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vs 카드사, 수수료 놓고 날 선 공방···시발점은 정부發 소득주도성장?
대형마트 vs 카드사, 수수료 놓고 날 선 공방···시발점은 정부發 소득주도성장?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3.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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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리한 시장 개입이 갈등 초래…최저임금 인상 따른 불황이 근본 원인"
"카드수수료율 인하는 미봉책 불과…근본적 애로 정면으로 자각해야 갈등 줄어"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카드수수료 인상을 두고 날을 세우던 자동차업계와 신용카드사가 가까스로 합의한 가운데, 대형마트 업계의 가세로 또 한 번의 갈등 양상이 전개되는 분위기다. 현대차가 내세우던 '수수료율 인상 거부' 의사가 대형마트업계로 확산했기 때문. 반면 카드사는 수익 만회를 위해서라도 요율 인상 뜻을 관철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카드사-대형가맹점 간 공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대형가맹점 요율 협상엔 개입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업계 빈축을 샀다. 이들 갈등이 '정부의 성급한 시장개입'과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개정안' 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계속돼서다.

앞서 카드사는 자동차업계와 대형마트업계 등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율을 0.1~0.3% 인상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인상된 가맹점 수수료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카드사들이 보름도 안 돼 현대·기아자동차와의 요율 협상 전면에서 한발짝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협상력 우위에 있는 현대차 등이 카드사들을 상대로 '가맹점 계약 해지'를 내걸어서다. 자동차시장에서 '소비자 구매'는 대부분 카드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과의 카드 계약이 결렬되면 매출과 점유율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에 카드사는 당초 종전 1.8%대 수수료율을 1.9% 초중반 수준으로 높일 것을 요구했지만, 최종적으론 0.04~0.05%p 올린 1.89% 내외 수준으로 지난 12일 합의를 봤다. 원안의 절반을 맴도는 수준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직전 협상에서 '완패'를 겪은 카드사들이 최근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업계와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카드사는 대형마트로 하여금 현행 1.9~2%인 수수료율에서 평균 0.15%p만큼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지난 1일부터 해당 수수료분을 제외한 대금을 가맹점에 지급 중이다.

카드수수료 인상을 두고 대형마트업계와 카드사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롯데마트 금천점 계산대의 모습. (사진=신민경 기자)
카드수수료 인상을 두고 대형마트업계와 카드사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롯데마트 금천점 계산대의 모습. (사진=신민경 기자)

이에 대형마트업계는 카드사 조치에 대한 수용 불가 의사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카드사들은 수수료 산정기준을 비공개로 하고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일방 통보로 인해 가맹점은 현재 카드수납 관련 비용을 파악할 수 없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상승에 따른 수익과 이익 증대, 조달금리 감소와 연체채권 비용절감 등 오히려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는 명분이 충분하다"고도 했다. 또 협회는 "대형마트들은 급성장하고 있는 무점포소매업과 경쟁함과 동시에 중소유통과의 상생을 위해 월 2회 의무휴업을 하고 있어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면서 카드사들이 합리적인 근거로써 수수료 협상에 임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이랜드리테일 등 대형마트와 롯데슈퍼·GS수퍼마켓·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기업형슈퍼마켓이 회원사로 있는 유통단체다.

시일 내로 이들 협상에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지 불분명한 가운데, 카드사가 업계 혼란에도 불구하고 요율 인상을 단행하려는 배경으로 '정부의 제도적 개입'이 지적된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카드 수수료 종합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적격비용 이하의 수수료율을 적용 받는 우대 가맹점 범위를 '영세·중소 포함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장하자는 게 개편안의 골자다. 이외에도 연간 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전반적으로 수수료율을 인하토록 했다. 이로써 카드사는 연간 매출 5~10억원 가맹점 1.4%, 10~30억원 가맹점 1.6%로 수수료율을 하향 조정해야 했다. 30~100억원 가맹점과 100~500억원 가맹점의 수수료율도 각각 1.90%, 1.95%로 낮아졌다.

이에 카드사는 정부 방침에 따라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한 만큼, 매출 공백을 상쇄하기 위해선 대형 가맹점 요율을 인상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애로와 관련해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자리에서 "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는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으나, 대형가맹점 등 일반적 카드수수료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맞다"고 답했다. 카드업계에서 '금융당국이 시장에서 약자지위 가맹점 보호를 위한 개입에만 힘쓴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현행 여전법 개정안의 실효성 논란도 최근 공격적인 카드사 행보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거론된다. 금융위는 앞선 2월 브리핑에서 "대형가맹점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부당하게 낮은 요율을 요구하는 등 위법 행위를 하는 경우 처벌을 검토할 것"이라며 대형마트에 경고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실제로 여전법 제18조의3항에는 '대형가맹점이 신용카드업자에게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를 정할 것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제70조에선 이를 어길 시 해당 기업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법에서 규정하는 '부당하게 낮은' 요율의 기준이 모호하고 처벌금에 해당하는 1000만원 역시 대기업엔 미약한 조치라는 게 카드업계 지적이다. 그간 이 여전법 18조에 따라 대형 가맹점이 처벌 받은 선례가 없다는 점도 현행법의 '실효성 부재' 비판에 힘을 싣는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분수효과를 주창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무리한 시장 개입이 이런 묘한 갈등을 초래했다"며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몰락을 초래했고 결과적으론 임금과 고용의 감소를 불러왔다. 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정부는 카드수수료율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최저임금으로 생긴 경기 불황인데 이를 카드수수료율 인하로 타개하려 한 것 자체가 잘못"라며 "근본적인 애로를 정면으로 자각해야 이같은 갈등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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