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3년 전,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를 여덟 번이나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실적발표에서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30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마크 저커버그 CEO와 수잔 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올해 메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언급한 단어들을 통해 메타가 주도하려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주목했다.

이번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컴퓨트(compute)'로, 저커버그와 수잔 리는 이 단어를 각각 14회, 8회 언급했다. 이어 메타의 인공지능(AI) 투자와 관련된 단어인 '인프라(infrastructure)'와 '용량(capacity)'이 각각 12회 언급됐다. 

저커버그는 "AI 이니셔티브를 위해 끊임없이 더 많은 컴퓨팅 용량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와 관련한 더 많은 지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메타는 올해 AI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660억~720억달러에서 700억720억달러로 높였으며, 현재 자본지출 증가세가 2025년에 비해 2026년에 상당히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저커버그는 '새로운(novel)'이라는 단어를 7회 언급하며, 새로운 작업과 AI 역량을 확보하려는 목표를 강조했다. 그는 "초지능 연구소(superintelligence lab)를 구축하면서 진정으로 독창적인 사용 사례를 갖춘 최첨단 프론티어 모델을 개발하고자 한다"며 "새로운 모델과,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하며, 준비되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 중에서는 '페이스북'이 13회로 가장 많이 언급됐고, '인스타그램'과 '스레드'가 각각 11회, 10회 언급되며 뒤를 이었다. '왓츠앱'은 6회로 가장 적었다. 소비자 하드웨어와 관련해서는 '글래스(glasses)'가 6회, 메타의 가상현실(VR) 헤드셋 '퀘스트(Quest)'가 9회 언급됐다.

정치적 언급은 거의 없었다. 메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정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시행에 따른 일회성 비현금 법인세 비용 159억3000만달러를 보고했지만, '대통령(president)'이나 '트럼프(Trump)'라는 단어는 콜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 실적발표에서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라며 관세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과 유사하다.

경쟁사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저커버그와 수잔 리는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xAI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으며, 한 애널리스트가 오픈AI의 영상 생성 툴 소라(Sora) 을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가장 눈에 띈 점은 몇 년 전만 해도 메타의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했던 '메타버스'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메타의 가상 세계 플랫폼인 '호라이즌(Horizon)' 역시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앤드류 보스워스 메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메타버스는 여전히 회사 차원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 것을 고려할 때, 내부적으로는 메타버스가 여전히 회사의 핵심 우선순위로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