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했다. [사진: 챗GPT]](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10/597536_555016_5749.png)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국내 거래소 고팍스 인수 절차가 재개되면서 시장 파장이 예고된다. 바이낸스의 자본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장기간 미상환 상태던 예치상품 고파이 피해 보상 절차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내 거래소 업계는 수수료 인하 경쟁 격화와 글로벌 투자자 유입에 따른 시장 활성화에 주목하고 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전날 고팍스의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했다. 이로써 바이낸스는 고팍스의 지분 72%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피해액 약 1400억원…전액 보상될까
바이낸스는 지난 2023년 2월 국내 거래소 고팍스 지분을 인수하며 한국 시장 재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임원 변경 신고 수리 등 절차적 승인을 장기간 보류하면서, 사실상 경영 참여가 중단된 상태가 이어졌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거래소는 은행 등 금융기관과 달리 별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가 없다. 대신 대표이사와 임원 변경 시 FIU에 신고하고, 당국이 이를 수리해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고팍스는 바이낸스 인수 직후인 2023년 2월 FIU에 바이낸스 임원 등재를 위한 임원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당국은 약 1년8개월 동안 대주주 신원 및 지배구조 검증을 이유로 수리를 미뤘다. 이에 바이낸스의 경영권 인수 절차는 물론, 자금 투입에 따른 고파이 채권 보상도 함께 멈췄다.
고파이 채권단이 추산하는 미상환액은 약 1479억원에 달한다. FTX 사태로 고팍스가 고파이 운용을 맡겼던 미국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이 파산하며 회수 불능해진 것이다. 미상환액 중 423억원가량은 바이낸스와 고팍스가 피해 구제를 위해 선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국내 원화 거래소 거래량 순위. [사진: 코인게코 갈무리]](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10/597536_555014_4828.png)
◆국내 시장 재편 가능성 '솔솔'...2강 구도 흔들까
바이낸스의 복귀가 업비트·빗썸으로 이어지는 국내 거래소 2강 체제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16일 코인게코 기준 국내 원화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은 업비트(63.5%), 빗썸(32.9%), 코인원(3.8%), 코빗(0.8%), 고팍스(0.07%)순으로 집계됐다. 1위 업비트와 5위 고팍스의 점유율 격차는 약 9000배에 달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바이낸스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고팍스가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출 경우, 유동성이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바이낸스 글로벌의 현물 거래 수수료는 최저 0.01%로, 국내 주요 거래소(0.05~0.25%)보다 낮다.
특히 국내 이용자 상당수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바이낸스 글로벌 계정으로 송금해 거래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고팍스가 원화 입출금과 바이낸스 계정 간 송금·환전 기능을 연동할 경우 자금 회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바이낸스의 자금력과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 토종 거래소들도 투자자 보호와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대응 전략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 유입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경쟁이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더북 공유 가능성은 글쎄...이용자 신뢰 회복도 과제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더라도 글로벌 유동성과 직접 오더북(호가창)을 공유하지 않을 경우 실질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 규제가 해외 오더북 공유에 비우호적인 탓이다.
특정금융정보법상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해외 사업자와 오더북 공유 시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신원확인(KYC) 요건을 엄격히 충족해야 한다. 또 타 사업자 고객의 주문을 국내 플랫폼에서 중개하거나 연동하는 행위 자체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현행 특금법 및 하위 규정 해석상 국내 거래소가 해외 사업자와 오더북을 공유하는 것은 사실상 금지된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FIU는 오더북 공유와 관련해 이달 초부터 빗썸을 현장조사 중이다. 빗썸이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금세탁방지 절차나 내부통제에 미비한 부분이 있는지를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행보는 고팍스 역시 오더북 연동보다는 별도 운영 체계 유지 쪽으로 규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 고팍스의 투자자 신뢰 회복과 재무구조 정상화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고팍스는 2024년 말 기준 자본총계 마이너스(-) 1011억원의 자본잠식 상태다. 고파이 사고 후에는 거래량과 수익성도 전성기 대비 크게 위축했다. 바이낸스 인수로 부채를 정리한다 하더라도, 사업 유지 능력과 수익성 회복에 대한 시장의 의심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과 제휴 경쟁 촉발할까
일각에서는 바이낸스 인수 승인으로 고팍스의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은행권 실명계좌 제휴 역시 유리한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전북은행은 고팍스의 지배구조 정리를 조건으로 내년 2월까지 실명계좌 제휴를 연장했는데, 인수 완료 이후에는 고팍스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요 시중은행들과 신규 제휴를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FIU 승인으로 대주주 구조가 명확해질 경우 은행들도 제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거래소 유치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고팍스 제휴를 선점하려는 물밑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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