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감독이 챗GPT만으로 전술을 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 감독이 이를 실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Reve AI]
축구 감독이 챗GPT만으로 전술을 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 감독이 이를 실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Reve AI]

[디지털투데이 이윤서 기자] 좋아하는 스포츠 팀의 감독이 챗GPT의 조언으로 전술을 짰다고 말한다면, 팬들의 반응은 어떨까?

지난달 31일(현지시간) IT 매체 테크레이더는 미국 여자축구리그(NWSL) 소속 시애틀 레인(Seattle Reign)의 로라 하비(Laura Harvey) 감독이 챗GPT를 활용해 전술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시애틀 레인은 오는 12월 개막하는 NWSL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다.

하비 감독은 최근 출연한 '사커리시 팟캐스트'(Soccerish Podcast)에서 챗GPT에게 "NWSL 각 팀을 상대로 어떤 전술을 써야 하느냐"고 물었으며, 인공지능(AI)이 '수비수 5명(백5) 포메이션'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AI의 조언을 반영해 경기 전술을 구성했다.

그는 "비시즌 중 어느 날, 챗GPT에 '시애틀 레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AI가 여러 답변을 내놨다"며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NWSL 팀들을 상대로 어떤 포메이션을 써야 하나?'라고 입력하니, 리그의 모든 팀에 대한 추천 포메이션이 나왔다. 그중 두 팀에 대해 '백5로 나서야 한다'고 해서 실제로 그렇게 했다. 농담이 아니다. 그게 이유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은 프로 감독으로서는 이례적인 고백으로,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하비 감독은 어떤 팀을 상대로 AI의 조언을 적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시애틀 레인은 지난 4월 올랜도 프라이드(Orlando Pride)와의 경기에서 실제로 백5 포메이션을 사용한 바 있다.

테크레이더는 이를 두고 "충격적이며 동시에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챗GPT를 전술 결정에 활용했다는 건, 팀의 성격이나 데이터 분석 없이 AI에게 판단을 맡긴 셈"이라며 "프로 감독이 챗GPT에게 '어떤 전술을 써야 하나'라고 묻는 것은 거의 해고감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AI가 축구 전략의 조언자로 나선 이번 사례는, 기술이 스포츠 현장의 의사결정 구조를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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