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영욱 서포터즈 기자] 나비가 스마트폰에 앉았다.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폴더블 폰이 속속들히 공개됐다.

‘폴더 폰’이 아닌 ‘폴더블 폰’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했다. 수염 덥수룩한 사내의 연설이 끝난 뒤로, 전 세계는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문·홍채·얼굴인식, 증강현실(AR) 등 기술을 반영했다. 하지만 하나의 디스플레이 형태를 유지한 상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삼성이 폴더블 폰의 프로토타입을 발표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폴더블 폰은 말 그대로 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을 말한다.

폴더블폰은 차세대 OLED 기술인 플렉시블 OLED가 폴더블 폰의 핵심을 이루며, 디스플레이 자체가 모양을 변형할 수 있다. 컴퓨터 케이스 따위의 하드웨어 크기ㆍ구성ㆍ물리적 배열인 폼팩터(form factor)의 변화가 구현됨으로써, 스마트폰의 형태가 바뀌는 건 11년여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폰 '갤럭시 폴드'를 펼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모양의 변화만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역할을 동시에 해낸다는 점이 핵심이다. 접으면 4.6인치 크기의 스마트폰으로, 펴면 7.3인치 정도의 태블릿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기술보다 한 단계 높은 멀티태스킹 능력을 기대하게 한다. 이전에 발표됐던 스마트폰 이중화면 기능은 좁은 화면으로 인해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 제한이 많았다. 그러나 폴더블 폰의 넓게 펼쳐진 화면을 통해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기능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갤럭시 폴드’ 펼쳤을 때와 접었을 때 비교 (사진=삼성전자)
‘갤럭시 폴드’ 펼쳤을 때와 접었을 때 비교.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사진=삼성전자)

폴더블 폰의 핵심, 플렉시블 OLED

기존 스마트폰에 많이 사용된 평판 디스플레이는 LCD(Liquid Crystal Display) 방식이다. LCD는 가해지는 전기 신호의 종류에 따라 빛의 굴절 패턴을 바꾸는 액정(液晶) 소자를 사용한다.

액정 소자가 촘촘히 배열된 패널을 이용해 화면을 구성하는 것이다. 다만 액정 자체는 빛을 내지 못하므로 반드시 액정 패널에 빛을 공급하는 후방 조명이 함께 수반된다. 즉 백라이트(back light)가 동시에 탑재돼야 한다.

하지만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로 떠오르고 있는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유기 발광 다이오드, 혹은 유기 EL) 방식의 경우, 백라이트가 필요하지 않다.

OLED란 형광성 유기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발광 소자의 일종이다. 기존 LCD와 달리 자체적으로 빛을 발산할 수 있다.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OLED는 제품 두께를 더욱 얇게 만들 수 있다. 특수 유리나 플라스틱을 이용해 구부리거나 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기도 제작할 수 있다.

폴더블 폰이 마주한 과제는?

지난달 화웨이에 이어 삼성이 폴더블 폰이 등장했다. 폴더블폰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컷던 걸까. 출시된 폴더블폰을 지켜본 업계 전문가들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잔뜩 기다리고 있던 음식을 막상 떠먹었더니, 깊이가 없는 맛에 실망한 모습이었다.

대표적으로 화웨이 폴더블 폰의 경우, 가운데 부분에 접힌 자국이 뭉근하게 남아있었다. 태블릿 PC처럼 매끄러운 디스플레이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화면을 반으로 나누는 자국이 존재했다. 디스플레이의 한 가운데가 울어 있는 모습을 보고 해당 부분의 수명에 대한 의구심을 남겼다.

화웨이 폴더블 폰의 가운데 접힌 자국. (사진=폰아레나)
화웨이 폴더블 폰의 가운데 접힌 자국. (사진=폰아레나)

그뿐만 아니라, 영상이 재생되고 있는 접힌 화면을 펼쳐보니 다소 버벅거리는 모습이 그대로였다. 자연스럽게 접었다, 펼쳤다 하며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만족시키기에 부족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폴더블폰의 활용을 최적화하기 위한 전용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장점을 부각시켜줄 앱이 없으면 사용자 경험과 활용도가 떨어진다”면서 폴더블 폰의 대중화에 있어 극복할 과제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은 단연 가격이다.

로욜 ‘플렉시 파이’의 출시 가격은 1290~1864달러(약 144만~209만 원)다. 삼성은 ‘갤럭시 폴드’의 출시 가격을 1980$(약 230~250만 원) 확정했다. 아이폰 XR과 갤럭시 S10의 가격보다 100만 원가량 비싸다. 일부 소비자들은 ‘갤럭시 폴드’와 ‘갤럭시 S10'을 두고 저울질하다 가격 때문에 S10을 선택하기도 했다.

화웨이와 로욜을 비롯한 중국기업과 삼성에 이어 LG, 애플까지도 폴더블 폰 출시를 예고했다. 선두 기업들이 남긴 과제들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과도기에 놓였다. 폴더블 폰이 과연 과제를 훌륭하게 해결하고, 정말 나비처럼 날개를 펴 혁신의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기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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