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민앤지 창립자 겸 세트뱅크 대표이사
이경민 민앤지 창립자 겸 세틀뱅크 대표이사

 

IT서비스 기업 ‘민앤지’와 핀테크 기업 ‘세틀뱅크’, 그리고 프로바이오틱스 기업 ‘바이오일레븐’. 이들 세 회사의 공통점은? 언뜻 큰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이들 세 회사는 여러 가지로 닮은꼴이다.

먼저 수익성과 성장성이 뛰어나다. 민앤지의 영업이익 성장률은 자타공인 국내 IT서비스 상장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핀테크 상장기업인 세틀뱅크의 영업이익 성장률도 연평균 30%에 달한다. 바이오일레븐 역시 상장기업은 아니나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80% 이상 급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독보적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민앤지가 최초로 개발한 휴대폰번호 도용방지 서비스는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혁신적인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세틀뱅크의 국내 간편현금결제 시장 지배력은 무려 97%다. 그런가하면 신약 개발과 유통을 아우르는 바이오테크 기업은 바이오일레븐이 사실상 유일하다.

그리고 이들 세 회사의 중심에 있는 것이 이경민 대표다. 세틀뱅크와 바이오일레븐은 민앤지의 계열사들이다. 2009년 민앤지를 창업한 이 대표는 2016년 세틀뱅크와 바이오일레븐을 인수하며 IT서비스를 넘어 핀테크와 바이오테크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2015년 민앤지에 이어 지난해에는 세틀뱅크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쾌거를 이뤘다. 주요 계열사 3곳 중 2곳이 상장사인 셈이다.

이 대표의 도전은 아직 진행형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구독형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그는 "플랫폼은 판매자가 유통자이면서 소비자가 될 수 있다. 참가하는 사람의 수만큼 N의 모델이 발생하기 때문에 파괴력이 매우 크다”며 "민앤지와 계열사의 경우 사람이나 조직에 대한 플랫폼은 갖춰진 것 같다. 이제 이를 기반으로 여러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추가 인수합병도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디지털투데이는 2020년을 맞아 다양한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생한 현장 얘기를 들어보는 '디투 초대석'을 신설했다. 그 첫번째 주인공으로 이경민 민앤지 창업자 겸 세틀뱅크 대표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민앤지 본사에서 만나봤다. <편집자주>

 

대담=한민옥 편집국장

 

-IT서비스, 핀테크, 바이오 등 다양한 회사들을 두고 있다. 계열사별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또 올해 가장 주목하고 있는 회사는 어디인가.

“민앤지의 경우 올해는 전년도에 가능성을 본 신사업을 좀 더 발전시켜 미래 먹거리를 찾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또 세틀뱅크는 핀테크 혁신이 일어나는 시기에 맞춰 세틀뱅크만의 서비스 차별화와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할 생각이다. 바이오일레븐은 프로바이오틱스 전문에서 확장해 비타민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종합 바이오테크 기업으로서 도약하기 위해 신약 개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주목하고 있는 회사는 계열사 모두가 중요해 꼽을 수 없을 것 같다(웃음)."

 

-계열사 간 시너지가 중요할 것 같다. 시너지 창출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IT는 전 분야를 묶을 수 있다. IT와 금융을 묶은 것이 핀테크, IT와 바이오를 묶은 것이 바이오테크다. 예를 들어 민앤지의 IT서비스와 세틀뱅크의 금융인프라가 결합하면 좋은 시너지가 나올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두 회사 간 테스크포스(TF) 팀을 만들었다. 이 TF 외에도 다양한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TF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

