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성준은 지금도 어느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제2의 김성준은 지금도 어느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 석대건 기자
  • 승인 2019.07.26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일, 한 50대 남성이 지하철을 기다리던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하다가 들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 남성은 SBS 8시 앵커였던 김성준 논설위원이었다.

김성준 위원은 체포 당시 범행을 부인하고 역 밖으로 도주했지만, 경찰관에 의해 붙잡혔다. 스마트폰에서는 김성준 전 위원이 불법 촬영된 사진이 발견됐다. 

“술 마시고 실수? 의도적인 범행!”

김성준 전 위원은 경찰 조사에서 “술을 지나치게 마셔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빙성은 없다. 소식을 접한 A씨는 “여성 사진을 찍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하철을 찾아간 것”이라며, “가지고 있는 사진들도 압수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범행 장소였던 영등포구청역은 SBS 인근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이다. 게다가 김성준 전 위원은 한 예능에서 사진 촬영이 취미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당시 촬영 사진 외에도 다른 여성의 사진도 발견됐다. 경찰은 김성준 전 위원의 스마트폰을 압수, 디지털 포렌식 복구를 통해 추가 범죄 여부를 조사하고 재소환할 예정이다.

SBS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김성준 전 위원은 촬영 취미를 가졌다고 밝혔다. (사진=SBS 갈무리)

대부분 서울 지하철역 불법 촬영 범죄 가능성 높아

실제로 유동인구가 높은 지하철역일수록 디지털 성범죄 위험도가 높았다. 

지난 6월 열린 ‘R&D기반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경찰청의 안심맵에 따르면, 20대 여성이 많은 역에서 불법 촬영 범죄 가능성이 크게 나타났다. 또 혼잡하고 많은 사람이 오가는 상업·오피스 지역 인근의 역이 범죄율이 높았다. 

안심맵은 ‘유동인구 기반 지하철역 디지털 성범죄 위험도’로, 경찰청이 디지털 성범죄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 ‘지오프로스 (GeoPros)’를 기반으로 범죄 위험도를 시각화한 지도다. 

경찰청의 안심랩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9호선 대부분 역은 불법 촬영 범죄 가능성이 높은 '위험' 수준 이상이다. (사진= 경찰청 안심랩)
경찰청의 안심맵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9호선 대부분 역은 불법 촬영 범죄 가능성이 높은 '위험' 수준 이상이다. (사진= 경찰청 안심랩)

안심맵을 보면, 서울 지하철 내 불법 촬영 범죄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대부분의 지하철역이 ‘위험’ 수준이며, 특히 종로3가, 서울역, 고속터미널역, 김포공항역 등 주요 환승역이 ‘고위험’ 역으로 나타났다. 김성준 전 위원이 범행 장소로 찾는 영등포구청역은 ‘위험’ 수준으로 분류됐다.

지오프로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프로파일러 임홍규 경찰청 경장은 컨퍼런스에서 “지하철 불법 촬영 90%가 스마트폰에 의해 이뤄지고 있고, 최근 초소형 디지털 녹화기까지 보급돼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심맵은 'ansimmap'으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김성준 전 위원 사건은  지난 2017년 9월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몰래 카메라 등) 피해 방지 종합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당시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Zero, 국민 안심사회 구현’을 목표로 세우고 변형카메라 불법촬영 탐지 적발 강화, 불법촬영물 유통차단 및 유포자 강력 처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등 국민인식 전환 등을 4대 추진전략으로 세웠다. 

지하철 내 불법 촬영 범죄 홍보 포스터가 가려져 있다. (사진=석대건 기자)
지하철 내 불법 촬영 범죄 홍보 포스터가 설비에 의해 가려져 있다. (사진=석대건 기자)

공공연하게 쓰이는 ‘몰래카메라’와 ‘불법 촬영’의 개념을 구분하고, 불법 촬영을 성적 수치심 유발의 여지가 있는 사진 및 동영상을 촬영했다면, 당사자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촬영 자체만으로도 범죄에 해당한다고 명확하게 했다. 

특히 김성준 전 위원과 같은 불법 촬영자에 대한 처벌의 경우, 벌금형 없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처벌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여전히 처벌 수준이 낮아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질적인 처벌 대책을 마련해 불법 촬영에 대한 범죄 인식 수준이 높여야 한다는 것.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따르면, 불법 촬영 범죄자의 재범률은 53%로, 2명 중 1명에게 처벌 효과는 없다. 

제2의 김성준을 막으려면?

가장 강력한 처벌 규정을 가진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 법은 범죄자가 불법 촬영 시 타인을 포르노의 객체로 이용한 것으로 보고, 음란물과 신체부위가 담긴 영상물을 제작하는 행위로 판단한다. 1년 이상 12년 이하의 징역, 약 4천만 원 이상 약 4억 9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캐나다도 법적 처벌이 강하다. 불법 촬영 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불법 촬영된 사진·동영상을 소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처벌 대상이다.

미국의 불법 촬영 범죄의 경우, 법적 처벌 수준은 낮지만 여론에 의한 사회적 처벌 정도가 강하다. (사진=CNYcentral, TEXASnews)
미국의 불법 촬영 범죄의 경우, 법적 처벌 수준은 낮지만
여론에 의한 사회적 처벌 정도가 강하다. (사진=CNYcentral, TEXASnews)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도 지난 4월부터 불법 촬영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강화됐다. 범죄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으며,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목록에 이름이 올라간다.

미국의 경우,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하거나, 또는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 처벌 정도는 낮아도 여론을 통한 사회적 처벌이 강하다. 그 예로, 불법 촬영 범죄자의 얼굴와 신상정보가 지역 언론에 올라온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대부분 남성은 불법 촬영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다른 여성을 촬용하는 행위를 가볍게 여긴다”며, “게다가 불법 촬영한 사진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만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성준 전 위원이 범죄를 실수 정도로 변명한 것도 낮은 범죄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제2의 김성준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불법 촬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네이버 뉴스 스탠드에서 디지털투데이를 만나보세요.
디지털투데이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 MY 뉴스 설정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