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디스플레이 굴기’라는 정책적 지원 아래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내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LCD 시장은 이미 중국의 전문 영역이 되고 있고, LCD보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OLED 시장까지 중국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OLED 추격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짧게는 3년 안에 중국이 OLED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피해간 중국의 디스플레이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최근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주요 소재들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해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분석한다.

애플, 日 수출 규제로 BOE에 패널 공급 문의

지난 10일 중국의 일부 IT 매체들에 따르면, 애플이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OLED 패널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BOE에 패널 공급과 관련해 문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아이폰에 들어가는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거의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아이폰의 OLED 패널 생산을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단행한 품목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가 OLED 패널의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두 제품을 공급받지 못해 OLED 패널이 생산을 못 하면, 아이폰 출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애플이 BOE에 관련 내용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직 BOE의 제품 품질이나 생산능력이 애플의 조건에 부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BOE보다 높은 OLED 생산 능력을 가진 LG디스플레이 역시 애플의 까다로운 조건에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고순도 소재를 사용하지 못 하면 국내의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의 OLED 생산력이 일부 떨어질 수 있다며, BOE에게 일부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자사의 OLED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난 9일 강인병 LG디스플레이 CTO 부사장은 "일본 수출 규제가 디스플레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인병 부사장은 이날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산업미래전략포럼'에서 "세 가지 규제 물질 중 불산(에칭가스)에 문제가 있지만 반도체만큼 사용량이 많지 않다"며, "전체 불산 사용량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율도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불산은 일본 말고 중국, 대만에도 있어 어떻게 활용하냐가 고민이고, 재고 파악도 정확히 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 대만산의 품질 차이가 많이 날지 제품 생산에 활용하기 위한 테스트에도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OLED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현재 판단으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대책을 잘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본격적으로 中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더라도, 디스플레이 굴기로 급성장하는 중국 업계에 탄력을 얹어주는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은 미국에 디스플레이 패널 회사가 없으며, 반도체나 통신 등 기타 기술 산업에 비해 안보 등 주요 이슈와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이유로 올해 상반기 꾸준한 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들이 하반기 본격적으로 공격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하나금융투자 김현수 연구원은 “2019년 하반기~2020년에 걸쳐 중국의 OLED 투자 및 라인 가동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연구원은 BOE 등 중국 메이저 패널 업체들의 하반기 OLED 라인 가동률 상승 및 신규 투자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하반기 양산 가동 전망되는 중국 업체들의 CAPA(생산규모)는 약 90K/월 규모로, 삼성디스플레이 A3 라인(135K/월)의 2/3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BOE의 플렉시블 OLED(사진=BOE)
BOE의 플렉시블 OLED(사진=BOE)

또한 김 연구원은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에 걸쳐 중국의 신규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BOE의 세 번째 플렉시블 OLED 팹(Fab)인 월 45K 규모의 B12, 비저녹스의 월 45K 규모의 V3를 중심으로, CSOT, Tianma 등 기타 업체들의 투자가 연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앞서 5월 디스플레이 전문 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는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1분기 플렉시블 OLED 출하량에 대해 “전년 동기 비중 97%에서 86%로 11%p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하며, “화웨이를 등에 업고 380만 장의 플렉시블 OLED 패널을 공급한 BOE가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2023년부터 중국 OLED 생산량 국내 위협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3~4년 사이에 국내 OLED 시장을 본격적으로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비리서치 이충훈 대표는 2023년 BOE의 생산규모가 삼성디스플레이의 A3와 A4 공장의 합계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Visionox과 CSOT, Tianma를 합치면 중국 패널 업체들의 6세대 플렉시블 생산 규모는 한국 패널 업체의 생산 규모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충훈 대표는 “중국 패널 업체들의 현재 패널 수율은 70% 정도로 상향됐으며, 모듈 수율까지 합치면 아직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수율 향상 속도를 감안하면 2~3년 이내에 70%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수율은 중국 시장의 OLED 패널 사양이 전세계 패널 사양에 비하면 낮은 것을 고려한 수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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