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올해 이동통신업계의 3대 키워드는 보편 요금제와 요금제 개편, 단말기 완전 자급제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통신비 감면으로 인해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법적인 정당성이 없었던 기본료 폐지 대신 선택약정할인 25% 상향과 취약계층(저소득층·노인계층) 기본료 폐지, 보편 요금제 시행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현재 선택약정할인은 20%에서 25%로 상향돼 제도가 시행 중이며, 취약계층 중 저소득 계층의 경우 1만1000원의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정부는 가계 통신비 절감 정책의 마지막 열쇠로 보편 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 국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보편 요금제란 1만원대의 가격(선택약정할인 25% 적용 기준)으로 음성통화 200분에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말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편 요금제 도입에 따른 직접적인 이통사 연간 매출감소액이 7812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보편 요금제 도입에 따른 다른 요금제 인하 효과(연쇄 효과, 간접적 효과)가 연 5759억원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정부(KDI)가 주장하는 보편요금제 도입효과(이통사 피해 매출)는 총 연 1조3581억원이다.
우리나라는 내년 3월에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5G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5G로 인한 이통사의 업셀링(Up-selling, 고객이 구매하려던 것보다 가격이 더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판매방식) 효과는 연 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통사의 매출 감소는 최소 1조3581억원이지만 8000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가 예상되기에 사실상 최소 피해액은 5500억원대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 정도는 이통사가 감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논리가 결국 규개위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시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현 기획조정실장)은 규개위 심사를 앞두고 “보편 요금제는 가계 통신비 인하 공약의 가장 핵심”이라며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한 적 있다.
이통사, '보편 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 출시...고가 요금제 개선에만 혜택 늘려
예상과 달리 보편 요금제가 규개위의 문턱을 넘자 이통3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KT를 시작으로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3만3000원의 가격(선택약정할인 적용시 2만4750원)의 새로운 저가 요금제를 내놓았다. 정부의 보편 요금제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서였다. SK텔레콤의 경우 요금 인가제 해당 사업자이기 때문에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처음에 고가 요금제 혜택안만 추진했다가 정부의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요금제 출시가 미뤄졌다. 정부는 이통사가 보편 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 개선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승인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KT를 시작으로 이통3사 모두 3만원대의 가격으로 음성통화 및 문제 무제한,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는 저가 요금제를 출시했다. 정부가 준비하는 보편 요금제보다 약 1만원 가량 비싸지만 보편 요금제와 달리 이통사의 3만원대 요금제는 음성통화 무제한을 제공한다.
3만원대 저가 요금제를 제외한 이통사 요금제는 6만원대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만 혜택이 크게 늘었다. 5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SK텔레콤과 KT는 전혀 요금제를 손보지 않았고 LG유플러스의 경우 기본 제공량이 6GB에서 6.6GB로 불과 0.6GB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가 요금제와 저가 요금제 중심으로 요금제 재편이 이뤄지면서 중가 요금제의 개선이 미흡해진 것이다.
이통3사의 5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기본 제공량이 6GB~6.6GB 수준이다. 반면 월 1만3000원 수준(선택약정적용 시, 9750원)만 내면 데이터 제공량이 100GB 수준으로 늘어난다. 실제 납부액 기준 1만원 수준 차이를 고려하면 데이터 제공량의 차이가 심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이통사가 4만원~5만원대 요금제 가입자를 6만원대 요금제 이상으로 바꾸는 것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즉, 이통사는 고가 요금제 혜택 집중으로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를 높이기 위한 업셀링(고객이 구매하려던 것보다 가격이 더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판매방식, Up-selling)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이동통신사가 요금제 개편에 나서면서 이용자의 혜택이 늘어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고가 요금제에만 혜택이 늘고 5만원대 등 중가 요금제에는 큰 변화가 없는 점에는 아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보편 요금제 논의 부담스러워 하는 국회, 국감 등 하반기 단말기 완전 자급제 핫이슈
지난해, 선택약정할인 25% 상향이 부담스러웠던 이통사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 카드를 꺼내들어 이슈화 시켰고, 결국 법안이 발의되기에 이른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란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것으로 찬성하는 쪽은 이를 통해 통신비 인하와 스마트폰 출고가를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법제화 될 경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은 자동으로 폐지되고 이에 따라 공시지원금과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 25%제는 사라진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해 이통사, 삼성전자 등 제조사, 유통업계, 시민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엇갈리자 정부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을 불러 논의하는 통신비 정책 협의회를 출범시키게 된다. 정책 협의회에서 단말기 자급제 법제화 대신 자급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는데 의견이 모아졌고, 삼성전자는 갤럭시S9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자급제 스마트폰 형태로도 출시했다. 예전에는 통신사 대리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이통사향 스마트폰보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등에서 파는 무약정형 스마트폰이 10% 정도 더 비쌌지만, 자급제폰의 경우 이통사향 스마트폰과 가격이 같다. 정부의 자급제 활성화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루자 단말기 완전 자급제 이슈가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예상과 달리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보편 요금제 대신 핫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정부의 보편 요금제 법안의 경우 규개위의 심사를 통과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통사들이 보편 요금제에 준하는 3만원대 저가 요금제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시장에 맡겨도 요금제 개선이 이뤄진다는 것을 이통사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측은 정부의 규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통사가 요금제 개편을 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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