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사진: 셔터스톡]](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11/607317_562745_4827.jpg)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11월 들어 곤두박질치자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가상자산 현물 ETF들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비트코인 전략 비축(Digital Asset Treasury·DAT) 원조 기업인 스트래티지(MSTR)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01% 상승한 179.04달러에 마감했다. 하지만 스트래티지의 최근 한 달간 주가는 38.07% 하락했다.
다른 DAT 종목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트래티지와 같이 비트코인 매집을 전략으로 하는 마라 홀딩스는 같은 기간 42.63% 급락했고 이더리움을 매집하는 비트마인(-38.23%), 샤프링크 게이밍(-27.59%) 등도 고꾸라졌다. 이들에 베팅한 서학개미들의 손실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NH투자증권의 MTS인 나무증권에서 스트래티지에 투자한 4851명 중에서 손실투자자 비율은 96.02%에 달하고 이들의 평균수익률은 -37.72%로 나타났다.
단일 주식 종목뿐만 아니라 미국에 상장된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한 달간 37억9000만달러(약 5조3000억원)의 유출액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이 유출 규모는 지난 2월 역대 최고치였던 35억6000만달러(약 5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이달 투자자들의 이탈이 두드러진 상황이다.
미국 블록체인 데이터업체 소소밸류(SoSoValue) 자료에 따르면 세계 최대 비트코인 현물 ETF인 블랙록의 IBIT 는 72억7600만달러(약 10조2000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한 달 동안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 이상의 자금 유출이 나타났다.
지난 20일에는 하루 만에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9억400만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는데, 이는 2024년 1월 출시 이후 두 번째로 큰 단일일 기록이다. 또 이더리움 ETF에서도 지난주 5억달러(약 7383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시가총액 기준 상위 두 가상자산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서 투자자 이탈이 두드러지면서, 이달 들어 비트코인은 -20%, 이더리움은 -26% 이상 하락했다. 특히 22일에는 비트코인이 한때 8만500달러(약 1억1887만원)까지 급락해 8만달러선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며 이번 하락으로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몇 주 만에 약 5000억달러(약 700조원)가 증발했다.
이런 영향으로 스트래티지의 경우 비트코인 보유량이 64만9000개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지만 mNAV(시가총액/순자산가치) 프리미엄 감소, 전환사채·우선주 발행에 따른 재무 부담과 주식 희석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
스트래티지의 주가가 지난 14일 이후 200달러(약 26만6000원)를 하회하면서 전환사채 상환 리스크가 부각됐고 이로 인해 만기가 분산돼 있더라도 투자자 조기상환청구권과 높은 배당수익률이 대장주 매도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스트래티지, 비트마인 등 DAT기업들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매집을 통해 가격 상승을 견인했으나 해당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과 사업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유동성 공급 이슈로 이어져 DAT기업을 둘러싼 매도 우려, 일부 강세론자들의 비트코인 매도 물량 소식 등으로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의 잇따른 매파적 발언으로 12월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축소됐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 민주당 지방선거 승리, 내부 균열 등 정치적 불확실성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이 정치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향후 규제 강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상반기에는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달러 약세와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가상자산 랠리를 이끌었으나 하반기 이후 달러 가격 상승과 유동성 긴축 전환으로 위험자산 선호에서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정·재계 불확실성, 정책 불투명성, 시장 유동성 경색과 함께 DAT기업들의 재무 부담, 청산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 시장이 구조적 약세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현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시장은 미 연준의 금리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 기대감이 상승 재료로 작용해왔다"며 "미국 정부 셧다운 장기화에 따라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축소되면서 시장 유동성 기대가 약화됐고 이는 가상자산 현물 ETF 등의 자금 유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가상자산 현물을 대규모로 매입·보유하는 전략을 채택했던 기업들의 주가 약세가 이어지면서 해당 기업들의 가상자산 매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