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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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미국 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락한 가운데 국내 증시가 크게 요동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내며 거품(버블) 우려가 컸던 인공지능(AI) 기술주가 급락했고 그 충격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4011.57로 전 거래일 대비 159.06포인트(3.81%) 하락하며 마감했다. 장초반 전날 대비 108.72포인트(2.61%) 내린 4061.91로 시작해 반등없이 장 마감 직전 오히려 낙폭이 크게 확대된 채 마무리했다.

외국인이 무려 2조2759억원을 시장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기관도 8161억원을 내던지며 하방 압력을 보탰다. 반면에 개인은 3조674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매도 폭탄을 모조리 떠안았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HD현대중공업(+3.17%)과 셀트리온(+0.51%), 삼성바이오로직스(0.00%)를 제외하면 모든 종목에 '파란 불'이 들어왔다. 삼성전자(–5.45%)와 SK하이닉스(–8.50%)가 기록적인 낙폭을 보이며 지수 전체 급락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10만원선이 다시 무너졌고 SK하이닉스는 60만원대 아래로 주저앉았다.

2차전지와 자동차, 원전·조선 등 주도업종도 동반 약세였다. LG에너지솔루션(–4.44%), 현대차(–2.15%), 두산에너빌리티(–5.66%), 한화오션(–1.07%), 삼성물산(–2.44%) 등이 줄줄이 하락 마감했다. SK스퀘어(-10.05%)은 가장 많이 하락했고 삼성생명(-8.79%) 역시 두번째로 크게 밀렸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 최근 인버스 상품 매수도 크게 증가했다. 전날 KODEX 200선물인버스2X(+9.27%)는 거래량 14억2600만주, 거래대금 101조6055억원 거래대금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 10배, 3배 이상이며 올해 최고점 경신했다. 이날도 11억1663만주 거래하고 79조7024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KODEX 200선물 인버스2X을 포함한 KODEX 인버스(+4.75%),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2.46%), TIGER 200선물인버스2X(+8.87%) 등이 코스피 거래량 상위권에 위치하며 최근 좋지 않은 시장을 감안한 하락 투자가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가 이런 상황인 것은 전날 미국 증시가 AI 기술주 중심으로 순매도가 몰렸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66% 하락한 6737.49, 나스닥 지수는 2.29% 떨어진 2만2870.36, 다우존스 역시 1.65% 밀린 4만7457.22로 마감했다.

S&P500의 이번 낙폭은 지난달 10일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컸다. 엔비디아(–3.56%), AMD(–4.21%), 팔란티어(–6.53%), 테슬라(–6.65%) 등 대표 기술주가 일제히 급락한 영향이었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마무리돼 일부 불확실성은 해소된 것으로 보이나 그동안 중단됐던 각종 경제지표 발표가 재개되면서 변동성이 다시 커질 것이라는 경계심이 작용했고 여기에 연준 인사들의 잇단 매파적 발언이 더해져 오는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약해진 것이 매도세를 자극했다. 

12월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가진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고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역시 추가 인하 필요성에 선을 그었다.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지난 10월 금리 인하를 지지하지 않았으며 12월 결정에 대해서도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 1월부터 투표권을 갖는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통화정책을 다소 긴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다음 주에 발표될 미뤄졌던 경제지표들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해당 이벤트들이 경제 불확실성을 제거해 줄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도 증시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것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지난달까지 12월 금리인하 확률을 확실시했지만 현재는 50% 수준만 반영하고 있다"며 "10월 FOMC 이후 다수 연준위원들이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달 내 공개되는 고용과 물가지표가 12월 금리인하를 지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이후 AI 과열 우려 증폭. 소프트뱅크의 엔비디아 지분 전량 매도, 마이클 버리가 제기한 빅테크 회계부정 위험 더해지며 버블 논쟁은 정점에 치달았다”며 “차주 엔비디아 실적은 기술주 추세 결정의 중대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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