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을 맡는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 사업본부가 1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G2와 G3가 시장에서 선전하며 가능성을 열었지만, G4 판매 부진을 시작으로 G5 역시 시장에서 실패하면서 3년 동안 영업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G4와 V10에 있었던 무한부팅 논란, G5에 있었던 초기제품불량 문제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점이 지금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LG전자가 스마트폰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외신의 보도가 있다. 그렇다면 적자의 고리를 끊는 해법은 무엇일까. 둘 중 하나다. 스마트폰 사업을 접거나 시장을 뒤흔드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야만 한다.

이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이끌고 있다. 스마트폰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애플과 삼성도 예전보다 힘들어졌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 논리에서 LG전자는 원가절감 부분에서 중국 업체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중저가폰에 비해 많이 팔면 영업이익이 훨씬 많이 늘어난다. 스마트폰 업체들이 거둬들인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애플이 86%를 차지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아이폰 모델의 ASP(평균 판매단가)는 800 달러(86만5000원)이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ASP는 200 달러(한화 약 21만6000원), 삼성전자는 250 달러(한화 약 27만원) 수준이다. 상황은 매우 어렵다.

LG전자는 가전과 달리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 주자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나 인지도가 낮다. LG 모바일도 이를 알고 극복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적이 있었다. G5가 그 예다.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6에서 모듈형 스마트폰으로 화제를 모으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기존 제품과 다른 차별성은 있었지만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출시를 서둘렀기 때문이다. 수율 문제로 초기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제품 불량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혁신적인 제품도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G5는 LG전자 MC사업본부에게 분기 영업손실 4000억원 이상을 안겨줬다.

하지만 그 이후의 LG MC사업본부의 행보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V20, G6나 V30 모두 제품 차별화에 실패했다. LG는 이를 기본에 충실했다고 표현했다. 후발 주자가 삼성과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기본만 지켜서는 안된다. 기본은 당연하고 이들의 제품보다 더 뛰어난 디바이스를 내놓아야만 한다. G6나 V30이 갤럭시S8과 아이폰X(텐)보다 혁신적인 제품이었을까. 혁신적인 제품이었다면 영업적자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V30이 V20보다 더 안팔렸다는 점은 LG 모바일이 처한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LG 모바일의 경우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는 것 만이 살길이다. 하지만 곧 출시할 G7 씽큐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소식을 보면 차별화 포인트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디자인은 아이폰X, 인공지능 버튼은 갤럭시S9와 닮아 있다. 화웨이도 몇 년 간 노치 디자인을 검토해왔지만 결국 먼저 출시한 것은 애플이었다. 삼성과 애플도 혁신적인 제품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마당에 후발 주자들의 이런 자세는 시장에서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않을 바에는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 것이 차라리 낫다.

LG G7 씽큐 추정 이미지 (사진=GSM아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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