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이 기업과 영세상인간 상생으로 이어질까, 아니면 동반추락으로 향하게 될까.

유통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유통법 개정안은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대규모 점포를 규제하는 법이다. 기존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한정됐던 규제 범위를 새로운 유통 채널로 떠오른 복합쇼핑몰과 면세점·아울렛 등으로 확대 적용한다.

또한 유통법이 개정되면 전통상업보존구역이 2km로 넓어진다. 전통상업보존구역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상업보호구역으로, 이 일대에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수 없다. 이외에도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휴업과 출점규제 강화 등이 담겼다. 

지난 11월 20일 복합쇼핑몰규제·유통산업발전법개정 추진연대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대규모점포 개설에 따른 상권영향평가서의 작성을 전문기관에 맡기고, 제출기한을 대규모점포 건축허가 이전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복합쇼핑몰, 프리미엄아울렛 등을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일 열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지난 11월20일 열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는 과거 2012년부터 시행된 유통법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중 91.3%가 현행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제도 시행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중 66.7%는 대형마트 휴무일에 대해 ‘특별한 불편이 없다’고 답했으며, ‘규제를 현재와 같이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답한 비율은 58.4%다.

유통법 시행 초기 찬성하는 소비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과 달리 현재는 긍정적이다. 이런 인식은 실제 매출액 영세업자 소득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점포별· 일별 매출액과 방문고객 1인당 지출액이 규제 이전인 2011년에 비해 2014년과 2015년 모두 증가했다. 평소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층 경우 방문고객 1인당 전통시장에서의 지출비용 또한 늘어났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와는 반대로 오히려 소비를 하락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숙명여대 서용구 경영학부 교수가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6년 기준 대형마트 소비 증가율은 2016년 -6.4%였다. 전통시장도 덩달아 3.3%p 떨어졌다. 대형마트 규제 도입 전인 2013년에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각각 29.9%, 18.1%다.

유통법이 오히려 영세상인을 규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복합쇼핑몰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복합쇼핑몰의 1295개 매장 중 중소기업·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곳은 총 833곳이다. 이는 전체 입점업체 매장의 절반이 넘는 수치로, 비율은 68%에 달한다. 복합쇼핑몰이 일자리 창출을 하는 만큼 고용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경제학과 정진욱 교수는 대형소매점 영업제한의 경제적 효과를 통해 “대형소매점에 대한 영업제한은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 일부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종합적으로 국가경제에 상당히 큰 부담을 준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복합쇼핑몰은 쇼핑 개념에서 벗어나 하나의 여가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이 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1년 이내 주말이나 공휴일 등 단기 여가 시간을 보낸 곳은 집(84.5%) 다음으로 복합시설(74.6%)이 많았다. 

복합 쇼핑몰 하남 스타필드(사진=하남 스타필드 홈페이지)
복합 쇼핑몰 하남 스타필드(사진=하남 스타필드 홈페이지)

이에 정남기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과 영세상인이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 간 상생협력은 상권공동개발로 인해 상호 이익이 되는 형태로 전개돼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조금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권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면 결국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월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유통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때문에 유통법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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