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가영 서포터즈 기자] 지난 14일 가수 정준영 씨가 경찰에 출석했다. 지난 2015년부터 불법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 때문이다. 

지난 8일에는 한 여성이 자신의 SNS에 “불법 동영상 촬영, 절도 범죄, 강제 추행을 당했다”며 장문의 글과 영상이 게시했다. 영상 속 남성은 정신을 잃은 듯 미동 없이 누워있는 여성 앞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고 성기를 여성의 입에 대는 등 추행을 했다. 현재 당시 상황이 담긴 게시물은 삭제됐다.

최근 스마트 기기의 발전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위험성 또한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도 디지털 성범죄에 의해서 동영상 삭제를 요청한 건수가 3,397건에 달하고 이후에도 16년도 8,500건, 17년도 1만3,000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디지털 성범죄’란 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동의 없이 신체 일부나 사생활을 촬영, 유포, 전시 범죄를 총칭하는 말이다.

‘정준영 동영상’의 피해자, 나의 가족일 수도

디지털 성범죄로 생긴 불법 촬영물은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데에서 그 문제점이 심각하다. 실제 가수 정준영 씨의 사건이 보도된 이후, 메신저나 포털을 통해 ‘정준영 동영상’이라며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 

카카오톡을 통해 지인으로부터 일명 ‘정준영 동영상’을 공유받은 한유진(23, 가명) 씨는 “저는 뒤늦게 (단톡방 메시지를) 확인해서 이미 영상은 지워져 있는 상태였는데 솔직히 좀 불쾌했어요. 그 동영상이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도, 사실이 아니라도 해도 문제인거잖아요”라고 밝혔다.

김수현(21, 가명) 씨는 동생으로부터 ‘정준영 동영상’을 받았다. ‘진짜’ 정준영 동영상은 아니었다. ‘정준영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링크를 클릭하면 전혀 의미없는 사이트로 연결된다. 일명 ‘낚시’링크가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이 상황이 그저 ‘장난거리’라는 게 화난다”고 밝혔다. 대중이 이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의 가족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안한다고 것이다.

대중은 정 씨의 행위에 비난을 하면서도 그 ‘동영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가짜 동영상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진 ‘정준영 동영상’은 ‘딥페이크(deep fake)’를 통해 제작된 영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딥페이크는 AI 기술을 이용해 동영상 속 주인공에 다른 이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제작하는 영상이다. 과거 어설픈 조작영상과는 달리 매우 정교하여 진위를 구별하기 힘들 정도이다. 

작년 7월,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에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딥 페이크’ 기술로 만든 영상이다. 실제 오바마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영상은 딥페이크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영상이지만, 실제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사진=버즈피드 갈무리)

전 세계, 더 많은 피해자를 막기 위한 노력하고 있어

디지털 성범죄는 SNS의 활성화로 인해 그 피해를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촬영물 유포 피해 신고자 한 명당 유포 피해는 최대 2,975건에 달한다. 삭제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SNS를 통해 유포되는 경우가 35.7%, 성인 사이트가 28.5%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불법 동영상 유포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하여 ‘리벤지 포르노’ 차단에 나선다. 리벤지 포로노는 복수의 목적을 가지고 전 연인의 성적인 동영상을 동의 없이 인터넷 게시하는 디지털 성범죄 중 하나이다. 페이스북은 성명을 통해 “머신 러닝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성적인 사진과 영상들이 동의 없이 유포되는 것을 사전에 적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관련 영상을 제출하면 페이스북 측에서 이를 분석해 차후에 동일 콘텐츠가 올라오는 것을 막아왔다.

올해 여성가족부에서는 불법 촬영물의 실효적인 차단을 위해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불법 영상 차단 기술을 지원 센터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과학 기술 정보 통신부와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법 촬영물, 보는 것만으로도 범죄라는 인식 가져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개개인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정부는 지난 19일부터 여성 연예인의 얼굴이 합성된 ‘정준영 동영상’에 대한 특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정준영 동영상’의 유포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 

가짜 영상으로 피해를 본 연예인들은 ‘허위 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 밝혔지만 이미 퍼져버린 영상은,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해당 연예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에게 악성 루머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불법 영상 유포자들은 아무 문제의식이 없다. 그저 이 상황 자체가 ‘유흥’거리일 뿐이다. 

단순히 ‘성적 욕망’ 때문에 소비한다는 말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촬영된 포르노그래피와 동의 없이, 혹은 동의 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동의 없이 게시된 불법 촬영물은 다른 영역이다. 

 대학생 이예은(25, 가명)씨는 불법 촬영물 유포에 대해 “굳이 영상을 안 찍었다고 해서, 혹은 내가 받은 영상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해자에게 가해지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불법 촬영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대책을 세워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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