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 뱁새가 황새를 따라 하다간...

최근 전세계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이 지난해 가을 나온 아이폰X 노치 디자인 따라하기에 빠져 있다. 하지만 비싼 부품을 과감히 적용하고 베끼기를 통해 ‘애플 따라하기’를 하는 후발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은 자칫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 

애플이 2년 정도 앞선 것으로 알려진 3D얼굴인식용 트루뎁스카메라 공급망을 독점하고 있는데다, 후발주자들은 비용문제로 섣불리 매끄러운 디자인의 비싼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설사 이를 따라하더라도 애플은 그동안 비싼 부품 공급가를 더 낮추면서 앞서가게 된다. 게다가 궁극적으로 올스크린을 지향하면서 디스플레이 밑에 카메라와 스피커 같은 부품을 심는 특허기술을 갖고 있다. 결국 애플의 단말기 진화로드맵을 이해하고 관련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애플 따라 하기를 했다간 큰코 다칠 것이라는 경고다. 

애플이 아이폰X에서 처음 소개한 노치 디자인과 트루뎁스 카메라. 경쟁사들은 노치디자인만 베꼈지만 애플은 3D얼굴인식 기술과 비싼 OLED디스플레이에 단말기 디스플레이아랫부분 턱까지 부드럽게 만들어 차별화했다. (사진=애플)
애플이 아이폰X에서 처음 소개한 노치 디자인과 트루뎁스 카메라. 경쟁사들은 노치디자인만 베꼈지만 애플은 3D얼굴인식 기술과 비싼 OLED디스플레이에 단말기 디스플레이아랫부분 턱까지 부드럽게 만들어 차별화했다. (사진=애플)

물론 애플이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에 덫을 놓기 위해 아이폰X 노치 디자인을 설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애플은 자체 일정에 따른 개발에 나선 것일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경쟁사(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며 반사적 이익을 가져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BGR는 29일(현지시각)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이 한때의 트렌드만을 좇아 애플 아이폰X 노치 디자인 베끼기를 하다간 완벽한 덫에 걸리게 될 것이라며 3가지 이상의 이유를 꼽았다. 

아이폰X 노치 디자인의 요체는 몸체대비 화면비율(화면비)를 높여 더넓은 화면을 제공하며 페이스ID기능 추가를 위해 늘어난 트루뎁스카메라 등 다양한 부품을 간명하게 노치 속에 모아놓은 것이다. 또한 위아래 화면 모서리 터치감이 부드럽게 뒤로 넘어가도록 턱을 없앤 OLED를 사용한 점도 두드러진다. 

BGR는 애플아이폰X에 적용된 노치 디자인이 2단계에 걸쳐 안드로이드폰 업체들에게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 LG전자,에이수스, 구글 등 많은 안드로이드폰 업체들이 노치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들을 내놓았거나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삼성만은 꿋꿋이 노치 디자인 없는 디자인으로 마이웨이다. 

현재 시점은 안드로이드폰 업체들이 아이폰X 노치디자인 따라하기 첫단계다. 

1단계, 안드로이드폰업체들 트루뎁스카메라와 OLED없는 단순 베끼기로 하향 차별화 자초

아이폰X에 적용된 노치 디자인은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두가지 기능, 즉 3D얼굴인식시스템(트루뎁스 카메라의 페이스ID 기능)과 엣지투엣지디스플레이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애플 혁신기술의 절충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제조업체들에게는 아직까지 아이폰X을 완벽하게 재현해 내지는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 회사 단말기의 노치에는 3D카메라가 없다. 또한 이들 안드로이드폰 단말기 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X처럼 모서리에서 모서리로 확장되지 않는다. 애플은 지금까지의 기술혁신을 통해 트루뎁스카메라 공급망을 독점했기 때문에 3D얼굴인식 기술에 관한 한 안드로이드폰 진영은 애플에 비해 약 2년 늦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음은, 애플은 뒷면까지 부드러운 곡면을 제공하는 비싼 OLED 디스플레이 구매에 기꺼이 값을 치른다. 따라서 아이폰X 디스플레이 밑에는 사실상 베젤이 보이지 않는다. 안드로이드폰 회사들은 노치 디자인만 베꼈지만 애플은 3D얼굴인식 기술과 비싼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데다 디스플레이 아랫부분 턱까지 부드럽게 처리되면서 차별화했다. 

애플 아이폰X는 디스플레이 아랫부분에 턱이 없이 뒤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삼성전자의 OLED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있다. (사진=쿼라)
애플 아이폰X는 디스플레이 아랫부분에 턱이 없이 뒤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삼성전자의 OLED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있다. (사진=쿼라)

이 같은 이유들로 인해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은 더 세밀한 부분을 표현하지 못한 채 아이폰X의 전체 디자인을 겉핥기로 베낄 수 밖에 없었다. 

애플보다 먼저 노치 디자인을 만들어놓고도 적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화웨이는 애플이 과감히 노치 디자인을 적용한 용기를 인정했다. 다른 업체들은 애플의 노치 디자인을 베낀 사실을 부인하려 애쓰고 있다. 에이수스처럼 애플보다 더 나은 노치폰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회사도 있지만 이는 본질을 간과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안드로이드폰 업체들은 지난해 9월12일 아이폰X가 나온 이후에야 노치 디자인 폰에 눈을 떴다. 

