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제한 논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 [사진: 네이버 뉴스 갈무리]
새벽배송 제한 논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 [사진: 네이버 뉴스 갈무리]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정부 주도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0~5시 심야배송 제한'을 공식 제안한 가운데, 여론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29일 업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택배 사회적대화기구'에서 야간배송 근절을 위해 심야시간(00시~05시)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새벽배송을 원천 차단하자는 주장이다. 

사회적대화기구는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오는 연말까지 최종적으로 과로사 방지를 위한 최종 대책을 확정, 내년도 새벽배송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사회적 대화기구는 민주노총과 민주당 주도의 협의체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업계는 "택배사의 사회적 대화기구는 그동안 민주노총 택배노조이 제기한 문제점에서 출발됐고, 결론도 이들 단체의 의견이 비중있게 반영돼 왔다"며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주요 2030 주부, 워킹맘 등이 밀집한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 누리꾼은 "밤 11시 넘어 퇴근해 장 볼 시간이 없는데, 새벽배송이 없으면 도대체 어쩌라는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누리꾼은 "퇴근하고 왔는데 분유나 기저귀가 하필 똑 떨어져 있을 때가 있다. 새벽배송이 없으면 한밤중에 재고를 찾아 몇 시간을 헤매야 한다"며 "감사해도 모자랄 서비스를 없애자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누리꾼이 새벽배송을 호평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한 누리꾼이 새벽배송을 호평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실제 소비자들의 새벽배송 서비스 만족도는 최상위권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24 소비자시장평가지표'에 따르면 새벽배송은 40개 생활 서비스 중 총점 71.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가격, 신뢰성, 선택 가능성 등 주요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새벽배송이 없는 지역의 소비자 84%가 "새벽배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농민들과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북도 소재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새벽배송 서비스가 끊기면 매일 쿠팡 등에 납품하던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도 민주노총의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28일 자신의 SNS에 "정말 황당한 주장"이라며 "민노총 주장대로 새벽 배송이 금지되면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를 비롯해 이제는 새벽 장보기가 필수가 된 2000만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생산자와 소상공인들, 그리고 새벽 배송으로 돈을 벌고 있는 택배 기사들의 삶이 모두 망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물류 업계에서도 택배노조의 주장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택배기사는 배송을 시작하기 전에 배송물품을 적재하는 등의 준비업무를 해야 하는데, 오전 5시부터 배송을 해도 미리 새벽에 출근해 일해야 하기에 '초심야 시간 근무'를 근절하자는 노조 주장과 대치된다"고 말했다. 0~5시 적재 업무를 막으면 새벽배송 물량 소화가 실질적으로 불가하단 것.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 역시 "기사들은 야간 배송을 더 선호한다"며 "주간에 비해 단가도 몇백 원 높고, 이동 시 차도 없으며, 엘리베이터 이용 주민도 적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야간배송 기사들은 '교통 혼잡이 적다(36.7%)', '주간배송보다 수입이 더 좋아서(32.9%)', '낮 시간에 개인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20.7%)' 등의 이유로 현재 업무를 선호했다.

다른 택배업계 관계자 역시 "소수 노조의 주장을 위해 2000만 국민의 편익과 다수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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