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로 포르치니 삼성전자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진: 삼성 디자인]](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10/599645_556549_1122.jpg)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앰비언트 AI의 실체가 구체화되고 있다. 단순한 생산성 도구였던 AI를 사용자와 대화하며 필요를 먼저 파악하는 동반자로 재정의하면서, 갤럭시 S25부터 XR까지 전 제품군에 걸쳐 멀티모달 AI를 전면 탑재하는 대전환을 예고했다.
앰비언트 AI로의 전환은 올해 4월 마우로 포르치니 최고디자인책임자(CDO) 부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포르치니 삼성 CDO는 취임 후 첫 기고문에서 "형태와 기능은 의미를 따른다(Form and function follow meaning)"는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제시했다.
기존 삼성 디자인이 '본질(Essential)'에 집중해 제품의 핵심 기능을 극한까지 다듬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그 본질 위에 '왜'라는 근본적 질문과 '의미'라는 가치를 더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포르치니 CDO는 AI 시대일수록 감성 지능(EI)과 인간의 상상력(HI)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사람의 관심을 요구하던 기기에서, 사람에게 먼저 관심을 기울이는 기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디자인 철학의 변화는 삼성전자 제품에도 즉각 반영됐다. 회사는 갤럭시 Z 폴드7과 플립7은 AI를 단순 기능이 아닌 일상적 대화가 가능한 '컴패니언(Companion)'으로 정의했다. ONE UI 8 플렉스윈도우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을 넘어 "감성적인 순간"과 "개인의 자기 표현"을 위한 캔버스로 진화했다. 갤럭시 워치8의 시그니처 컬러 시스템과 모션 디자인은 의미 있게 감성을 전달하는 요소로 설계됐다.
포르치니 사장 부임 이전 삼성전자 디자인은 제품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극도로 정제된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 갤럭시 S24의 '갤럭시 AI'는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혁신적 도구로서의 측면이 강했고, 갤럭시 S25는 '하나의 덩어리감(One-mass)'과 직선적 조형으로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을 강조했다. 비스포크 가전 제품들도 '공간과의 조화'와 '심리스(Seamless)'한 일체감을 중시하는 등 기능의 직관적 사용성과 시각적 간결함에 중점을 뒀다.
◆포르치니 디자인 체제 "형태와 기능은 의미를 따른다"
'기능' 중심의 디자인이 '의미'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삼성전자는 AI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재정의했다. 포르치니 CDO는 "사람의 관심을 요구하던 기기에서, 사람에게 먼저 관심을 기울이는 기기"라며, AI의 역할을 '유용한 기능'에서 '감성적 파트너'로 전환시켰다.
이는 기술이 배경으로 사라지고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AI가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작동하는 '앰비언트 AI'라는 구체적 전략으로 발전했다.
지난 9월 열린 퀄컴 스냅드래곤 서밋 2025에서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은 삼성전자의 방향성을 '앰비언트 AI'로 명확하게 선언했다.했다. 최원준 사장은 "AI폰은 우리가 24시간 7일 내내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있는 가장 개인적인 디바이스로서 앰비언트 AI의 시작점"이라며 "기술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최고운영책임자(사장)이 퀄컴 스냅드래곤 서밋 2025 키노트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석대건 기자]](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10/599645_556548_1028.jpeg)
갤럭시 S25 이후 탑재된 갤럭시 AI 에이전트는 앱과 작업 전반에서 작동하면서 사용자 의도를 파악해 필요하다고 여기는 작업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텍스트, 음성, 비주얼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용 경험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는 이전 갤럭시 S24의 생산성과 창의성 중심 AI와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다.
최근 공개된 갤럭시 XR은 이러한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새롭게 출시한 갤럭시 XR에 대해 삼성전자는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지(Designing How We Feel)"에 집중한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용 기반이 되는 ONE UI XR은 사용자가 'AI와 대화한다'는 경험을 맞춰졌다. 갤럭시 XR은 545g 무게로 스냅드래곤 XR2+ Gen 2 플랫폼과 4K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이승민 삼성전자 MX사업부 XR UX 그룹장(상무)는 One UI XR에 대해 "삼성전자가 처음 선보이는 몰입형 인터페이스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에 최적화해 디자인됐다"며 "사용자에게 친숙한 One UI 프레임워크를 XR 환경에 맞게 확장하고, 멀티모달 AI 경험을 강조해 한층 풍부한 몰입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포르치니 사장 역시 사용자 몰립 경험을 강조했다. 포르치니 사장은 기고문을 통해 "단일 제품을 넘어 전체 경험의 생태계를 디자인"하겠다고 밝히며, 모바일, 가전, TV, XR 등 모든 기기가 사용자의 필요를 이해하며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하는 경험을 설계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갤럭시 워치8 시리즈 전체에 '쿠션 디자인'을 적용해 패밀리룩을 완성하고, 갤럭시 Z7과 워치8에 'Ultra Sleek, Ultra Modern'이라는 일관된 조형 언어를 적용한 이유 역시 모든 제품이 유기체처럼 이어지길 의도하는 "공감적 연결고리(Empathetic layer)"라는 통합적 비전에 기반했다.
◆폼팩터 대확장으로 '의미 있는 생태계' 구축...연내 4억대 확장
삼성전자는 2025년 말까지 갤럭시 AI를 4억대 이상 디바이스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노태문 사장이 제시한 2억대 목표의 2배 규모로, AI 대중화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최원준 사장은 "사용자를 이해하고 필요를 예측해 보이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작동하는 디바이스가 앰비언트 AI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적 기반도 탄탄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인수한 옥스퍼드시멘틱테크놀로지스의 지식 그래프 기술은 데이터를 원격 서버에 업로드하지 않고 스마트폰 내에서만 처리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당시 전경훈 삼성전자 DX부문 CTO는 "갤럭시 S24 등 온디바이스 AI와 결합해 민감한 개인 정보가 기기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도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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