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독립적 사업자로 간주되던 편의점 가맹점주가 실상은 가맹본부에 종속돼 노동자적 요소 다수를 공유한다는 주장이 노동계 전반에서 힘을 얻고 있다. 개별 가맹점의 운영이 본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제한되고 독자성과 특수성이 최소화되는 등 본부와 점주가 동등한 거래관계에 있지 않아서다. 때문에 일각에선 가맹점주도 불안정노동 종사자의 연장선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단 주장이 나온다. 대안으론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가맹점근로자 간 3자대면 교섭방식이 새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편의점 대부분은 가맹점주가 직접 점포를 마련해 영업을 전개하는 완전가맹점이다. 지난 2015년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낸 통계를 보면, 지난 2014년 12월 기준 집계된 국내 편의점들 가운데 위탁가맹점(본부가 마련한 점포의 운영만 점주가 맡는 경우) 32.9%과 직영점(본부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 2.9%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완전가맹점이었다. 때문에 점주 다수가 본부와는 별도로 주체적인 자영업자로서 사업권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씨유 편의점. (사진=신민경 기자)
씨유 편의점. (사진=신민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편의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주요 3개 편의점 브랜드인 씨유(CU)와 지에스25(GS25), 세븐일레븐의 점포수는 총 4만1600개다. 전체 시장의 87%에 달하는 독과점 구조를 형성한 3개 브랜드는 골목상권 진출로써 편의점 프랜차이즈 내 자영업자들이 자사에 종속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자본주의적 노사관계의 틀 외곽에 존재하던 자영업자들이 다시 이들 관계 내부로 포섭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가맹본부는 중앙집중적 표준화 모델을 선두에 내세워 가맹점을 온·오프라인 수단으로 감시하고, 비대칭적 수익비용 분담구조를 강제하면서 '거래관계 안의 노사관계'를 형성했다. 

'중앙집중적 표준화 사업모델 전략' 탓 독립적 사업 영위 안돼 

점주가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된 데에는 '본부의 중앙집중적 표준화 사업모델 전략'이 크게 작용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점포의 개설과 시설배치, 상품 조달과 운송, 상품진열과 경영관리, 재고관리, 판촉활동 등 편의점 운영과 관련한 전반 사항에 직접 관여한다. 통상 프랜차이즈 본부는 고유 브랜드인 상표를 갖고 있으므로 가맹점의 입지선정과 시장조사, 상품의 공급과 품질관리, 판촉, 재고조사, 회계 등 영업활동 전반에 직접 관여한다. 본부는 자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각 가맹점들에 이른바 '표준화된 틀'을 그대로 적용한다. 지점별로 다른 변이가 허용돼선 안 된다. 본부가 가맹점에 대해 명문화된 규정과 온·오프라인 감시망 등을 작동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로써 프랜차이즈 영업 전반을 구상하는 '가맹본부'와 본부의 지침과 감시 아래 소비자의 접점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가맹점' 간의 이분법적 분업구조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각 자원과 정보가 본부에 집중돼 의사결정의 중앙집중성이 강화되는데, 이는 곧 본부에 대한 종속성으로 이어진다. 특히 편의점에선 가맹점 공급 때부터 제품이 완제품으로 포장된 상태이고 가격도 본부에 의해 결정돼 있다. 가맹점에서 이를 재구성하거나 점주 재량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 또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는 순간 '어느 점포에서, 언제, 무엇을 몇개 구매했는지'와 관련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본부에 전달된다. 개별 지점의 판매 실적과 재고량 등이 본부에 집중되는 등 본부 표준화 현상은 곧 가맹점 간 변이 최소화로 각 점주들의 자율 재량을 막게 된다.

편의점의 '일일송금제도'도 점주의 사업자 독립성 방해요소로서 거론된다. 편의점의 경우 가맹점에서 발생한 일일 매출액 전액이 가맹본부로 송금된 뒤 한 달 후 정산을 통해 본부로부터 점주의 몫이 분배되는 식으로 수익 계산이 이뤄진다. 본부가 수익을 사후제공하는 형식을 차용하므로 수익제공을 근거로 한 점주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진다. 본부와 점주가 상호 독립사업자로서 거래를 한다면, 점주가 물품을 공급받아 스스로 판매한 뒤 해당 성과를 정산하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점주에게 영업시간을 결정할 권리가 없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편의점은 365일 연중무휴로 매일 24시간 쉼 없이 운영된다. 점주들은 본부의 규정에 따라야 하므로 영업시간을 중단하지 못한 채 타율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이행해야 한다.

해약 시 위약금 산정 문제도 주요하게 언급된다. 영업익과 매출 등 실적이 부진해서 적자로 집계된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위약금으로 인해 중도에 가맹점 사업을 그만둘 수 없다는 게 점주들의 얘기다. 사업 포기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 점주들의 자율성 상실이 방증된다. 

지난 5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대기업 비정규직 실태 연구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지난 5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대기업 비정규직 실태 연구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편의점주 등 종속성 띠는 계약당사자엔 노동자와 유사한 권리 보장해야"

지난 5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기업 비정규직 실태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조혜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편의점산업을 예로 들며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모델과 고용관계의 맹점을 지적한 바 있다. 조 변호사는 "최근 노동시장에선 정규적·직접적인 고용관계는 축소되는 반면 비정규적·간접적 고용관계나 특수고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사용자와 종속자 관계의 판단기준의 유연화를 통해 편의점주 등 계약 당사자에게도 노동자와 유사한 권리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는 계약 형태에서 주요하게 논의되는 사항은 매장의 영업시간 결정과 최저이익의 보장, 그리고 해약 시 위약금 약정 등이다. 그리고 세 가지 요소의 결정 주체는 모두 가맹 본부다. 하지만 현재 법원의 사용종속성 판단지표에 따르면 가맹점주는 독립된 사업자로 평가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본부에 종속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독립된 사업자로 간주되는 이들의 '불공정 계약관계' 관련 피해사례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또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본부의 통제 아래 점주의 열악한 처지는 결국 해당 지점 노동자에 전가된다"며 "재벌개혁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권리 확보 차원에서 점주들의 본부에 대한 협상권을 보장하고, 프랜차이즈 산별노초 등으로 노동자 교섭권을 확보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실장은 본부와 가맹점의 수익구조 분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출액이 본부로 송금되지만 계산은 본부와 가맹점 독립법인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본부의 몫과 가맹점의 몫을 배분하는 기준, 즉 가맹점이 열악한 경영실적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를 수치적으로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맹본부-가맹점주-가맹점근로자 삼자교섭 논의 통해 노동권 개념 넓혀야"

프랜차이즈에서 중층적 고용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은 본부의 영향력이 가맹점뿐만 아니라 가맹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조 변호사는 "오늘날의 노동권에 대해 보다 확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가맹점근로자가 모두 참여하는 삼자교섭 논의를 새 대안으로 제안했다.

가맹사업법 제14조에 따르면 점주들은 권익 보호를 위해 본부와 교섭을 통해 거래조건 협의를 할 수 있다. 또 본부는 협의에 성실히 응해야 하며 단체활동을 이유로 점주들에게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조 변호사는 "점주는 노동조합법 상 본부에 대해선 유사노동자만, 가맹근로자와 비교할 땐 사용자 지위에 있다"면서 "이들 간 문제의 법적 책임을 최종결정권이 없는 가맹점주에게 지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삼자가 모여 점주와 지점근로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함으로써 상호 만족 가능한 협약을 제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