“새로운 '구독형 서비스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첫번째 영역은 '페이'다. 현재 포털 등에서 상용화한 페이들은 자기 브랜드와 자기 플랫폼 회원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시장에는 이런 페이기업이 아니지만 독립된 페이를 만들고 싶은 기업들이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오픈 페이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노브랜드 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조로 보면 주문자생산방식(OEM)이라 할 수 있다. 세틀뱅크는 회원을 제외하면 모든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다. 중소형 사이트들은 우리의 기술을 기반으로 자사의 브랜드명을 붙여 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A사이트는 A페이, B사이트는 B페이 같은 식이다. 우리는 통합 플랫폼을 통해 이들이 회원을 공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대표께서 생각하는 플랫폼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플랫폼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비즈니스 플랫폼도 있고 사람, 조직, 문화 등도 다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회사는 사람이나 조직에 대한 플랫폼은 갖춰졌다. 세틀뱅크 인수도 민앤지의 좋은 플랫폼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민앤지가 좋은 플랫폼이 아니라면 세틀뱅크를 인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틀뱅크 역시 좋은 플랫폼이 되면 새로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 비즈니스적인 플랫폼은 판매에서 유통, 소비자로 이어지는 기존의 1차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서, 판매자가 유통자이면서 소비자가 될 수 있다. 플랫폼은 N개의 모델이 발생해 파괴력이 상당히 크다. 이제는 이런 조직 플랫폼을 바탕으로 여러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M&A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금전적 투자를 위한 인수합병은 하지 않는다. 외연 확장보다는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시키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인수합병을 하고 있다. 이는 회사가 성장할수록 직원들이 성장하고, 성장하는 직원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 추가 M&A 계획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분야인가.

“사업은 자전거 이론이 통용된다. 돌리지 않으면 넘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기존 것을 더욱 잘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기존 회사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확장하는 것은 어렵다. 정확한 수익 모델을 새롭게 만들어주지 않는 이상 어렵다. 하지만 밖을 보면 새로운 것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을 M&A하면 사업이 확장된다. 영역은 다양한 분야를 두루 보고 있다. 우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필요에 따라 과감한 선택을 할 준비도 되어 있다.”

 

 

-계열사별로 좀 더 구체적으로 묻겠다. 먼저 창업 10년 만에 민앤지를 중견 IT기업으로 우뚝 세운 비결을 꼽는다면.

“아직은 중견 기업이라는 말도 쑥스럽다. 갈 길이 멀다. 민앤지 조직의 강점은 유연한 조직 문화다. 또 성과를 내기 위해 팀 간에 적절한 경쟁을 통해 변화 발전에 민감하다. 생활 밀착형으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IT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세심한 상품을 개발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이동통신사 중심의 사업 구조는 안정적이나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 사업 다각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바로 구독형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이유다. 새로운 구독형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생활 전반에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위치정보 기반 레저보험’ 상품도 그 일환이다. 또한 광고 사업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용 게임을 PC로 에뮬레이터 해주는 ‘미뮤 앱플레이어’를 인수해 새로운 시장 확대도 꾀하고 있다.

 

-세틀뱅크의 경우 상장 후 달라진 점이 있는가.

“세틀뱅크에 대한 외부 기대감이 높아졌다. 상장과 맞물려 혁신금융 서비스에 지정되고 핀테크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어 사업 추진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졌다.”

 

-결과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세틀뱅크 인수는 과감한 모험이었는데 인수 배경이 궁금하다.

“모험에 성공했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모험이 아니라 도전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이다. 회사는 성장하지 않으면 넘어지는데, 작은 회사를 인수하고 또 투자하면서 워밍업을 했다. 세틀뱅크는 시장이 있었고 또 우리가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도전했다.”

 

-오픈뱅킹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과 함께 핀테크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오픈뱅킹은 핀테크 기업에 있어 ‘기회’이자 ‘위기’다. 핀테크 전성시대를 맞아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세틀뱅크는 오픈뱅킹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오픈뱅킹으로 현금 결제 비중이 높아지고, 현금의 흐름이 많아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세틀뱅크가 경쟁력이 있다. 중소상인들을 위한 페이 서비스인 ‘내통장 결제’를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고, 올해는 가맹점을 좀 더 확대할 생각이다. 이 외에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신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바이오일레븐을 인수하며 바이오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이유가 있는가.

