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피아트는 2020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할 차로 신형 ‘500(친퀘첸토)’을 준비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불가리, 카르텔 등 이탈리아 브랜드들에게 신형 500을 맡겨 세상에 한 대 밖에 없는 차들도 제작했다. 하지만 제네바모터쇼가 취소됨에 따라 신형 500은 지난 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터라 이 역시 아슬아슬한 이벤트였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공개된 신형 피아트 500 전기차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공개된 신형 피아트 500 전기차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소형차(미니카 세그먼트. 첫번째는 피아트 판다) 500의 뿌리는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신형이 3세대에 해당하고 기존 2세대는 2007년 나왔다. 500은 63년 역사 속에서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을 대표하는 소형차의 하나로 자리잡았고, 과거와 현재, 미래의 도시 이동성(모빌리티)을 상징하는 독특한 존재가 됐다.

언뜻 보기에 3세대 신형 500 외관은 기존 모델과 별다르지 않다. 보닛 절개선을 따라 나뉜 동그란 헤드램프 등 세부사항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이나 동글동글한 이미지가 첫눈에 500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백지상태에서 새로 그렸다’는 설명이 무색할 지경.

알고 보면 3세대 차체는 이전 모델보다 길이와 폭이 6cm씩 커졌다. 게다가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했다.

여유로워진 실내는 여전히 레트로 감성이지만 2세대와 비교하면 미래적인 분위기가 한층 짙어졌다. 10.25인치 중앙 터치스크린, 버튼식 변속 조작 장치 등 요즘 각광받는 아이템들을 받아들였다. 소형차지만 360도 카메라, 레벨2 자율주행 기술 또한 제공한다.

3세대 피아트 500 전기차
3세대 피아트 500 전기차

무엇보다도 시대가 바뀌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은 파워트레인이다.

3세대 500은 전기차로만 생산된다. 이미 2013년 2세대 500의 전기차 버전인 500e가 등장했지만 소량 생산에 그쳤던 점을 생각하면 급진적인 변화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혼다 e, 미니 일렉트릭, 푸조 e208 등 도시생활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가 주목받는 요즘이다.

다임러(벤츠)의 소형차 브랜드 스마트도 최근까지의 주력이었던 내연기관 모델을 폐지하고 올해부터 전기차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실 500은 스마트와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기존 500를 단종하지 않고 3세대 전기차와 나란히 판매키로 했기 때문. 피아트는 2007년 첫 출시한 2세대 500을 언제까지 우려먹을지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500도 최근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내연기관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생명연장에 나섰다.

3세대 500은 87kW 전기모터를 탑재하고 앞바퀴를 굴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9초로 평범하지만 전기차답게 도심 제한속도 내에서의 가속은 충분히 빠르다는 설명이다.

평평한 바닥에 42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완전 충전하면 최대 320km(WLTP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혼다 e(222km), 미니 일렉트릭(200~232km)보단 멀리 가고 푸조 e208(340km)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고속 충전시 80% 충전에 35분이 소요되고 5분 충전하면 50km를 갈 수 있다.

3세대 피아트 500 실내
3세대 피아트 500 실내

주행모드에는 ‘스포츠’가 없다. 일반, 주행거리, ‘셰르파(Sherpa)’ 등 세 가지다. 셰르파 모드에선 히말라야의 안내인 셰르파처럼 최고속도를 80km/h로 제한하고 가속페달 반응, 공조장치, 시트 열선 등 여러 부분을 억제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

저속 주행시 보행자 접촉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가상 엔진 사운드도 독특하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카들이 흔히 채택하는 우주선 소리 대신 이탈리아 영화음악가 니코 로타의 아마코드(Amarcord) 음악을 들려준다고.

공개와 함께 사전계약에 들어간 3세대 500의 론치에디션 ‘라프리마(la Prima)’는 4인승 컨버터블 차체가 기본이고 가정용 충전기 ‘이지 월박스’를 포함한 가격이 3만7,900유로(5,218만원. 시장별 보조금 등 혜택 제외)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