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 과기정통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 과기정통부]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해외 우수 연구자 2000명 유치, 대학원생 장학금 수혜율 10%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를 열고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략과 연구개발(R&D) 생태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에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별도 브리핑에서 "미래 세대가 과학기술인을 꿈꾸고 혁신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전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결정적 시기"라며 "우수한 인재가 마음껏 연구하고 혁신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연구개발 생태계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핵심 과제 중 하나는 해외 인재 유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과학자는 약 2만5000명으로, 이 중 재직자가 1만9000명, 유학생이 6000명 수준이다. 정부는 이들 중 2030년까지 2000명을 국내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영은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과장은 "2000명 중 70%는 해외에 나가 있는 한인 과학자들을 복귀시키는 데 활용할 것"이라며 "브레인풀 사업의 경우 최대 6억원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해외 인재 유치에 2030년까지 약 1조2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과학자도 의사처럼"…정부, 전주기 성장경로 제시

청년 연구자 지원책도 마련됐다. 정부는 대학원생 장학금 수혜율을 현재 1.3%에서 2030년 10%로 확대하고, 연구생활장려금(스타이펜드) 도입 대학을 35개교에서 55개교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출연연 신진연구자 채용도 연간 600명 내외로 확대한다.

박인규 본부장은 "과학자도 의사처럼 전주기 성장 육성 지원책을 마련했다"며 "과학고에서 시작해 대학 이공계, 대학원, 연구소, 기업으로 이어지는 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는 의대 진학 후 예과, 본과, 인턴, 레지던트로 이어지는 의사의 안정적인 성장 경로를 과학기술 인재에게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국가과학자 성장트랙(예시) [사진: 과기정통부]
국가과학자 성장트랙(예시) [사진: 과기정통부]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은 "간접비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고, 직접비의 10%는 연구자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과제기반연구비(PBS) 제도도 단계적으로 폐지해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평가 시스템 개편도 추진된다. 정부 관계자는 "성과를 얻기 위한 연구가 아니라 얼마나 큰 과학적 질문을 갖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겠다"며 "도전적인 과제는 과감하게 성과 평가를 없앨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위원 실명제를 전면 도입하고 평가 수당도 현실화한다.

R&D 예산은 정부 총지출 대비 5%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임요업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은 "2026년 기준 4.8% 수준인데, 매년 5% 수준을 유지해 연구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원의 R&D 예산을 편성했다.

◆이공계 진출 유인책 부족해..."전주기 연구 생태계를 강화가 핵심"

그러나 이날 브리핑에서는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해외 인재 유치 방안으로 제시된 비자 개선이나 패스트트랙 확대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노코어 사업의 경우 인건비와 연구비를 합쳐 1억5000만원 수준을 지원한다"며 "미국 등의 생활 수준을 고려하면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공계 진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공계로 올 만한 충분한 매력과 동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인규 본부장은 "과학고에서 시작해 대학원, 연구소로 이어지는 전주기 연구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의사의 안정적 성장 경로처럼 과학자에게도 예측 가능한 경력 경로를 제공하겠다"고 답했다.

기존 정책과의 차별성 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국정과제에 이미 포함됐던 2000명 유치 계획이나 R&D 예산 5% 유지 등이 이미 발표한 사안들을 새로운 대책처럼 발표됐다는 지적이었다. 김영은 미래인재정책과장은 "국정과제에서는 두리뭉실하게 2000명을 데려오겠다고만 했지만, 이번에는 대상별 전략과 전용 사업을 구체화했다"며 "탑티어급, 신진연구자급, 포닥급 각각에 맞는 유치 전략을 수립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국가과학자 제도의 세부 내용이 미정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확한 선정 인원과 지원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영은 미래인재정책과장은 "정책 연구를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2000년대 초반 한두 명 선정했던 것과 달리 인원을 대폭 늘리고, 차세대 국가과학자 등 다양한 트랙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진: 과기정통부]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진: 과기정통부]

청년 신진 연구자 지원책이 채용 확대에만 치중됐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대학원생 인건비 현실화, 스타이펜드 확대, 포닥 인건비 9000만원 수준 상향 등 종합적인 대책"이라며 "특정 제도가 아닌 장학금부터 포닥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체계로 봐달라"고 답변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정부의 과기인재확보 전략은 지속가능성을 기본 과제로 하되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추구하는 중장기적 전략과의 연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과기원 허브화와 병행하여 국립대가 지역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주요 특화 분야로의 인재 양성 지원 체계가 과기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 시스템의 대폭 개선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은 평가 풀의 글로벌 확대와도 연동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온라인 행정 처리 간소화 및 국/영문 혼용 강화, 평가/피평가자 풀의 글로벌 확대 등도 구체적인 정책이 같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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