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5G 장비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빔포밍 등의 기술이 정말 뛰어나다. 빔포밍이란 전파 신호(빔)를 원하는 곳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전파의 회절이 2G 및 3G, LTE에 비해 좋지 않은 5G의 경우에 정말 필수적인 기술이다. 화웨이는 기술에 대한 투자와 함께 인력 영입에 공을 들였다. 5G 분야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가진 기업 중 하나가 화웨이일 것이다”

[선전(중국)=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내 한 이동통신 관계자의 말이다. 약 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화웨이는 최근 무섭게 성장해 이미 통신 장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으로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삼성전자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화웨이는 5G 시대를 맞아 어떤 기술에 신경을 쓰고 이를 개발하고 있을까. 지난주 중국 광둥성 선전시 중북부에 위치한 화웨이의 선전 캠퍼스를 찾아 R&D 랩을 방문했다.

화웨이의 본사는 여의도 면적(290만㎡)에 맞먹는 210만㎡로 규모도 규모지만 보안도 철저하다. 사전 등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고, 길 곳곳에 CCTV가 설치돼 누가 다니는지, 어떤 차량이 통행했는지 모두 확인이 가능하다. 이곳엔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실이 있는 건물과 연구동, 생산시설, 강의실을 갖춘 건물이 블록별로 구성돼 있다.

먼저 화웨이가 발열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 소재 개발 연구소에 들어갔다. 5G에 사용되는 통신 장비나 스마트폰의 경우 이전 세대의 통신인 LTE에 비해 보다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5G 장비나 5G 디바이스의 경우 보다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줄이는 건이 관건이다. 열을 통제하지 못하면 기기나 디바이스의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장비의 열을 줄이기 위해 업체들은 페이즈(Phase)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화웨이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업체에 따라 용어는 다를 수 있다. 페이즈는 고체를 액체로, 또는 액체를 기체로 전환해 열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화웨이의 통신 장비에는 액체가 들어가는데 제품 하단부에 열이 발생할 경우 액체가 기체로 바뀌어 뜨거운 열이 위로 올라가게 된다. 즉, 열이 분산돼 장비를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방식이다.

화웨이 본사 선전 캠퍼스 (사진=한국화웨이)
화웨이 본사 선전 캠퍼스 (사진=한국화웨이)

스마트폰의 경우 액체 대신 고체가 들어가는데 열이 발생할 경우 이 고체가 액체로 바뀌어 파이프라인을 통해 액체가 흘러 전체 디바이스의 열을 식힌다. 고체 하나하나에는 보호를 위한 캡슐이 씌여지는데 이 물질의 정체에 대해서 화웨이측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화웨이가 오는 7월에 출시하는 폴더블폰 메이트X의 경우 화면이 크기 때문에 이 기술은 들어가지 않는다.

소재 개발 연구소에 이어 지연시간(latency) 등을 연구하는 네트워크 연구소를 방문했다. 5G의 특징은 초고속, 초연결, 초저지연이다. 특히 5G의 경우 초저지연이 가장 핵심이다. 초저지연으로 인해 자율주행이나 원격의료 등이 가능하다. 초기 5G 서비스가 B2B(기업간거래)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 역시 초저지연 때문이다. 화웨이는 특히 저지연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MPLS(Multi-Protocol Label Switching) 기술인 P라우터를 무선 기지국이나 백본망(기간망)에 적용한다.

MPLS란 통신망을 통해 전송되는 프레임이나 패킷 앞에 레이블(label)이라는 식별자를 부가해 전송함으로써, 통신을 고속화하고 추가 기능을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화웨이는 이를 P라우터라고 부르는 것이다. 기존의 라우터가 IP 헤더의 정보를 통해 데이터를 라우팅(routing)하고 전송하는 것과 달리, MPLS는 데이터에 대한 정보를 나타내는 짧은 레이블을 추가해 스위칭(교환)하는 프로토콜이다. 기존의 라우팅 방법이 네트워크 레이어(network layer)에서 지나는 각각의 라우터에서 모든 패킷을 검사하고 라우팅 테이블을 참조하여 다음 홉(hop, 다음 번 라우터)을 찾는 반면, MPLS는 MPLS 망에 진입 시 처음 한 번 헤더(header)를 검사하기 때문에 라우팅을 고속화 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통해 가상사설망(VPN) 및 QoS(Quality of Service), 재해 복구 기능 등을 구현할 수 있으며, 다양한 클라이언트 프로토콜 전송이 가능해 IP 망 이외의 패킷 망을 MPLS 망에 통합시킬 수 있다. 또한 MPLS에서는 패킷의 통과 경로를 명시적으로 지정해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트래픽 제어 기능도 구현할 수 있다.

화웨이 본사 선전 캠퍼스 (사진=한국화웨이)
화웨이 본사 선전 캠퍼스 (사진=한국화웨이)

마지막으로 이른바 노아의 방주에 방문했다. 노아의 방주란 2012년 만들어진 인공지능(AI) 연구소로 앞으로 데이터가 홍수처럼 쏟아질텐데 이를 쏙쏙 골라서 선택해야 한다는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이곳 선전과 인근의 홍콩을 중심으로 총 11개 도시에 300여명의 연구원이 컴퓨터 비전·자연어 처리·검색과 인식·디자인 메이킹 등을 연구한다. 또한 HIRP(화웨이 혁신 리서치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상위 100개 대학과 30개국 이상의 국가연구기관과 협력하고 있는 중이다.

노아의 방주에서 한국 기자단에게 개발 과제로 소개한 것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통신장비 에너지 예측 시스템(시간대 별로 에너지 사용량을 모아 기지국 특성에 맞게 제공)▲통신장비의 설치나 고장여부를 원격 클라우드에서 이미지 체킹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폭스바겐과 연구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 등이었다.

화웨이 선전 캠퍼스 관계자는 “매일 노아의 방주에서 1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5G 시대에 데이터 및 AI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화웨이는 데이터 및 AI에 큰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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