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판 이미지와 MLCC [사진: 삼성전기]
반도체 기판 이미지와 MLCC [사진: 삼성전기]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전자부품업계가 AI 서버와 전장 시장을 양대 축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3분기 영업이익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내년 수익성 개선 신호를 보냈다.

양사가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AI 가속기용 부품과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용 제품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영업이익 26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고, LG이노텍은 2037억원으로 56% 급증했다.

삼성전기 성장 동력은 AI 서버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와 FCBGA(플립칩 볼 그리드 어레이) 기판이었다. 컴포넌트 부문 매출이 1조381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한 요인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버 투자 확대와 ADAS 보급 확산이 맞물린 결과다.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온·고용량 MLCC와 대면적·고다층 FCBGA 기판 공급이 늘면서 제품 믹스가 개선됐다고 회사는 전했다.

패키지솔루션 부문 매출은 5932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성장했다. 삼성전기는 2분기부터 AI 가속기용 FCBGA를 양산하기 시작했고, 서버 CPU용 기판과 함께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이태곤 삼성전기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클라우드 고객사들이 자체 칩 솔루션을 늘리면서 AI 서버의 최선단 제품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AI 가속기용 기판 매출이 올해보다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 시장 성과도 눈에 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ADAS 레벨2 이상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유럽과 중국에서 전기차가 계속 성장하면서 전장용 MLCC 수요가 탄탄한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기는 xEV 파워트레인용 630V 이상 초고압 MLCC 신제품을 공급하며 시장점유율을 넓혔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사진: 삼성전기]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사진: 삼성전기]

LG이노텍이 추진한 고부가 제품 전략도 성과를 냈다. 광학솔루션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 줄어든 4조4812억원이었지만, 성수기에 들어서면서 전분기 대비로는 46.8% 뛰었다. 모바일 신모델 양산으로 고부가 카메라모듈과 RF-SiP(무선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 등 통신용 반도체기판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량 센싱·통신·조명 등 AD/ADAS용 부품과 고부가 반도체기판, 로봇·드론·우주산업용 부품을 미래 육성사업으로 정했다. 2030년까지 이들 사업 매출을 8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려 전체의 25% 이상을 차지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박지환 LG이노텍 CFO는 "베트남, 멕시코 신공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생산 체계를 최적화하고 AX(AI 트랜스포메이션) 도입과 핵심 부품 내재화로 원가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 [사진: LG이노텍]
문혁수 LG이노텍 대표 [사진: LG이노텍]

◆구조적 성장세가 대외 불확실성 보다 강해

4분기 전망은 엇갈린 신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는 연말 재고조정으로 IT용 부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봤지만, 전장과 AI 서버용은 여전히 탄탄할 것으로 예상했다. 차세대 AI CPU가 4분기부터 양산되면서 서버와 파워 관련 MLCC 수요는 계절적 요인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할 전망이다.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글로벌 무역 분쟁과 환율 변동성,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전기차 보조금 폐지 가능성도 변수다. 삼성전기는 "관세 영향으로 고객사들이 부품 재고를 조정할 수 있다"고 했고, LG이노텍은 "북미에서 신차가 나와도 관세와 보조금 문제로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객이 요구한 스펙(두께, 크기 등)에 맞게 제품이 구현됐는지 검사하는 LQC(Line Quality Control) 과정 [사진: LG이노텍]
고객이 요구한 스펙(두께, 크기 등)에 맞게 제품이 구현됐는지 검사하는 LQC(Line Quality Control) 과정 [사진: LG이노텍]

그럼에도 내년 전망에는 긍정적 요인이 우세하다. 업계는 구조적 성장이 단기 불안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AI 서버 가속기와 서버 랙의 네트워크, 파워 관련 MLCC 수요가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빅테크 고객사의 2026년 신규 GPU와 ASIC 모델에 들어갈 신제품 디자인인에 집중하고 있다. 클라우드 업체들이 자체 칩을 늘리면서 관련 기판 수요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전장 시장 역시 ADAS가 고도화되고 휴머노이드 같은 신사업 분야에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도 글로벌 고객사에 FC-BGA 제품을 늘리고 차량 조명모듈 같은 고부가 전장부품 매출을 키울 계획이다. 전장부품 수주잔고가 5년째 상승곡선을 그리며 3분기 17조8000억원을 기록해 내년 실적에 바탕이 될 전망이다. 전장 시장은 ADAS 기술이 발전하고 휴머노이드 등 신규 응용처가 생기면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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