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부회장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전영현 부회장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실적으로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서프라이즈를 예고한 가운데, 지난해 5월 반도체 사업을 다시 맡은 전 부회장의 고강도 내부 쇄신 성과가 숫자로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전 부회장은 2017년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고로 9264억원 적자를 기록하던 삼성SDI 사장으로 부임해 위기를 돌파한 경험이 있다. 중소형 배터리 중심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이차전지 등 대형 배터리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취임 첫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매년 1조원씩 증가하며 시가총액 50조원을 돌파했고, 삼성SDI는 배터리 3사 중 핵심 기업이자 삼성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영현 부회장의 복귀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도 유사한 인적 쇄신 전략이 전개됐다. 2020년 삼성SDI 배터리 탑재 BMW와 포드 차량 리콜 사태 때 경영지원실장과 주요 사업부장들을 즉각 교체했던 전 부회장의 과감한 인사 스타일이 이번에도 나타났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퇴직급여 비용은 전년 대비 24.5% 증가한 1조1889억원을 기록했다. 기타 비용은 94억원에서 478억원으로 404.6% 급증했으며, 급여지급액도 8464억원에서 1조4661억원으로 73.2% 증가했다. 이는 대규모 희망퇴직과 명예퇴직이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인적 쇄신은 2025년에도 지속됐다. 2025년 상반기 퇴직급여 비용은 6947억원으로, 연환산 시 약 1조3894억원 규모에 달한다. 특히 2025년 1분기 퇴직급여는 3603억원으로 전년 동기 2939억원 대비 22.6% 증가했고, 상반기 합계 기준 2분기는 33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는 전 부회장 복귀 이후 1년 넘게 구조조정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추가 급여지급액과 퇴직급여 증가분을 종합하면 2024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약 6000명 이상 규모의 조직개편이 단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2025년 상반기 기타 비용이 약 38억원으로 감소한 것은 대규모 일회성 프로그램은 2024년에 마무리되고 현재는 정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 사업 대규모 체질 개선 성과...5만원대 삼성전자 9만원 돌파

이러한 고강도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경영진은 오히려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반전에 대한 확신을 보였다. 전 부회장은 2024년 6월 13일 주당 7만5200원에 5000주를 매입하고 9월 25일 6만2700원에 추가로 5000주를 사들였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등 임원 10명 이상이 9월 중 총 3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당시 5만원대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현재 9만원대 후반을 기록하며 80% 가까이 상승했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저점 신호였고, 실제 성과가 뒷받침되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다.

특히 전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 타이밍이 적절했다. 지난해 6월 13일 주당 7만5200원에 5000주를 매입하고, 9월 25일 6만2700원에 추가로 5000주를 매입해 총 1만7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평균 매입 단가는 약 6만8950원으로, 17일 삼성전자 종가인 9만79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당 2만8950원의 평가익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17년 5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I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삼성SDI 헝가리 공장 내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SDI]
지난 2017년 5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I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삼성SDI 헝가리 공장 내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SDI]

본격적인 반등은 2025년 3월 전 부회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부터 시작됐다. 3월 19일 대표이사 선임 직후 주가는 5만8500원에서 3월 21일 6만1700원까지 상승하며 주주총회 기대감을 반영했다. 이후 4월 한때 5만3000원대까지 조정받았지만, 5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가 나타났다. 

이후 7월 말 7만원대를 돌파한 주가는 8월 들어 안정적인 박스권을 형성하다가 9월 중순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9월 22일 하루 4.77% 상승하며 8만3500원을 기록한 이후 10월 17일 9만7900원까지 올라 대표이사 선임 당시 대비 67% 상승률을 기록했다.

매입 금액 대비 약 4억9215만원의 평가익이다. 이는 약 42%의 수익률로, 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복귀한 이후 주가가 5만원대 중반에서 9만원대 후반까지 상승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전 부회장의 이러한 투자 성과는 삼성SDI 대표 시절에도 유사했다. 삼성SDI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등 소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전 부회장이 삼성SDI 대표이사로 부임한 2017년 4월 24일 주당 13만7973원에 매입한 삼성SDI 주식 5000주는 퇴임 후 처분 시점인 45만3500원까지 상승했다. 약 229%의 수익률로, 전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기업의 주가가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대폭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2025년 삼성전자 주가 변동 추이 [사진: 네이버증권]
2025년 삼성전자 주가 변동 추이 [사진: 네이버증권]

전 부회장은 취임 이후 근원적 기술 경쟁력 복원에 집중했다.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 발표 후 낸 사과문에서 수성 마인드가 아닌 도전 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며 단기적 해결책보다 근본적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D램 설계 전문가인 전 부회장은 지난해 말 설계 인력을 대거 승진시키고 HBM 개발팀을 신설해 엔비디아 대응 전담 조직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직문화 혁신도 병행했다. 지난해 11월 DS부문 전 임원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5회 개최해 실행 중심 리더십과 조직간 협력을 논의했다. 부서간 소통의 벽을 허물고 관료화된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해 반도체 신조직문화 조성에 주력했다.

◆HBM4 승부수 남았다...13만 전자도 기대

전영현 부회장이 보는 다음 변곡점은 HBM4 공급 시점이다. 전 부회장은 HBM4와 맞춤형 HBM 등 신시장에 대해서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AI 시대 반도체 사업의 새로운 기회를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HBM3E 12단 제품이 2분기부터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 전 부회장이 강조한 HBM 사업 이니셔티브 확보 전략은 현재 시점에서 보면 이미 구체화됐다.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인증 통과로 4분기부터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내년 1분기 초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 HBM4 인증 결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코어 디램에 1C 나노, 로직 다이에 4나노를 채택한 것은 경쟁사 대비 성능상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1C 나노 디램 초기 수율이 양호하다는 점도 인증 통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증권가 역시 삼성전자의 HBM4 인증 성공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iM증권에 따르면 엔비디아향 HBM4 인증 통과 시 2026년 영업이익이 60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12만7000원으로 상향 조정한 배경도 HBM4 성공 가능성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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