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휴대폰 판매점 앞에 '단통법 폐지의 첫걸음'라고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울 한 휴대폰 판매점 앞에 '단통법 폐지의 첫걸음'라고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이진호 기자] 11년 만에 단통법이 폐지됐지만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 상한을 없애며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유도했지만 이동통신 3사는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단통법 폐지 이후 단말기 평균 지원금은 고작 2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9월 기준 평균지원금은 75만원으로 나타났다. 단통법 폐지 직전인 6월 보조금 평균은 73만원이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도 단통법 폐지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월 평균 가계통신비가 5만6279원으로 10년 전보다 20% 상승했다"며 "통신시장의 구조적 경쟁 부재가 통신비 상승을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승한 가계 통신비에 더해 단통법 폐지 효과가 미비하다는 뜻이다. 

현재 통신 3사의 여력은 경쟁에 나서기 벅찬 상황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16일 기준 7552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 영업이익 1조2434억원과 비교하면 32.2% 감소한 수치다.

SK텔레콤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6%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심 해킹 사태에 따른 고객 감사 패키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징금, 정보보호 투자 부담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같은 기간 KT 영업익 컨센서스는 전년보다 10.1% 늘어난 5146억원, LG유플러스 영업익 컨센서스는 11.7% 줄어든 2172억원으로 나타났다.영업익 증가가 예상되는 KT 또한 불법 기지국 해킹 여파로 4분기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어려움을 겪는 통신 3사는 현재 시장의 '보조금 경쟁' 요구보다 AI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사 모두 5G 신규 유입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인 보조금 경쟁보다는 AI,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 중심의 체질 전환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AI에 집중해야 한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며 "보조금 경쟁으로 단기 매출을 늘리는 건 (실적 개선을 위한) 해결책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로 시장 족쇄를 풀었지만 실제로는 기존과 다를 것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통신사들이 전략적으로 보조금 경쟁을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통신 3사가 자율적으로 건강한 경쟁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알뜰폰 시장 활성화, 중저가 단말기 출시 확대, 저렴한 요금제 안내 의무 부여 등을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보조금 (규제) 문제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주도하지만 실질적인 감시는 공정위의 리베이트 감시·시정권고 기능과 결합돼야 실효성이 크다"며 "통신시장 경쟁질서 공동감시 기구 신설도 장기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 요금제 중심의 보조금 구조가 아닌 보편적 요금제에서의 소비자 혜택 유도와 자급제 단말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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