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해 KT스카이라이프가 알뜰폰 사업자로 등록할 당시 과기정통부와 KT가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5G 100GB 알뜰폰 요금제 출시를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어 KT가 보다 적극적으로 약속 이행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8월 KT스카이라이프가 알뜰폰 사업 등록을 신청하자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기존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에 부과한 등록조건과 함께 이동통신시장의 공정경쟁 촉진을 위한 추가 조건을 부과(전기통신사업법 제6조 및 제16조)했다. 

당시 부과된 조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5G 도매대가와 관련해 현재 제공중인 2종 요금제(8GB+1Mbps, 200GB+10Mbps) 도매대가를 도매제공의무사업자(SK텔레콤) 대가 인하 수준에 맞춰 낮추고, 최근 신규 출시한 5G 요금제도 향후 도매 제공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관련기사/KT스카이라이프 알뜰폰 진출...과기정통부 조건부 등록)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KT(KT스카이라이프)는 정부와 5G 100GB 요금제 출시도 문서를 통해 약속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과기정통부는 KT가 5G 100GB 요금제 출시와 관련해 보다 신속하게 움직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KT는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KT스카이라이프가 조건부로 알뜰폰 사업을 등록한 만큼, 정부에 약속한대로 5G 100GB 요금제 출시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5G의 경우 10GB 이하 요금제와 200GB 요금제로 저가와 고가 데이터 차이가 심한편이다. 이런 차이를 통해 고가 요금제 가입을 이통사들은 유도하고 있다.

즉,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올리기 위해 업셀링(고객이 구매하려던 것보다 가격이 더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판매방식, Up-selling)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KT 측에 5G 100GB 요금제 출시 조건을 붙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5G 100GB 요금제 출시의 경우 KT가 제시했던 중소알뜰폰 상생방안 중 하나로 스카이라이프가 이것에 대해 언급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모기업인 KT로부터 망도매를 제공받아 요금을 출시해야 하는데, KT 동의 없이 요금제 출시를 진행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알뜰폰을 활용해 통신비 부담을 경감시켜 가계생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와 협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정부는 종량제(RM, Retail Minus) 대가 인하 및 데이터선구매제로 알뜰폰 업체 자체 설계 요금제를 이끌어내 다양한 요금제가 출시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알뜰폰 추가 활성화 대책을 계획하고 있다.

이통사 요금제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수익배분 방식(RS, Revenue Share)이 아닌, RM 방식과 데이터선구매제를 통해 자체 설계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정부는 알뜰폰 업체들이 RM 요금제 출시 시점을 조율해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다음달 안으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망도매대가란 알뜰폰 사업자들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려쓰는 대가를 말한다. 망도매대가의 경우 RM과 RS로 나뉜다. LTE나 5G 등 데이터가 많은 요금제의 경우 주로 RM이 아닌 RS가 사용된다.

RM는 3G 요금제에 주로 적용되는 방식으로 데이터 사용량만큼 도매대가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RS는 LTE나 5G에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뜰폰 업체가 이통사 특정 정액 요금제를 재판매할 때 해당 요금 일정 비율을 이통사에 도매대가로 지불하는 형태다. 알뜰폰 업체의 경우 요금 설계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고용량 데이터 요금제의 경우 RM을 이용할 경우 단가가 맞지 않아 이통사 요금제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망제공사업자 SK텔레콤과의 협상을 통해 RM방식에서 전년(2019년) 대비 음성 42.4%, 데이터 22.7%로 낮췄다. 이에 따라 알뜰폰 업체들이 5G 5GB~6GB 요금제 출시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1만원대 5G 알뜰폰 요금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만원대 5G 요금제 등 다양한 틈새 요금제가 나올 경우 소비자 혜택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또한 해당 알뜰폰 요금제가 인기를 끌 경우 시장논리에 따라 알뜰폰이 아닌 이통사들도 이와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의 경우 온라인 전용 언택트 5G 요금제를 대상으로 저가(9GB) 60%, 고가(200GB) 63%의 수익배분(RS, Revenue Share) 비율로 알뜰폰 업체에게 망도매를 제공한다. SK텔레콤이 저가에서는 이익의 60%를 가져가고, 고가에서는 63%를 갖고 간다는 의미다. 정부는 선택약정할인 적용 기준인 75%를 도매대가 인하 전의 원가라고 보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오프라인(일반) 5G 요금제에서도 SK텔레콤 수준으로 9GB(저가) RS 60%, 180GB(고가) 63%로 망도매대가를 인하했다. (관련기사/[단독] 과기정통부-LGU+ 망도매협상 마무리...추가 알뜰폰 대책 나온다) 하지만 KT는 저가 62%, 고가 68% 수준으로 망도매를 제공한다. 

과기정통부는 매년 망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을 진행한다. 다만, LG유플러스가 LG헬로비전(예전 CJ헬로) 인수를 추진할 때 정부는 인가조건으로 LG유플러스에게 3년 간 정부와 망도매대가 협상을 하도록 했다.

정부는 KT가  망도매대가 협상을 해야 하는 의무 사업자는 아니지만 인하 관련 협의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알뜰폰 시장 가입자 1위 업체는 KT엠모바일로 80만4523명이다. 2위는 에스원으로 77만8270명, 3위는 미디어로그로 61만8000명이다. 4위는 LG헬로비전으로 60만9423명, 5위는 SK텔링크로 52만517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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