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최근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사명변경 계획을 밝히자 당초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까지 회사를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나누고 투자 부문을 그룹의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했으나 현재는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정호 사장은 CES 2019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혔으나 성사되지 못했고, 올해 CES 2020에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은 버린 카드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지난해 말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이슈가 불거짐에 따라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 가운데 박정호 사장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텔레콤을 떼고 사명을 변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회사 내에서 논의 중인 사명 중 하나는 ‘SK하이퍼커넥터’다.
 
박 사장은 “통신 이미지가 강한 텔레콤이라는 이름을 바꾸자는 (사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초협력이라는 의미를 담은 SK하이퍼커넥터는 내부적으로는 통신 외의 자회사를 모두 포괄하자는 것이고, 외적으로는 ICT 기업간 협력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로리스 더 프라임 립(Lawry's The Prime Rib) 레스토랑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로리스 더 프라임 립(Lawry's The Prime Rib) 레스토랑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SK텔레콤)

 

당초 SK텔레콤이 추진했던 이름은 ‘SK투모로우’다. SK투모로우는 SK텔레콤 분할로 탄생하는 투자사의 명칭으로 거론된 것인데 갑자기 이번에 ‘SK하이퍼커넥터’란 이름이 부상한 것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그동안 SK텔레콤의 물적 분할 후 새로 탄생한 SK투자회사가 현재 20.1%인 SK하이닉스의 지분을 30%까지 높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했다. 박 사장 역시 그동안 지배구조 개편 방식과 관련해 “인적분할은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최근 크게 상승함에 따라 이같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어렵게 됐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하이닉스는 (주)SK의 손자회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만일 SK하이닉스가 향후 인수합병을 추진할 경우 대상기업의 지분 100%를 사들여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현행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자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20.1% 외에 11번가의 지분 81.8%, SK브로드밴드의 지분 100%, ADT캡스의 지분 55% 갖고 있다.
 
만약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의무보유지분 규정이 현행 20%에서 30%로 개정되면 SK텔레콤 투자회사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분을 늘려야 한다. 이미 지난 2018년,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적 있다. 이 경우 필요자금이 5조원 이상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미지=NH투자증권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이미지=NH투자증권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규제에 자유롭기 위해서다. MNO(이동통신) 중심인 현재 SK텔레콤은 통신비 등 정부의 규제를 받는 데다, 자회사의 수익까지 연결 기준 실적으로 잡혀 더욱 비대한 상황이다. 외형상 몸집을 줄여 정부의 규제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워지겠다는 계산이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시가총액 증가, 배당세 절감 등의 효과도 누릴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배당 확대, 자회사 상장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 배당을 SK텔레콤 주주에게 배분하는 배당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SK브로드밴드(유선통신), ADT캡스(보안), 11번가(커머스) 상장은 물론 물적 분할된 이동통신 자회사의 재상장으로 자회사 지분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오른쪽)과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0' 삼성전자 부스에서 차량용 콕핏(Cockpit)에 탑승해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오른쪽)과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0' 삼성전자 부스에서 차량용 콕핏(Cockpit)에 탑승해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하지만 SK텔레콤의 연내 중간지주회사 전환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 사장이 제시했던 새로운 회사명 ‘SK하이퍼커넥터’ 역시 반응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이퍼커넥터는 한국인 중 99%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할 것”이라며 “회사 이름은 직관적일수록 좋다”고 말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0월 SK㈜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이어 12월엔 최태원 회장 이혼소송이 불거지는 등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당장 SK그룹이 개편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다”며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SK㈜ 지분 가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수도 있고, SK㈜의 자사주 매입을 개편의 사전 조치로 볼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오너 지분률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라 지배구조 개편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경영권 안정을 꾀할 것"이라면서도 "올 상반기까지는 그룹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