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복합쇼핑몰의 의무휴무를 지정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국회 문지방 앞에서 또 좌절됐다.

유통법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소관법률이다. 당초 지난 27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제3차 법안소위에서 유통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않았다. 또 28일 열린 제4차 소위 안건에서도 유통법 개정안은 누락됐다. 제4차 소위 이후로 12월중 예정된 소위 일정은 없다. 사실상 유통법 개정 논의를 내년으로 또 끌고 가게 된 것이다.

유통법의 잇단 안건 누락..."정부가 유통공룡 눈치 보나"

앞서 여당은 유통법 개정안 입법을 '정기국회 10대 우선 입법과제'로 꼽은 바 있다. 하지만 연내 마지막 소위 안건에서조차 법안이 누락된 상황을 두고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노동자들은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받고, 재래시장과 여타 중소상인들 또한 긍정적인 효과를 본다. 오직 유통 대기업들이 이득을 자유롭게 취하지 못한다며 반대하고 있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이어 "법안이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현 정부가 약자의 호소를 외면하고 대기업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대 국회가 들어선 이후 유통법 개정과 관련해 총 30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개정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제12조 2항(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 등)이다.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는 현행법안의 규제 범위와 대상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계류 중인 법안들의 주요 골자는 연중무휴인 면세점과 복합쇼핑몰의 월 2회 의무휴업제 편입에 관한 것이다.

제12조 2항
제12조 2항

노동계·학계 "백화점·복합쇼핑몰에도 의무휴업제 적용돼야"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대형유통매장 정기휴점제도 입법화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각계 전문가와 단체 대변인은 입점 상인들과 노동자들의 휴식권과 건강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국가 차원의 보호의무 작동과 맞물리는 '대형유통매장 정기휴점 법제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이동주 참여연대 민생의망본부 실행위원은 "우리나라도 판매매장 면적을 기준으로 의무 휴업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3000m² 기준의 대규모 점포라면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상관 없이 반드시 의무휴업을 적용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업태에 따라 구분을 두지 않고, 포괄적인 범위에서 대규모 점포에 의무 휴업일이 전면 도입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유통법에 의거해 최소한의 제도 개선을 구상해야 한다"면서 "명절 당일이나 연휴기간은 의무적으로 휴점하도록 개정하고, 월 4회 정기적인 휴점일도 지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유통 공룡들은 출점 계속 늘리기만..."소비자의 주말? 직원의 주말도 있다"

지난 2013년 3월, 대형마트와 백화점, 전통시장 등 모든 유통업계가 참여하는 유통산업연합회가 출범했다. 이들은 단체의 지향점을 '상생협력'으로 삼고, 유통업계 분쟁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당시 유통재벌은 중소 유통업계와 전통시장 등과의 상생을 위해 신규 출점을 자제키로 입을 맞췄다.

하지만 유통재벌이 '상생협력'의 약속을 등한시했다는 점은 지난 1년의 행보만 봐도 알 수 있다. 체인스토어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복합쇼핑몰의 점포수는 72곳이었다. 반면 지난해에는 139곳의 출점을 기록하며 93%의 증가율을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신세계·롯데 등 유통재벌은 복합쇼핑몰을 공격적으로 늘려 나갔다.

이처럼 유통 환경이 복합쇼핑몰 중심으로 형성된지 오래다. 하지만 현행 유통법은 여전히 대형마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복합쇼핑몰·면세점·백화점 종사자들은 여전히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과 교수는 "현재 유통 대기업 측은 복합쇼핑몰의 의무휴무가 주말에 가족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없앤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복합쇼핑몰 직원의 주말이 휴식이 아닌 일로 채워지는 것은 방관하고 있지 않나"며 비난했다. 유통법 개정의 방향성도 유통 환경의 변화 추세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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