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그의 핵심 정책들도 추진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4대 개혁 과제 중 금융분야의 개혁 방안으로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부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의 핵심 요소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혁신 서비스가 빛을 보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4일 국회와 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정국이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차기 일정이 대선 전까지 잡힐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정무위 법안소위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앞으로도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회에 계류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차기 정부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 2건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3건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각각 50%, 34%까지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계 한 관계자는 “정무위 법안소위가 열려야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이어질텐데, 조기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정치권이 관심이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K뱅크 광화문 사옥 전경. (사진=K뱅크)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비점포‧비대면의 온라인 기반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대규모 투자고 할 수 없고, 가질 수 있는 의결권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실제로 KT와 카카오는 각각 8%, 10% 지분율만으로 K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이끌고 있다.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의 10%(의결권 있는 주식은 4%)만 가질 수 있도록 한 규제로, 대기업 총수 등이 은행을 사금고화하지 못하도록 막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차기 정부, 은산분리 규제 완화 힘들어 질 가능성...'정치 보다 혁신' 필요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은산분리 규제 완화 속도는 더 지지부진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에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대표적인 은산분리 찬성론자다.

문 예비후보는 지난해 말 재벌개혁 방안에 대해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돼서는 안 된다. 금산분리를 통해 재벌과 금융을 분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현재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대선결과로 이어지면 문 후보의 의중이 당론‧정론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업계의 혁신적인 비즈니스로 손꼽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과도한 규제로 자칫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서비스를 대면 없이 모바일을 통해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핵심 비즈니스”라며 “이를 위해 ICT 기반의 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금융업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인터넷전문은행 시작이 늦었으나,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환경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혁신을 이어갈 수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의 규제 틀이 아닌 ICT와 금융의 융합 차원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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