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의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통신 업계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란 현재의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으로 현재는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지는 결합판매가 활성화 돼있다. 유통망 구조조정을 통해 마케팅비를 축소하려는 목적으로 완전 자급제 법제화에 대해 SK텔레콤 등 이통사가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6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유통업계 종사자들이 적극 반대하는 상황이다.

정부 역시 단말기 완전 자급제 법제화를 하기 위해서는 선택약정할인 25% 제도 유지와 유통망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이통사에게 주문했고, 완전 자급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SK텔레콤이 요금할인을 유지하고 교육을 통해 직업 전환을 돕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조건을 이통사가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 법제화보다는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자급제폰 출시 확대에 우선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역시 정부의 자급제폰 확대 방침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휴대폰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시 선택약정할인 25%와 보편요금제 도입 병행을 주장하는 정부와, 매출 및 영업이익 저하 등 기업활동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관련업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알파뉴스.라이브)
정부는 휴대폰 단말기 완전 자급제 법제화 보다 '우선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진=알파뉴스.라이브)

정부 '자급제+25%+공시지원금' 패키지..."소는 누가 키우나?"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SK텔레콤이 단말기 완전 자급제 법제화시 정부 조건을 받아들이겠다고 언급한 이후에도 법제화보다는 자급제 활성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 법제화시, 선택약정할인 25%를 이통사가 유지한다고 해도, 공시지원금은 사라진다”며 “소비자의 다양한 혜택을 위해 공시지원금 제도가 운영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요금할인 대신 지원금을 선택하는 이용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먼저 (법제화 대신) 자급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한다”라고 주장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열린 국감에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위해 법제화를 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가급적 빨리 삼성전자 등 제조사, 통신사,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자급제 활성화) 시장이 작동할 수 있도록 협의를 하겠다. 만약 단말기 자급제 자율화(활성화)가 안될 경우 법제화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통신비 인하’에 꽃힌 정부가 해당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자본주의 시장논리를 아슬아슬하게 역행하는 시장 참견은 물론, 소상공인(이동통신 유통망)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급 단말 판매망 확충 계획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이통사와 유통망 어느 한쪽에도 만족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단말기 완전 자급제 법제화의 경우 해외 등 검증된 선례가 없는 데다가 소비자 후생, 유통망 일자리 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완전자급제의 취지를 실현하면서도 소비자 후생을 보장하고 일자리 충격도 최소화 하는 완전 자급제 모델(자급제 활성화)을 검토해 추진할 예정이다.

먼저 정부는 SK텔레콤이 받아들이겠다고 한 선택약정할인 25% 제도를 반드시 유지하고, 앞으로 이통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단말을 자급제 시장에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달에 제조사 CEO 면담 등 정책협의를 진행해 내년 초 출시 단말부터 자급제폰 라인업을 확대한다. 2019년 말의 경우 현재보다 자급제폰 출시를 2배 이상 증가시키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는 정부의 방향에 맞춰 갤럭시S9 등에 자급제폰을 출시했다”며 “정부가 내년에 자급제폰 출시를 2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것이 목표라면 그 기조에 맞게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소비자가 자급 단말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판매망 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주요 온라인, 오프라인매장에 자급단말 물량을 확대해 소비자 불편 모니터링으로 상시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통사 수준의 구매 편의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통사와 타유통망의 경쟁을 통해 단말 가격 하향 및 유통망 합리화에도 나선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로 단말기 가격 인하? '논란 지속'

한편, 지난 달 26일 국감에 나와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찬성 의견을 밝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회의장을 나가면서 기자들에게 단말기 완전 자급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적 있다. 박 사장은 “출고가가 200만원에 가까운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등 통신비 중 단말가격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기존의 체제에서는 단말의 경쟁이 약하기 때문에, 완전 자급제 등으로 단말시장도 경쟁을 촉발해야 한다. (완전자급제로 인한 단말 가격) 인하 효과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말기 가격을 내리기 위해서는 제조사간 경쟁을 유발시켜야 하기 때문에 단말기 완전 자급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실시돼도 단말기 가격은 하락하지 않고, 인하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단말기 자급제는 소형상인을 정리하기 위한 대기업의 악의적인 행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사의 경우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법제화 될 경우 따르겠지만, 이로 인해 단말기 가격이 인하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가계통신비에는 휴대폰 비용도 포함돼 있다. 통계 수치상, 단말기 가격이 인하돼야 통신비도 인하된다는 뜻이다. 또한 이통사가 쓰는 수조원의 마케팅 비용이 결국 통신비 인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현 시점에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복잡하게 엉켜있는 이해당사자(정부 포함) 간의 불협화음을 없애는 것이 우선 해결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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