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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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지난주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뒤 조정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던 코스피가 강하게 반등하며 4000선 복귀에 성공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02% 상승한 4073.24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7일 4000선이 붕괴, 한때 3800선까지 내주며 조정장에 진입하는 듯 했으나 이날 4000선 복귀에 성공하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0만전자', '60만닉스' 복귀에 성공하면서 시장 상승을 이끌었고 현대차(+2.76%), 두산에너빌리티(+2.18%), 한화에어로스페이스(+4.55%), KB금융(+4.28%), HD현대중공업(+3.26%)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빨간 불'이 들어오며 지난 거래일의 하락을 상쇄했다.

특히 올해 증시를 이끈 반도체주가 강세였다. 지난주 미국 증시를 휩쓴 '인공지능(AI)거품론'에 흔들렸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등이 컸다. 지난 3일 삼성전자는 11만1100원, SK하이닉스는 62만원을 기록하고 이후 각각 -10%, -6%이상 하락해 코스피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코스피가 다시 반등에 성공하면서 조정에 대한 걱정은 한시름 놓게 됐다. 이날 개인이 1조1605억원, 외국인은 1553억원 순매도했으나 기관이 1조308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또 'AI거품론'에도 개인과 기관은 지난주 각각 5조6572억원, 1조7146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6조6031억원어치 매도 폭탄을 시장에 던졌음에도 글로벌 지수들에 비해 낙폭이 적었던 이유다.

현재 호황인 반도체가 우리 증시에 버팀목인 점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올해 국내 증시의 AI·반도체 쏠림 현상은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올해 연초부터 10월 말까지 코스피가 71% 상승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7.3%, 16.5%를 기여했다. 두 종목의 상승 기여율이 44%에 달해, 이 두 기업이 없었다면 코스피는 3300포인트대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아시아 전체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 증시에서는 소프트뱅크, 어드밴테스트, 도쿄일렉트론 3개 종목이 일본 주가 상승의 40%를 차지했고 홍콩 증시에서도 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 SMIC, Kuaishou 등 5개 업체가 49%를 기여했다. 대만에서는 TSMC 한 종목이 전체 주가지수 상승의 무려 64%를 담당했다.​

이 같은 점을 두고 일각에서 나오는 AI쏠림과 이에 따른 속도 조절 논란은 거품이라기보다 산업 격변기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전력·통신장비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실질적인 AI문제는 기술적 문제보다도 고용에 대한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고용 컨설팅 기업 챌린저그레이앤크리스마스는 지난 6일(현지시간) 올해 10월 미국 기업들의 해고가 지난 2003년 이후 최대였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미국 기업의 감원이 모두 15만3000명 이상으로 전월 대비 약 3배, 전년 대비 175%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3년 이후 22년 만에 최악이다. 최근 여러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확인된 것처럼, 비용 절감과 AI기술 도입 등이 감원 결정의 주요 이유로 분석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 달 동안 20%대 주가가 오른 이후 주가가 얌전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며 "더 급하게 오르든지, 조정을 받든지 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서 주가가 더 급하게 상승하면 지금보다 더 거품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차라리 조정을 어느 정도 보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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