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만든 기사 이미지 [사진: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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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국회가 게임산업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면서 게임 정책이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진흥과 보호의 균형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김병기·김영배·박용갑 의원과 국민의힘 강대식·김성원 의원 등이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 법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되,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장치는 오히려 강화한다는 것이다. '게임은 문화'라는 인식 아래 산업 지원체계를 개편하면서도 확률형 아이템이나 사행성 요소에 대해서는 고강도 규제를 도입하는 양면 전략이다.

◆게임진흥원 설립…청소년 규제 완화

가장 주목받는 것은 조승래 의원의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게임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친다.

핵심은 '게임진흥원' 설립이다. 게임진흥원은 게임 산업 전반의 진흥 업무를 맡는다. 현행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를 폐지하고 게임진흥원 산하에 게임관리위원회를 신설해 사행성 우려가 큰 아케이드 게임의 등급 분류와 관리·감독 업무만 담당하게 된다. 게임을 '디지털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으로 나눠 디지털 게임 규제는 대폭 완화하고, 아케이드 게임만 집중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청소년의 게임 접근성도 크게 높아진다. 조승래·민형배·강대식·김성원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들은 전체이용가 게임의 본인인증 및 법정대리인 동의 의무를 폐지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청소년이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나 아이핀이 없으면 전체이용가 게임에도 가입할 수 없다. 영화나 OTT에는 없는 규제라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

온라인 게임 게임시간선택제도 폐지된다. 조 의원은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법률 제명을 '게임문화 및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바꾸고, 게임 이용료를 문화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함께 냈다.

e스포츠 지원을 위한 '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했다. e스포츠진흥자문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고, 국산 e스포츠 종목의 국제대회 채택 지원 등 국제 협력과 교류 내용을 담았다.

경품 규제도 완화된다. 박용갑 의원은 게임 내 경품 제공을 원칙 허용하되 확률형 아이템과 연계되거나 가상자산 기반 증서를 제공하는 등 사행성 우려가 있는 경우만 제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바다 이야기' 논란의 여파로 경품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업계는 "이용자 혜택 기회를 막는다"고 지적해왔다.

김영배 의원은 게임물 사업자 교육을 의무화하고 문체부로 일원화하는 법안도 냈다. 지역마다 교육 시행 여부와 내용이 제각각이어서 PC방 업주 등 소상공인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확률형 아이템·가챠 금지...규제 강도 높여

진흥 기조와 달리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는 강도를 높인다. 김병기 의원은 지난달 20일 '컴플리트 가챠(완성형 뽑기)' 수익모델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컴플리트 가챠는 여러 아이템을 모두 모아야 완성된 보상을 얻는 방식으로, 이용자가 얼마나 지출해야 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중간에 포기하면 이미 쓴 비용이 매몰된다. 과도한 소비를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 방식은 일본에서 2012년부터 법으로 금지됐지만, 국내에서는 21대 국회에서 유동수 의원이 발의했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김 의원 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조작도 금지했다. 표시된 확률이 실제와 다르다고 의심될 경우 문체부 장관이 관계 공무원에게 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았다.

8월 1일 시행된 개정 게임산업법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허위 표시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도록 했다. 입증 책임도 게임사가 '고의나 과실이 없었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해외 게임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조승래 의원은 해외 사업자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할 때 본사가 설립했거나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을 우선 지정하도록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냈다. 제3의 법인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다.

◆'게임은 문화' 내세운 정부...업계 기대와 우려 교차

일련의 입법 움직임은 이재명 정부의 게임 정책 기조 변화를 반영한다. 정부는 게임을 '문화이자 콘텐츠 수출의 주력 성장 축'으로 규정하고 규제 완화와 진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게임산업 5개년 계획'을 통해 콘솔·인디게임 육성과 글로벌 진출 확대를 제시했다. 문체부는 내년도 게임 예산을 올해보다 10.5% 늘린 1123억원으로 책정했다. AI 활용 지원(75억원)과 K게임 라키비움 조성(15억원) 등 산업 인프라 확충에 예산이 집중됐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게임은 문화이며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승래 의원은 "문화콘텐츠 수출의 50%를 차지하는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며 "정체기에 놓인 게임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실무 적용 과정에서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경품 환전 허용 여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문제 등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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