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로니카 2025에 참가 기업 관계자가 자사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석대건 기자]
프로덕트로니카 2025에 참가 기업 관계자가 자사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석대건 기자]

[뮌헨(독일)=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독일 뮌헨 메쎄 전시장 A2홀. 한 자동차 부품사 구매담당자가 검사장비 업체 부스에서 2시간째 머물렀다. 열화상 카메라의 정밀도와 생산라인 통합 방법을 꼼꼼히 확인했다. 옆 부스에서는 일본 SMT 장비사와 프랑스 EMS 업체 관계자가 노트북을 펼쳐놓고 견적서를 검토 중이었다. 프로덕트로니카 2025 현장은 전시회라기보다 거대한 비즈니스 협상장에 가까웠다.

"이전 전시회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여기서는 실제 구매를 위한 구체적인 협상이 이뤄진다." 스위스에서 온 한 EMS 업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6개월 전부터 검토하던 검사장비를 현장에서 직접 테스트한 뒤 연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부스 한편에 마련된 미팅룸에서 변호사까지 동석해 세부 조건을 조율하고 있었다.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고영테크놀러지 관계자는 "독일에서 가장 큰 고객사들의 의사결정자들이 와서 상당히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 공장 6개 넘게 투자를 하는데, 상당한 수의 투자 기회를 검토하기 위해 와서 실질적으로 사업적으로 의미 있는 계약 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국 기업인 퓨리텍 관계자는 "저희는 유럽 쪽에 고객사들이 많다"면서 "주요 고객사 관계자들이 와서 구경하고 미팅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고객사와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신규 고객사를 찾으려고 왔다"고 덧붙였다.

참관객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로 뒤로 보이는 'YOU DECIDE(당신이 결정하다)'라는 문구가 프로덕트로니카를 잘 표현한다. [사진: 석대건 기자]
참관객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로 뒤로 보이는 'YOU DECIDE(당신이 결정하다)'라는 문구가 프로덕트로니카를 잘 표현한다. [사진: 석대건 기자]
현장 비공개 부스 내부에서는 실제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진: 석대건 기자]
현장 비공개 부스 내부에서는 실제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진: 석대건 기자]

◆88%가 구매 결정권자, 주최는 체계적 매칭으로 성사율 높여

프로덕트로니카가 업계에서 '계약의 성지'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주최 측 데이터에 따르면 참관객의 88%가 구매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 정보 수집이 아닌 실제 구매를 위해 방문하는 것이다.

바바라 뮐러 프로덕트로니카 2025 디렉터는 "생산·구매·기술·R&D 부문 핵심 인력들이 명확한 목적을 갖고 전시회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이런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지털 매치메이킹 시스템을 도입했다. 참가자들은 행사 전부터 전용 앱에 자신의 비즈니스 니즈를 등록한다. 'I offer(제공 가능한 것)'와 'I'm looking for(찾고 있는 것)'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알고리즘이 최적의 파트너를 추천한다. 한 참관객은 "사전에 미팅 상대를 확인하고 일정을 조율할 수 있어 시간 낭비가 없다"고 말했다.

매칭이 성사되면 앱 내 채팅으로 사전 논의를 진행하고, 현장에서 프라이빗 미팅룸을 예약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전시장 곳곳에 마련된 미팅룸에서도 비공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 뮐러 디렉터는 "OEM, EMS, SI, 부품사 등 밸류체인 전체가 한 공간에 모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업 관계자가 제품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사진: 석대건 기자]
기업 관계자가 제품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사진: 석대건 기자]

◆신규 고객 발굴부터 공동개발까지...전방위 비즈니스 플랫폼 구현

이러한 시스템의 성과는 숫자로 입증됐다. 이전 프로덕트로니카 전시회의 경우 참가기업의 73%가 신규 고객을 확보했고, 61%가 현장에서 구체적인 계약 논의를 진행했다. 

올해는 50주년 기념 행사로 규모가 16% 확대되면서 더 많은 성과가 예상된다. 한 독일 장비업체 관계자는 "2일 동안 42건의 미팅을 진행했고, 이 중 12건이 구체적인 견적 요청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뮐러 디렉터는 "프로덕트로니카는 제품 홍보를 넘어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여는 전략적 플랫폼"이라며 "장기적인 파트너십이나 공동 개발 논의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매우 많다"고 강조했다.

독일 전시회에서는 미팅을 하는 중에도 맥주를 마신다. [사진: 석대건 기자]
독일 전시회에서는 미팅을 하는 중에도 맥주를 마신다. [사진: 석대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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