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5G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한 국가안보회의(NSC) 논의 내용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이유로 개빈 윌리엄슨 국방장관을 해임했다. 페니 모던트 국제개발부 장관이 국방장관직을 맡을 예정인데, 영국의 첫 여성 국방장관이다.

앞서, 가디언 등 언론들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화웨이의 영국 5G 네트워크 구축 계획 참여와 관련한 NSC 회의내용에 대해 보도했다. 일부 주요 각료들과 미국측의 국가 안보에 대한 경고를 했지만 메이 총리가 화웨이의 5G 액세스 네트워크(무선망)참여를 승인해 반발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1일(현지시각)영국 언론 가디언은 메이 총리가 앞서 설명한 내용으로 개빈 윌리엄슨 장관을 해임하고 페니 모던트 국제개발부 장관에게 국방장관직을 맡길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언론들은 헌트 장관과 함께 윌리엄슨 장관,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 리엄 폭스 국제통산 장관 등이 메이 총리의 결정에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 기밀인 회의 내용이 언론에 바로 공개되고 미국에서 정보 공유 제한 등 조치가 이뤄지자 영국 정부는 정보 유출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저녁 윌리엄슨 장관을 만난 메이 총리는 그가 기밀을 언론에 공개했다는 유력한 증거가 있다고 언급했다. 윌리엄슨 장관은 NSC 내용 누설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메이 총리에게 서한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철저하고 공식적인 조사가 있어야 자신의 입장이 증명이 될 것”이라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총리실은 메이 총리가 윌리엄슨 장관을 해임한 뒤 페니 모던트 국제개발장관을 후임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모던트 장관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의 국방장관을 맡을 예정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위키백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위키백과)

한편, 미국은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5G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해 동맹국들에게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품 사용을 배제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만약 동맹국들이 화웨이 장비 배제를 하지 않을 경우 정보 협력 축소를 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2년 화웨이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사용됐다는 미국 의회의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화웨이의 정보 유출, 안보 위협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다. 이후 중국 정부가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개인이나 단체를 감시할 수 있는 ‘국가정보법’을 발효(2017년 6월)하면서 세계적으로 정보보안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중국 정보기관은 정보 수집을 위해 개인 및 단체가 소유한 차량이나 통신 장비, 건축물 등에 도청장치·감시시설을 설치하거나 영장 없이 압수 수색이 가능하다. 즉, 화웨이가 해외 통신기업이나 관공서 등에 납품하는 장비에 백도어(back door)를 숨겨놓고 이를 통해 중국정보기관이 감청하더라도 ‘국가정보법’에 따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2018년 미국은 동맹국에게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요청했으며 캐나다·호주·뉴질랜드·일본 등 대다수 안보 동맹국(Five Eyes)이 동참하면서 反(반)화웨이 정서가 확대되고 있다. 반면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은 아직 화웨이 장비 배제 여부를 고민하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동유럽 국가는 안보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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