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2019년 상반기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23일 실적 발표를 통해 3687억 원의 영업손실을 밝혔으며, 31일 실적 발표가 예상되는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고는 약 2000억 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부진을 면치 못한 두 업체가 하반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중국의 OLED 산업의 성장과 일본 수출 규제의 장기화 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적극적인 투자로 중국의 공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최근 3조 원의 투자를 단행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추가적인 투자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소재부품 무기화가 국내 디스플레이 위협"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관계자는 24일 “중국의 거센 추격은 이미 LCD의 생산능력을 넘어섰으며, 한국의 주력 품목이자 미래를 견인할 OLED까지 위협을 시작했다”며, “또한, 일본은 디스플레이 분야 첨단 소재부품을 무기화하면서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하는 등 우리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LCD 시장점유율에서 한국은 2015년 38.9%에서 2018년 29.3%로 줄었으나, 중국은 같은 기간 15.8%에서 30.6%까지 성장했다. 또한 OLED 시장에서 같은 기간 한국은 98.5%에서 95.9%로 줄었으며, 중국은 0.5%에서 3.2%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지난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40.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의 BOE가 점유율 11.9%로 급등하며, 12.3%로 2위를 차지한 일본 JDI를 바짝 추격했다. IHS마킷은 BOE의 2분기 점유율이 15%를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차세대 먹거리인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도 중국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 관계자는 “SDC는 2019년 1분기 3470만 장의 플렉시블 OLED 패널 출하가 예상돼, 1위 지위는 굳건할 것”이라며, “전년 동기 비중 97%에서 86%로 11%p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2위 업체는 “화웨이를 등에 업고 380만 장의 플렉시블 OLED 패널을 공급한 BOE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사진=LG디스플레이)

업계 일부에서는 중국의 BOE가 애플의 OLED 패널도 생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중국의 일부 IT 매체들은 애플이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OLED 패널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BOE에 패널 공급과 관련해 문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단행한 품목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가 OLED 패널의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두 제품을 공급받지 못해 OLED 패널을 생산하지 못 하면, 아이폰 출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애플이 BOE에 관련 내용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확대되면, 디스플레이 소재 수급에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한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에칭가스 외에도 다양한 소재들이 일본을 통해 수급되기 때문이다.

OLED, 삼성은 '투자 유보'·LG는 '3조 투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의 위협과 일본의 수출 규제에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보수적인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열린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투자와 관련한 논의 없이 결정을 연기했다. 업계는 1분기 어닝쇼크로 대규모 투자 결정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 역시 애플에서 받은 위약금을 제외하고는 적자가 예상되면서, 투자 확대를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 2분기 실적에 대해 “일회성 이익(애플의 위약금)을 제외하면 0.2조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비슷한 적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OLED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LG디스플레이는 파주 P10 공장 내 10.5세대 OLED에 3조 원을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1월 LG디스플레이는 P10 신규 공장 건설 및 일부 설비를 위해 1조 8400억 원의 투자를 시작했다. 이어 2017년 7월, 월 3만 장 생산을 목표로 2조 8000억원의 선행투자를 결정, OLED 하판을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에는 기존 3만 장분의 OLED 증착 중심의 잔여 투자와 추가로 월 1.5만 장 생산이 가능한 설비 확보에 총 3조원을 투자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10.5세대 OLED 생산기반이 확보되면 LG디스플레이는 초대형 TV시장에서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존 TV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월페이퍼, CSO, 롤러블 등 차별화 제품을 생산하고 OLED 애플리케이션을 확대해 신시장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사진=LG디스플레이)

또한 하반기에는 중국의 OLED 공장도 양산을 시작하며, 생산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CFO 전무는 “3분기부터 광저우 OLED 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면 OLED 패널 생산능력이 현재의 두 배 가까이 확대되어 대형 OLED 사업성과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파주의 모바일용 플라스틱 OLED 신규공장도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며, 구미 공장도 복수의 거래선 대상으로 공급이 확대된다. 또한, 자동차용 플라스틱 OLED도 하반기에 제품을 첫 출시해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G디스플레이는 소형 웨어러블 제품부터 초대형 TV까지 전제품 OLED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업체로서,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대형, 소형 OLED의 안정적인 양산을 통해 기회 요인을 극대화하고 사업구조 전환을 가시화할 계획”이라며, “2017년부터 이어진 대규모 투자가 올해 마무리됨에 따라 외부 변수에 대한 기민한 대응은 물론, 내부적으로 시장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을 강화해 내년부터는 의미 있는 성과 창출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국 역시 하반기 OLED 시장에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국내 업체들에게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9년 하반기~2020년에 걸쳐 중국의 OLED 투자 및 라인 가동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연구원은 BOE 등 중국 메이저 패널 업체들의 하반기 OLED 라인 가동률 상승 및 신규 투자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하반기 양산 가동 전망되는 중국 업체들의 CAPA(생산규모)는 약 90K/월 규모로, 삼성디스플레이 A3 라인(135K/월)의 2/3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