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였던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이동통신 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작년 단말기 완전 자급제 이슈를 처음 꺼냈던 SK텔레콤을 포함한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이통사 내부적으로는 단말 담당부서의 역할 축소로 인한 부분적인 반대 목소리도 있다. 

보편요금제 등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른 압박에 따라 마케팅비를 줄여야 한다는 이통사의 위기감이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요인 중 하나다. 이통사는 전국의 수많은 유통망에 지급되는 마케팅비를 아낄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선택약정할인 25% 제도에 대한 완화 효과다. 현재 선택약정할인 25% 제도의 경우 ‘지원금의 상응하는 요금할인’ 명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이 분리되면 선택약정할인 25% 제도가 없어지거나 완화돼 적용될 수 있다. 반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선택약정할인 25%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연간 약 연 8조원 정도의 마케팅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MNO(무선) 마케팅비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IPTV나 IoT(사물인터넷) 마케팅비가 증가하면서 총액 기준 예년과 같은 수준의 마케팅비를 쓰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여전히 MNO에 대한 마케팅비 비중이 크다”며 “MNO: 非MNO 비중은 약 7:3정도”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통사의 입장 표명에 대해,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는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한 이통사의 요금제 판매를 거부하기도 했다. 유통망 종사자에 대한 대책 없이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작년 국감에 나와 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CEO는 단말기 자급제 취지에는 공감하나 유통망에 미치는 갑작스러운 변화나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휴대폰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시 선택약정할인 25%와 보편요금제 도입 병행을 주장하는 정부와, 매출 및 영업이익 저하 등 기업활동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관련업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알파뉴스.라이브)
휴대폰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시 선택약정할인 25%와 보편요금제 도입 병행을 주장하는 정부와, 매출 및 영업이익 저하 등 기업활동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관련업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알파뉴스.라이브)

정부의 통신비 압박, 이통사 "마케팅 비용 줄일 수 밖에 없다"

과기정통부의 계속되는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국내 이통사는 MNO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시점이다. 이통사가 지출을 줄이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CAPEX 등 투자 비용인데 5G 상용화를 앞둔 시점에서 이를 감소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통사의 연간 CAPEX는 7조원~8조원 정도다.

두 번째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인데 현재 문재인 정부 기조상 이 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나머지 방법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본사나 자회사가 아닌 유통망에 지급되는 비용을 줄이는 방안이 이통사에게는 가장 효율적이다. 예전에는 고가 스마트폰에 불법지원금을 살포하면서 고가 요금제로 유도하는 업셀링(Up-selling)으로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를 올렸지만 현재는 시장의 정체로 이 방법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스마트폰의 교체 추기가 짧아 이통사들이 리베이트(판매장려금)를 통한 불법 보조금 지원으로 시장이 활성화됐다“며 “지금은 스마트폰 상향 평준화로 교체 주기가 길어진데다가 시장 포화로 업셀링이 어렵다. 선택약정할인 25% 등 요금인하 영향으로 이통사들은 마케팅비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국의 대리점·판매점 수는 약 2만5000개에서 3만개 사이로 추정된다.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단통법) 이후 대리점·판매점 수는 많이 줄어든 상태다. 이동통신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리점·판매점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경제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단말기 완전 자급제 같은)법제화를 통해 구조조정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시행하더라도 단말기 가격은 하락하지 않는다”며 “단말기 자급제는 소형상인을 정리하기 위한 대기업의 악의적인 행태”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사의 경우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이로 인해 단말기 가격이 인하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진=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단말기자급제 홈페이지
사진=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단말기자급제 홈페이지

정부,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 시 이통3사 연 4조원 마케팅비 절감..."선택약정할인 25% 유지해라"

정부(과기정통부)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약 연 4조원이 마케팅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추산이 맞다면, 이통3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4조원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시 이통사의 영업이익은 증가하지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나 통신비 인하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선택약정할인 25%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으로 국민들의 후생이 증진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현행 25% 수준의 요금 할인율이 보장돼야 한다”며 “지금보다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요금이 더 인하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1만원대~2만원(선택약정할인 25% 적용 기준)의 요금에 음성통화 200분 이상,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는 보편 요금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의 “추가적인 통신요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언급은 ‘보편 요금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할인 25% 유지와 함께 보편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 시 선택약정할인 25%가 시행되지 못할 우려가 있고, 유통망에 6만명 정도가 일하고 있는데 이들의 일자리 문제가 남아있다”며 “(통신비 인하의 핵심인) 선택약정할인 25%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 다만 보편 요금제는 다른 사안”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