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김 씨(24)는 여름 여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조금이나마 여행 경비를 아끼려고 숙박 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했지만, 몰래카메라(이하 몰카)가 설치된 집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 

숙박을 제공하는 호스트 후기를 꼼꼼하게 읽고 선택했음에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아, 결국 김 씨는 에어비앤비 예약을 취소하고 일반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로 바꿨다.

김 씨는 “단속을 하고 있다지만, 작은 구멍만 보면 몰카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아 노이로제 걸릴 판”이라며, “다소 비싸더라도 더 안전한 숙소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공유 플랫폼을 이용하는 여행객을 노린 디지털 성범죄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공유 숙박 1위 '에어비앤비'...2019년 내 전면 허용 예정 앞둬

에어비앤비는 글로벌 1위 숙박 공유 플랫폼으로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14년에 진출했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290만 명이 이용했으며, 전년 대비 56% 이용객이 증가해 그 성장세도 가파르다. 값비싼 숙박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젊은 층의 니즈를 잘 공략한 것.

정부도 ‘에어비앤비’ 등 공유민박 사업을 사실상 전면 허용하겠다고 ‘2019년 경제 정책 방향’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우리나라 국민은 도시지역에서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수 없고, 농어촌지역에서만 가능하다. 외국인은 지역 상관없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도시지역 거주자가 내국인에게 연간 180일 안에선 공유 민박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진=에어비앤비)
저렴한 비용으로 숙소를 예약하려는 여행자들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고 싶지만, 몰카 등 디지털 성범죄 때문에 예약을 꺼리고 있다. (사진=suitelife)

그러나 문제는 김 씨의 사례와 같이 몰카 등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저지르는 범죄에 대한 마땅한 예방 대책이 없다는 것. 

지금의 안전망으로는 예방은커녕 범죄 후 대책도 마땅치 않다. 우선 호스트 등록 절차의 빈틈이 많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호스트 등록을 위해 ‘관련 법이 허용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에어비앤비는 현지의 신원 조회 또는 성범죄자 기록을 조회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성범죄자 판결만 받지 않았다면, 호스트가 될 수 있는 셈.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8년 1~9월 사이 성폭력특별법 제14조에 의해 불법 촬영·유포 범죄 혐의로 구속된 비율은 2.6%에 그쳤다. 성범죄를 저질러도 성범죄자 판결은 받는 건 어려운 사회 현실에서 유명무실한 안전망에 가깝다.

또 호스트 숙소에 대한 관리도 전적으로 호스트에게 맡기다 보니 몰카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빈틈은 더욱 커진다. 에어비앤비 규정의 숙소 요건은 정해진 위치에 고정될 것, 설명이 정확할 것, 호스트가 명시한 위치에 있을 것, 예약을 받을 수 있을 것 외에 내용적인 요소나 경고 문구는 나와 있지 않다.

오직 호스트 퇴출 기준으로 중대 범죄 기록이 있어 일정 기간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살인이나 테러, 강간, 소아 성추행 등으로 중범죄를 저지를 경우 퇴출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피해 사례 다수..."또 누가 죽어야 대책 내놓을 거냐?"

결국, 사실상 에어비앤비에서 사고 발생 시 호스트 퇴출 외에 플랫폼에서의 해결 방법은 없고, 이마저도 사후적인 대책이기 때문에 이용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지난 2017년 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발생했던 일본인 호스트의 한국인 여성 성폭행 범죄 사건은 언제라도 같은 방식으로 우리나라 에어비앤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4월 아일랜드에서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던 한 가족이 몰카를 발견하고 회사 측에 신고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받지 못해 SNS에 폭로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 이용자들은 플랫폼 밖에서 익명을 이용 후기를 공유하며 예방 대책으로 삼고 있다. (사진=에어비앤비헬 갈무리)
에어비앤비 이용자들은 플랫폼 밖에서
익명 이용 후기를 공유하며 예방 대책으로 삼고 있다.
(사진=에어비앤비헬 갈무리)

당시 에어비앤비는 사건 발생 후, 몰카를 설치한 호스트를 퇴출하며 “현재까지 5억 명의 이용자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지만 이런 일은 드물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몰카를 발견했을 때에만 가능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이용자의 불안감만 더할 뿐이다. 이에 김 씨는 "또 누가 살인을 당해야만 대책을 내놓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전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야"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고육지책으로 에어비앤비 플랫폼 밖에서 피해 및 의심 사례를 공유하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2013년 개설된 ‘에어비앤비헬(airbnbhell)’에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익명 후기가 모여진다.

에어비앤비 플랫폼 내에서는 익명이 아닐뿐더러, 솔직한 후기를 남기더라도 반대로 호스트가 해당 사용자를 평가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용자는 다른 숙소를 예약하지 못하는 등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 

한 공유경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없애려는 노력은 좋지만, 꼭 법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아젠다 세팅만 해줘도 좋을 것 같다”며, “적어도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만 기업도 관련 범죄 해결 방법도 자체적으로 찾고, 소비자 신뢰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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