드에 대한 실사 완료 후 SKC와 매매조건에 대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경우 신세계인터내셔널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화장품 사업을 하는 회사가 없다”며 “현대백화점그룹 입장에서는 유통에서 팔 수 있는 소매 분야이기 때문에 SK바이오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5일 기준 SK바이오랜드의 시가총액은 4432억원이고, 1대 주주는 약 28%의 지분을 갖고 있는 SKC이다. 

만약, SK텔레콤이 현대HCN을 인수할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서 LG유플러스 계열(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을 앞지르고 KT를 바짝 뒤쫓게 된다. 현재 SK브로드밴드의 가입자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812만2670명으로 시장 점유율은 24.17%다. LG유플러스 계열의 시장 점유율은 24.91%,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은 31.52%다.

SK텔레콤이 현대HCN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할 경우 통합 SK브로드밴드의 시장 점유율은 28.12%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현대HCN을 먼저 인수한 뒤에 추가로 CMB 등을 인수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CMB는 호가를 5000억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이 현대HCN에 이어 CMB까지 인수할 경우 시장 점유율은 32.7%로 KT계열을 앞지르고 1위가 된다. 다만 이 경우 규제 당국의 인수합병 승인을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질 수밖에 없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평소 증권업계 관계자들에게 유료방송 3등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조만간 1등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현대HCN을 SK텔레콤이 인수할 경우 규모가  커지고 좋을 것 같은데 (가격을) 합리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HCN 외에 다른 케이블TV를 인수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기업 비밀”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 증권 업계는 SK텔레콤이 CMB 인수에 대한 가능성을 표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HCN의 케이블TV 사업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고,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지난해 약 700억원을 기록하며 높은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최근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급변하는 국내 유료방송시장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매각 추진을 검토하게 됐다”고 언급한 적 있다. 

과기정통부가 변재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과기정통부가 변재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변재일 의원실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영업이익은 현대HCN의 연간 영업이익은 397억원이다. 매각으로 나와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하 SO) 중 가장 영업이익이 높다. 딜라이브의 경우 연 321억원이고, CMB의 경우 연 132억원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현대HCN의 유료방송 가입자수는 132만8445명(시장 점유율 3.95%)이다. CMB의 지난해 하반기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는 154만439명(시장 점유율 4.58%)이다. 딜라이브의 가입자는 200만7715명(시장 점유율 5.98%)이다.

한편, 15일 장마감 기준 현대HCN의 시가총액은 5079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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