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 위원회 위원장(NEC)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 위원회 위원장(NEC)

[디지털투데이 박인성 인턴기자] 4일(현지시간)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 독점을 저지하기 위해 자국 기업들과 독자적인 5G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윌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런 백악관의 계획은 미국의 일부 통신·기술기업들이 '공동의 표준'에 합의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5G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어떤 하드웨어 업체의 장비에서도 소프트웨어 코드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5G 기술의 강자로 부상한 화웨이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커들로 위원장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델, AT&T 등이 이 같은 계획의 일원이며, 핀란드의 노키아와 스웨덴의 에릭슨 등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본적으로 미 기업들이 미국의 5G의 설계와 인프라를 모두 수행하는 것이 큰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델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기존의 많은 장비를 대체할 클라우드 능력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델의 설립자 마이클 델의 말을 빌리자면 5G에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잡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우리가 하나의 단순한 인프라 하에 5G를 넣을 수 없느냐'는 언급을 지속해왔다"면서 미국의 자체 5G 기술개발 노력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있다는 점을 밝히는 한편,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의 5G 인프라 개발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은 앞서 중국의 5G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업체에 1조원대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초당적인 법안이 미 상원에서 발의됐다고 지난달 14일 보도한 바 있다.

미 상원 정보위원장인 리처드 버 의원(공화)과 정보위 간사인 마크 워너(민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중국의 5G 기술에 맞서기 위해 5G 등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업체에 최소 7억5000만 달러를 투입하도록 했고, 무선 주파수 경매를 통해 지원 자금을 조달하도록 했다. 법안은 또한 이동통신장비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5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별도로 조성하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AFP 통신은 화웨이가 유럽에 5세대 이동통신(5G) 제조기지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해 주목된다.

화웨이 유럽 최고경영자(CEO) 에이브러햄 류는 4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춘제(春節·중국의 설)에 맞춰 개최한 신년회에서 "유럽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류는 "화웨이가 그 어느 때보다 유럽에 집중하고 있다"며 유럽에 공장을 설립함으로써 "이제 유럽을 위해, 유럽에서 만든 5G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의 유럽 생산기지 건설 계획은 유럽연합(EU)이 각 회원국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위험성이 큰 공급자'를 배제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한 직후 나왔다.

미국으로부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아온 EU는 이번 지침에 중국이나 화웨이를 명시하지 않으면서 일종의 절충점을 찾았다. 그간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기밀이 중국에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EU를 비롯한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 배제를 촉구해왔다. EU 탈퇴를 공식화하기는 했지만, 영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도 지난달 28일 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미국의 공세와 이를 의식하는 유럽을 겨냥한 듯 류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의혹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첨단 기술업계가 "점점 더 지정학적 문제, 무역 협상, 외교적 대화에 얽혀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유럽을 향해 "공동의 규칙"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촉구했다.

화웨이의 최고 보안책임자인 앤디 퍼디는 "미국이 자국 또는 유럽 기업들이 개발하는 5G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원한다면, 미 정부는 5G 기술의 라이선스를 얻기 위해 미 기업들에 우리와 협상을 시작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퍼디는 또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미국의 5G 기술은) 기능성과 확신 측면에서 화웨이 제품에 1~2년 뒤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가 유럽에 5G 장비 제조 공장을 짓는다면 화웨이의 보안 능력을 의심하는 여타 EU 회원국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다고 AFP는 평가했다.

화웨이는 현재 12개 EU 회원국에 지사 2곳, 연구소 23곳을 운영하면서 1만30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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