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지난달 23일 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 1만 6000원대였던 주가가 한때 1만 2000원대까지 약 25%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4월 기록한 2만 2000원대보다는 무려 45% 급락했다. LG디스플레이의 현재 주가는 22일 증시 마감 기준 1만 3000원을 기록 중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주가가 이렇게 내려간 것에는 2분기 적자의 영향과 3분기에도 업황이 지속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일부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적자가 폭이 커지면서, LCD에서 OLED로의 전환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소현철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목표주가를 2만 1000원에서 19% 하향한 1만 7000원으로 제시했다.

지난 20일 소현철 연구원은 “중소형 OLED 라인의 수율 이슈로 매출 발생이 지연되면서 2분기 말 순차입금은 8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4조 4000억 원 대비 4조 5000억 원 급증했다”고 밝혔다. 순차입금은 당장 있는 현금을 빚으로 갚는 데 다 사용하고도 남는 빚을 말한다. 이런 빚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소 연구원은 순차입금의 증가와 함께 대외적인 요건도 LG디스플레이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내수 IT 수요부진으로 75인치 UHD LCD TV 패널 가격하락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10월 LCD TV 패널 가격이 현금원가 이하까지 하락하게 되면 LCD TV 가격하락세가 진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10월까지는 LCD 패널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이다.

앞서 실적발표 후 하나금융투자 김현수 연구원 역시 LG디스플레이가 3분기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김현수 연구원은 “3분기에는 광저우 WOLED TV 라인 및 파주 POLED 모바일 라인 신규 가동에 따른 고정비 증가로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LCD TV 부문의 경우 3분기 중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라인 감산에 따른 패널 가격 반등이 이뤄져도 현 수준 수익성 하에서 LCD TV 부문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사진=LG디스플레이)

"3분기 OLED 전환 가속해야"

전문가들은 LG디스플레이가 3분기부터 OLED 전환을 가속화해, 올해 하반기 동안 위기를 견디면 내년부터는 반등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래에셋대우 김철중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실적발표 후 “3분기부터 동사의 OLED 사업 정상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철중 연구원은 “대형 OLED 광저우 라인 가동 시작으로 물량 증가가 본격화되며, 북미 고객사(애플) 향 POLED 공급 시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광저우 라인 양산의 시작으로 애플의 수주가 재개되면,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안정적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CFO 전무 역시 “3분기부터 광저우 OLED 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면 OLED 패널 생산능력이 현재의 두 배 가까이 확대되어 대형 OLED 사업성과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파주의 모바일용 플라스틱 OLED 신규공장도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며, 구미 공장도 복수의 거래선 대상으로 공급이 확대된다. 또한, 자동차용 플라스틱 OLED도 하반기에 제품을 첫 출시해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애플이 한국이 아닌 중국과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맥루머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2020년형 아이폰용 OLED 패널에 중국 BOE 패널을 채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애플은 삼성전자의 OLED 패널을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모델은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최근 한일 무역분쟁으로 인한 한국 디스플레이 공급의 불확실성과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차원 등의 이유로 중국 BOE와 손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중국 OLED 투자, 삼성보다 LGD에 더 위협적

최근 중국 업체들이 OLED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9년 하반기~2020년에 걸쳐 중국의 OLED 투자 및 라인 가동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연구원은 BOE 등 중국 메이저 패널 업체들의 하반기 OLED 라인 가동률 상승 및 신규 투자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하반기 양산 가동 전망되는 중국 업체들의 CAPA(생산규모)는 약 90K/월 규모로, 삼성디스플레이 A3 라인(135K/월)의 2/3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거센 추격은 이미 LCD의 생산능력을 넘어섰으며, 한국의 주력 품목이자 미래를 견인할 OLED까지 위협을 시작했다”며, “또한, 일본은 디스플레이 분야 첨단 소재부품을 무기화하면서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하는 등 우리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LCD 시장점유율에서 한국은 2015년 38.9%에서 2018년 29.3%로 줄었으나, 중국은 같은 기간 15.8%에서 30.6%까지 성장했다. 또한 OLED 시장에서 같은 기간 한국은 98.5%에서 95.9%로 줄었으며, 중국은 0.5%에서 3.2%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지난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40.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의 BOE가 점유율 11.9%로 급등하며, 12.3%로 2위를 차지한 일본 JDI를 바짝 추격했다. IHS마킷은 BOE의 2분기 점유율이 15%를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10(사진=양대규 기자)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10(사진=양대규 기자)

전문가들은 중국의 공세에 삼성디스플레이보다는 LG디스플레이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모바일 영역에서 OLED로 전환해 해당 시장을 거의 독과점하며 많은 수익을 실현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현재 OLED로의 전환이 진행 중인 후발주자로 중국보다는 앞서 나가지만, 중국이 가격과 물량을 쏟아내면 이익 실현이 많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충분한 물량확보가 가능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판매량이 적인 LG전자의 스마트폰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애플, 화웨이 등 다른 스마트폰 고객사를 확보해야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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