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진: 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대형 고객 확보에 연이어 성공하며 실적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24년까지 적자를 지속했던 파운드리 사업이 테슬라, 퀄컴 등 주요 고객과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면서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2024년 6월 선보인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통합한 턴키 서비스가 구체적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 7월 테슬라와 22조7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5년 7월부터 2033년 12월까지 8년간이며, 반도체 사업 부문 단일 계약 최대 규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삼성의 텍사스 팹이 차세대 AI6 칩 제작에 전념할 것"이라며 계약 사실을 밝혔다.

테슬라는 당초 TSMC 단독 생산으로 예정했던 현세대 AI5 칩 생산에서도 삼성전자를 추가 공급사로 선택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3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AI5 칩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이 함께 제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퀄컴도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퀄컴은 보급형 스마트폰용 신규 칩셋 '스냅드래곤 6s 4세대'를 공개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칩은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 전작이 TSMC 6나노에서 생산된 것과 달리 삼성 4나노로 전환하면서 전력 효율 개선과 배터리 사용 시간 증가가 기대된다.

차세대 프리미엄 칩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퀄컴은 차세대 스냅드래곤 8 엘리트용 2나노 샘플을 삼성 파운드리에 의뢰해 내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TSMC가 2나노 웨이퍼 가격을 이전 세대 대비 약 50% 인상하면서 주요 팹리스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5에서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수석부사장은 "가격만이 아니라 공정 기술이 원하는 성능을 충족하는지, 배터리 효율이 확보되는지, 생산능력과 수율이 충분한지가 파운드리 선택의 핵심"이라고 말하며 선택지를 넓혔다는 점을 암시했다.

주요 고객사도 삼성과의 협력 확대를 시사하고 있다.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은 지난 9월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PC용 반도체 IP인 루멕스 컴퓨트 서브시스템을 공개했다. 루멕스는 CPU와 GPU, 소프트웨어, 개발자 도구를 통합해 주요 파운드리의 2나노·3나노 공정에서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지원한다. 해당 공정에 활용하는 파운드리에 대해 제임스 맥니븐 Arm 부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3개 파운드리 중 2개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 기업은 밝히지 않았으나 TSMC와 삼성 파운드리로 추정된다.

◆턴키 서비스 성과에 파운드리 사업부 3분기 흑자전환 기대

파운드리 사업의 수주 성과가 조금씩 나타면서 삼성전자가 강조했던 턴키 서비스가 구체적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턴키 서비스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6월 공식화한 메모리, 파운드리,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을 통합한 AI 솔루션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팹리스 고객은 통합 솔루션을 통해 칩 개발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다. 각 사업 부문을 개별 업체에 의뢰하는 기존 방식 대비 공급망이 단순화되고 제품 시장 출시 속도가 빨라진다.

한진만 사장·파운드리사업부장 [사진: 삼성전자]
한진만 사장·파운드리사업부장 [사진: 삼성전자]

내부 시너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AP '엑시노스2600'을 2026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S26 시리즈에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26 울트라 모델에 엑시노스가 탑재되는 것은 2022년 갤럭시S22 울트라 이후 4년 만이다. 엑시노스는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사업부가 생산하는 구조로, 갤럭시S26에 탑재되면 파운드리 사업부 물량 확보와 수익성 개선을 한번에 성공할 수 있다.

업계는 TSMC 선단 공정 가동률이 높은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 지속되고 빅테크의 듀얼 소싱 선호가 확대되는 현재 상황이 삼성 파운드리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파운드리는 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2나노 양산 준비와 고객 다변화를 병행하며 적자 축소와 턴키 서비스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3분기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수익성을 고려한 효율적 투자 전략을 밝혔다. 당시 송태중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라인 전환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수익성을 고려해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년 만에 신중한 투자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당시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 적자는 1조원 중후반대로 추정됐으나, 대형 고객 확보와 턴키 서비스 본격화로 2025년 3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올해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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