“바이오는 큰 부가가치로 도전할 가치가 있는 영역이라 판단했다. IT와 이종 산업 간 융합의 시대다. 아직도 바이오 시장의 많은 영역에는 IT를 도입하지 않았다. 아주 기본적인 IT 기술만으로도 바이오 산업에 혁명을 불러올 수 있다. 우리는 민앤지로 축적된 IT 노하우를 바탕으로 ‘또박배송’, ‘온오프채널마케팅’을 진행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도 해외수출과 신약 개발 등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 바이오일레븐의 현재 주력 제품과 추가할 제품을 소개해 달라.

“현재는 프로바이오틱스 ‘드시모네’ 브랜드와 유산균 스킨케어 브랜드 ‘바유’가 있다. 이외에 올해 좀 더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다수의 원료를 수입해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다. 앞으로는 중국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의 국내 판로를 확대하는 것과 새로운 수출 판로를 뚫는 두 가지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최근 스위스(Swisse)란 호주산 비타민제의 판매권을 획득했다. 이미 중국에 4조원 정도의 시장을 갖고 있는 제품이다. 드시모네는 중국에 수출하고, 스위스는 국내에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예정이다. 현재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 기능식품 전체에서 2위의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으로 안정적인 판매가 가능한 시장이다.”

 

-민앤지와 바이오일레븐의 시너지는 무엇이 있나.

“바이오에 IT를 결합할 때 최신 하이테크 기술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적정기술을 적용해도 바이오 시장에서는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처음 드시모네에는 박스당 30개가 들어있었다. 누구든 매달 한 박스씩 먹는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정기배송 하기 딱 좋은 포장이라는 신호가 왔다. 5년 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는데 정기배송까지 한다는 것은 모험과 같았다. 지금은 바이오일레븐 쇼핑몰의 60%가 ‘또박 배송’으로 판매된다. 정기적으로 ‘또박또박’ 받아먹는 사람이 월 6000명이다. 결제하면 원하는 날짜에 맞춰 배송한다. 약국의 유통채널도 혁신했다. 약국 영업은 영업사원이 얼마나 약사를 많이 만나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차로 영업을 뛰면 하루에 몇 명 만나지 못한다. 여기에 비대면 영업을 추가했다. 영업사원이 이동을 위해 차 안에 있을 때, 내부 직원은 온라인 메신저로 대면 약속을 잡는다. 또 약사들에게도 또박 배송을 한다.”

 

-신약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아는데 어떤 제품인가.

"연구소에서 마이크로 바이옴을 활용한 면역 항암제를 만들고 있다. 보통 병이 생기면 'T세포'란 면역세포가 외부에서 유입된 바이러스나 세균 등을 공격한다. 하지만 암은 일반적인 세포인 것처럼 위장해 T세포의 공격을 피한다. 이 때문에 기존의 항암치료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다른 건강한 세포도 피해를 입는다. 새로 개발하는 약은 T세포에게 어떤 것이 암세포인지를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약 자체가 암을 치료하지는 않지만 면역 세포가 암을 죽일 수 있도록 돕는다. 보통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신약 개발을 하거나 새로운 유통을 한다. 직접 돈을 벌어서 투자하는 바이오일레븐 같은 기업은 시장에 보기 힘들 것이다.”

 

 

-이노베이션랩을 통해 R&D 능력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업은 먼저 기획하고 R&D가 뒤따르는 기획부문이 이끄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IT기업들은 R&D 개발의 잠재력이 크고 R&D가 기획을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이제 안정적인 규모가 됐으니 R&D에 투자를 하려고 한다. 먼저 개발하고 융합해서 세일즈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노베이션랩에는 매출에 신경쓰지 말고 만들라고 주문했다.”

 

-민앤지와 계열사들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높다. 대표가 생각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키워드로 발하면 셀프 제너레이터, 즉 스스로 자가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회사에서 주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회사의 성장에 맞춰 같이 성장하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 회사에는 그런 친구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임원들은 전문성보다는 리더십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전문가의 영역이 있다. 잘하는 영역이 있는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히면 회사도 개인도 힘들어진다. 전문가 중에서도 리더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중용한다.”

 

정리=양대규 기자, 사진=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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