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공모 의혹을 받은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이호정 기자]](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10/598464_555791_5831.jpg)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법원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게 1심 무죄를 선고하면서 카카오가 한숨을 돌렸다. 이번 판결로 그룹 전반을 짓눌러온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특히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과 신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평가다.
◆검찰 중형 구형 뒤집혀…"시세조종으로 보기 어려워"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21 오전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카카오 법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던 것과 정반대 결과다.
김 위원장은 2023년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고 주가를 조종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주장하는 증거들만으로 시세조종 공모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카카오에서 한 매수 주문은 시간적 간격, 매수 방식 등을 살펴봤을 때 시세조종성 주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시세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해서 정상적 시장 가격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고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카카오의 경영권 방어 행위를 적법한 경쟁으로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꼼꼼히 자료를 검토해 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카카오 측은 "시세조종을 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며 "1심 무죄 선고로 그러한 오해가 부적절하였음이 확인됐다"고 환영했다. 이어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며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공모 의혹을 받은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이호정 기자]](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10/598464_555788_4733.jpg)
◆카뱅 지분 매각 위기 모면…스테이블코인 추진 탄력
이번 무죄 판결로 카카오가 가장 크게 위기를 모면한 부분은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다. 경쟁사 네이버가 두나무 합병 소식을 알리며 금융 영역을 확장하는 동안 카카오는 사법리스크로 카뱅 지분마저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 법은 산업자본이 금융사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유죄 판결 시 10% 초과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신사업 추진의 불확실성도 해소됐다. 카카오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정신아 카카오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공동 TF장을 맡고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가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장악력을 키울려는 상황에서 김 센터장의 사법리스크는 인허가 과정에서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
김 센터장은 현재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혁신 방향을 이끌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카카오 창업자이자 상징적 영향력을 가진 만큼 사법리스크 해소로 그룹 전략 수립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 체제에서 이미 AI 전환과 사업 재정비를 추진해왔다. 10월 말 카카오톡 챗GPT 탑재를 시작으로 11월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출시되며, 계열사는 정 대표 취임 직후 132개에서 현재 99개로 줄었다. 다만 경쟁사 네이버가 과감한 투자와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카카오는 사법리스크로 핵심 분야에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무죄 판결로 이러한 전략들이 불확실성 없이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실질적인 경영 복귀 시점은 불투명하다. 김 센터장은 올해 3월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고 CA협의체 공동 의장직에서 물러나 치료에 전념했다. 이후 7월 암이 재발해 재수술을 받는 등 건강 문제로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8월 결심 공판에 출석한 김 센터장은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다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검찰은 판결 내용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 센터장에게 징역 15년, 카카오 법인에 벌금 5억원이라는 중형을 구형한 만큼 항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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