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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힘입어 장중 4140선까지 치솟았던 코스피가 미중 정상회담에 발목을 잡혔다.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82포인트(0.17%) 오른 4087.97로 마감했다. 전장보다 24.80포인트(0.61%) 오른 4105.95로 출발해 곧장 4146.72까지 오르며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날 코스피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을 동력으로 삼아 급등 출발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은 자동차 및 차 부품에 대한 관세율이 15%로 인하됐다는 점이다. 의약품과 목재 제품은 최혜국 대우(15%)를 받고 항공기 부품 및 제네릭 의약품 등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에는 무관세가 적용된다. 반도체의 경우도 주요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또 대미 투자 관련 합의도 시장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총 3500억달러 투자는 현금투자 2000억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로 구성되며 현금투자는 연간 200억달러(원화 기준 약 28조4000억원) 상한을 두고 10년 이상 장기 분할투자로 진행된다.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에는 선박금융과 보증도 포함돼 현금 조달 부담을 일부 낮췄다.
연간 200억달러의 현금은 산업은행 또는 수출입은행이 해외 시장에서 정부 보증채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어서 외환시장의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협상 타결 발표 후 144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425원 수준으로 하락하며 원화 강세가 지속됐다.
이번 관세 협상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은 가장 핵심은 관세 불확실성 해소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 등 경쟁국 대비 불리한 조건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주가 상승을 제약해왔는데 이번 합의로 그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와 기아는 한미 무역협상 타결에 2.71%, 0.35% 상승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각각 11.82%, 기아는 8.38%씩 급등했다가 장중 하락 전환하는 등 변동성 높은 장세를 보였다.
또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소식 중에 하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한화오션 주가도 한때 14.40% 급등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한 바 있다. 현지 건조를 가장 우선시하는 미국에 가장 적합한 업체로 꼽힌다. 또 이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의 개발 및 건조 비용은 척당 수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해군함정은 통상 3척 이상 건조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및 협력업체들에게 사업기회 확대가 기대된다.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로 명명된 조선업 협력은 국내 기업들의 선박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미국과 중국의 관세 무역협상은 글로벌 불확실성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코스피를 포함해 현대차, 기아, 한화오션 등의 낙폭도 확대됐다. 전날 한미 관세협정 타결과 함께 미국 10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양적긴축(QT) 축소 발표에 힘을 더할 것이라는 기대가 꺾여버린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큰 이벤트일수록 장기적 주가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은 발표 시점에 이미 대부분의 긍정 요인을 빠르게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한미 정상 간 합의는 큰 틀에서 방향성만 제시됐을 뿐 공동성명서나 관세 인하 시점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반도체 분야의 차별 해소는 원칙적으로 합의됐지만 구체적 실행 조항은 부재하다”면서 “향후 정부의 2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를 주목해야하고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통해 구두 형태의 큰 틀 합의를 도출하는 전략을 자주 활용해 온 만큼 미중 관세 협상 결과도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