이들 회사는 모두 아이폰X에 처음 등장한 노치 디자인이 여전히 대세이며 소비자들이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이들은 고객들의 사용자 경험을 희생하고서라도 반쯤 익힌 노치 디자인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 

2단계, 애플이 노치 제거하고 올스크린으로 가면 안드로이드폰업체들 심각한 내상 

2단계는 애플이 노치 디자인에서 벗어나 궁극적인 올스크린폰으로 가려고 할 때 이를 단순히 따라하려 할 때 안드로이드폰업체들이 겪을 피해다. 

애플은 아이폰X 디자인을 최소한 1년 이상 세련되게 수정할 것이고 가격은 이전 보다 훨씬 저렴해질 것이다. 애플은 최초의 아이폰X에서 겪었던 것 같은 부품 공급상의 문제를 겪지 않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논리적 진화 단계는 차기 아이폰 디자인이 아래 사진에서 보듯 진정한 올스크린 디스플레이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애플은 오는 2015년 100%의 화면비율을 실현할 완전한 올스크린 아이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준비없이 이를 따라하는 안드로이드폰 업체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사진=레딧)
애플은 오는 2015년 100%의 화면비율을 실현할 완전한 올스크린 아이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준비없이 이를 따라하는 안드로이드폰 업체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사진=레딧)

2025년 버전 올스크린 아이폰 디자인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스크린 기술 진화를 통해 카메라는 물론 전면스피커와 다른 센서들을 스크린 밑에 숨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애플은 이런 기술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그 이전에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을 제거해야 진정한 올스크린 디자인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비용이 상승하겠지만 애플은 감당할 능력이 있다. 

노치 디자인을 사용치 않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도 장차 올스크린으로 옮겨가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은 애플과는 다를 것이다. 안드로이드폰 업체들도 이에 대해 연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애플 따라하기를 한다면 반드시 이런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올해 그랬듯 애플 디자인을 재빨리 복제하겠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추가 장애물이 있다. 그들의 단말기 아랫부분에는 턱이 있다는 점이다. 아이폰X의 단말기 아랫부분은 삼성의 OLED를 사용해 모서리 턱이 없이 곡면으로 부드럽게 뒤까지 이어진다. 

애플의 노치디자인을 사용한 화웨이폰 P20(사진=화웨이)
애플의 노치디자인을 사용한 화웨이폰 P20(사진=화웨이)
LG전자의 최신 주력폰 G7. 한 단말기에서 노치가 있는 디자인과 노치가 없는 디자인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사진=LG전자)
LG전자의 최신 주력폰 G7. 한 단말기에서 노치가 있는 디자인과 노치가 없는 디자인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사진=LG전자)

 

하지만 이들 애플따라하기 진영도 가격을 무시할 수는 없다. 디스플레이 아래쪽 모서리 턱이 부드럽게 뒤까지 휘어지는 아이폰X용 OLED 디스플레이는 약 110달러로 추정될 정도로 비싸다. (이는 아이폰X에서 가장 비싼 부품이며 삼성에게 캐시카우가 되고 있기도 하다.)

아이폰X을 베낀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은 삼성에 비슷한 스크린을 주문할 수 있었을 것이고 삼성도 아이폰X에 제공한 것과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디스플레이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애플이 지불한 것과 같은 돈을 기꺼이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화웨이 P20프로와 원플러스6의 화면 아랫부분에 턱이 있는 이유이며 유출된 사진속 구글 픽셀3XL 모습(유출된 사진이 진짜라면)이 흉한 모습인 이유다.

진정한 올스크린 아이폰X가 나올 때 애플을 복제한 업체들은 아이폰X과 보다 비슷한 화면을 얻기 위해 드는 비용이 얼마든지 간에 이를 모두 치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하이엔드 OLED 디스플레이가 될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한 스크린 공급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애플의 부품조달 비용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에게는 엄청난 비용투자가 될 것이다.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이 3D카메라 기술과 무선충전기술을 아이폰 따라하기 항목에 추가하면 제조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안드로이드폰에 페이스ID를 넣지 않더라도 고급 증강현실(AR)기능을 위해서는 3D카메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폰업체들이 이를 더 이상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비용은 구매자에게 전가돼면서 하이엔드 안드로이드폰의 평균판매가격을 높이게 될 것이 뻔하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 제조비를 늘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줄일 수도 있다. 이 올스크린 아이폰은 구매자들에게 차선책 단말기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아이폰X은 증권가와 분석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잘 팔리면서 아이폰 평균판매가격(ASP) 신기록을 낸 것보다 애플에게 훨씬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앞서의 이유에서 보듯 장기적으로 볼 때 아이폰X과 노치는 일반 아이폰과 경쟁하는 일부 안드로이드폰 업체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아이폰X가 애플 경쟁자들에게 완벽한 덫을 깔아놓았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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