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AI 서밋 2024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석대건 기자]
SK AI 서밋 2024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석대건 기자]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SK그룹이 오는 11월 3일부터 이틀간 열릴 예정인 'SK AI 2025 서밋'에서 내놓을 메시지는 명확하다. 메모리 반도체를 AI 시스템의 핵심 설계 요소로 재정의하며, SK하이닉스를 단순 부품 공급자에서 시스템 설계 파트너로 격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SK AI 2025 서밋'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I Now & Next'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시작하면, 곽노정 SK하이닉스 CEO가 'AI 시대, SK하이닉스가 그리는 새로운 비전과 기술'로 구체화한다. 

지난해 서밋이 AI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메모리의 역할 재정의가 핵심이다. 메모리를 중심에 놓고 AI 인프라 전체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AI 추론 생태계 확장과 함께 메모리가 단순 저장장치를 넘어 시스템 성능의 병목을 해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SK하이닉스가 이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박경 SK하이닉스 AI 인프라 비즈 인사이트(AI Infra Biz Insight) 조직장의 발표 제목이 이를 함축한다. 'AI Service Infra의 진화와 메모리의 역할'이라는 이름으로 세션을 진행할 박경 조직장은 "AI 인프라가 연산 중심에서 데이터 흐름과 처리 효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메모리는 단순한 저장소를 넘어 AI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이라고 정의했다.

주영표 SK하이닉스 메모리시스템 연구소 시스템 아키텍처(System Architecture) 조직장의 발표는 더욱 직접적이다. '메모리 기업 입장에서 바라본 시스템 업체와의 협업 필요성과 방향'이라는 제목부터 SK하이닉스의 새로운 포지셔닝을 드러낸다. 

주영표 조직장은 "워크로드별 요구에 최적화된 메모리 구조는 시스템 설계 초기 단계부터의 공동 기획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ASIC 및 시스템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구조 설계, 인터페이스, 전력과 열 특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최태원-곽노정, AI 서밋서 메모리 혁신 비전 제시

이러한 시스템 업체와의 협력 관계는 기존 납품 구조를 뛰어넘는 파트너십이다. ASIC 업체와 구조 설계, 인터페이스, 전력과 열 특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으로, 향후 SK하이닉스가 메모리 공급자가 아닌 시스템 아키텍처 공동 설계자가 되겠다는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패널토의 구성이 이를 뒷받침한다. 메타의 김창규 AI Infrastructure 엔지니어, TSMC의 필립 웡 수석과학자, 멤버지의 찰스 판 CEO가 김호식 SK하이닉스 SVP와 함께 '메모리 중심 아키텍처가 열어갈 미래'를 논의한다. 해당 세션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와 파운드리, 시스템 업체와 SK하이닉스를 동일 선상에 둔 반도체 파트너십 생태계를 전망한다.

데이비드 패터슨 구글 엔지니어 겸 UC버클리 명예교수의 주제발표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메모리 중심 컴퓨팅의 실체와 미래: Memory 병목 해소의 중요성'을 보면 SK하이닉스를 단순 메모리 공급업체를 보지 않고 문제 해결의 핵심 요소로 본다.

올해 SK AI 서밋 2025 키노트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미래 AI 인프라와 활용 사례를 주제로 발표하며, 샘 알트먼 오픈AI CEO(왼쪽)가 'AI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기'라는 주제로 특별 영상 게스트로 참여할 예정이다. [사진: SK AI 서밋 홈페이지]
올해 SK AI 서밋 2025 키노트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미래 AI 인프라와 활용 사례를 주제로 발표하며, 샘 알트먼 오픈AI CEO(왼쪽)가 'AI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기'라는 주제로 특별 영상 게스트로 참여할 예정이다. [사진: SK AI 서밋 홈페이지]

◆CPO 기술로 메모리-프로세서 통합 시대 주도권 선언

나아가 CPO(Co-Packaged Optics) 기술 세션은 SK하이닉스의 미래 비전을 보여준다. CPO는 광통신 모듈을 칩과 같은 패키지에 통합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면서도 전력 소비를 줄이는 기술이다. 기존 전기 신호 대신 빛을 이용해 메모리와 프로세서 간 데이터를 전송함으로써 대역폭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이는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차세대 아키텍처의 핵심이 된다.

이규상 버지니아대학교 교수는 "CPO가 AI 시대 새로운 컴퓨팅 자원 연결의 패러다임 전환 기술"이라며 "대규모 연산망의 물리적 한계를 돌파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하나로 통합하는 이 차세대 기술에서도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번 서밋에서는 핵심 파트너사인 엔비디아와의 관계 진화도 관찰할 수 있다. 팀 코스타 엔비디아 반도체 엔지니어링 총괄이 '차세대 반도체 설계 및 제조를 위한 AI 슈퍼컴퓨팅'을 발표하고, 정구형 엔비디아코리아 팀장이 'Agentic AI를 위한 NVIDIA AI Factory'를 소개한다.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업도 강화

예고된 소개만 보면 SK하이닉스는 단순하게 HBM 공급사를 넘어선다. 엔비디아가 추진하고 있는 NV링크 기반 AI 팩토리 구상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정 팀장은 "엔비디아 GB200 NVL72 시스템은 블랙웰 GPU 72개를 NVLink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메모리 풀처럼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가 시스템 아키텍처의 중심이 되는 설계다. 

이러한 전략 전환의 배경에는 AI가 바꾼 메모리 시장 구조가 있다. 메모리가 AI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 대신증권은 2026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2784억달러로 전년 대비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경쟁에서 메모리가 병목 해결의 핵심이 되며 산업 역할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메모리 재고 부족이 SK하이닉스의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클라우드 업체들이 AI 시스템 구동을 위해 일반서버 투자를 재개하면서 데이터센터 용량 부족이 심화됐다. 또 모바일과 PC에서도 AI 기능 지원을 위한 디램 탑재량이 늘면서 수요도 견조하다.

공급업체들의 절제된 증설이 이를 뒷받침한다.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를 매출액 대비 35% 이내로 제한했다. 이사회 승인 없이는 변경이 어려운 구조로, 공급 조절 의지가 확고하다. 삼성전자 역시 2026년 설비투자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할 전망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까지 가팔라지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트렌드포스가 2025년 4분기 계약 가격 전망치를 재차 상향 조정했다. 범용 디램은 기존 8~13%에서 18~23%로, HBM은 기존 13~18%에서 23~28%로 상향됐다. 서버용 디램도 기존 5~10%에서 15~20%로 조정됐다. CSP(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들의 추가 주문이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가격 상승세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2025년 62조원에서 2026년 96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대신증권은 전망했다.

[사진: SK그룹]
[사진: 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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