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 푸샤테리(Christian Pusateri) 마인드네트워크 대표 [사진: 마인드네트워크]
크리스챤 푸샤테리(Christian Pusateri) 마인드네트워크 대표 [사진: 마인드네트워크]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으면 AI는 발전할 수 없고, 공유하면 프라이버시는 사라진다. 헬스케어, 인공지능(AI), 탈중앙금융(디파이·DeFi) 등 웹 전체의 데이터 사일로(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진보한 암호화 기술을 웹3에 가져오는 것이 목표다".

블록체인 보안 인프라 프로젝트 마인드네트워크(Mind Network)의 크리스챤 푸샤테리(Christian Pusateri) 대표는 AI 시대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호화 없는 연산'이라는 새로운 웹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푸샤테리는 "영지식증명(ZK)이나 다자간연산(MPC), 신뢰실행환경(TEE) 모두 결국 한 번은 평문(plaintext)을 본다"며 "진짜 제로트러스트(Zero Trust) 환경은 암호문 상태에서 연산이 끝나는 구조여야 한다. 완전동형암호(FHE)가 그 해법"이라고 말했다.

제로트러스트는 어떤 데이터도 신뢰하지 않는 보안 기술을 말한다. 무신뢰를 기본으로 매 순간 검증하고 최소 권한만 부여해 데이터·시스템을 보호한다. 

이를 위해 마인드네트워크는 FHE를 블록체인에 접목했다. FHE가 데이터의 비공개 연산(privacy computation)을 담당하고, 블록체인은 그 연산을 공개 검증(public verification)하는 구조다. 암호문 상태로 처리된 데이터의 연산 해시(hash)나 증명(proof)을 블록체인에 기록함으로써, 누구나 결과의 무결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푸샤테리는 "FHE만으로는 결과가 조작되지 않았는가를 증명하기 어렵고, 블록체인만으로는 연산 과정에서 데이터가 유출되지 않았는가를 보장할 수 없다"며 "두 기술이 결합될 때 비로소 감추되 검증 가능한(computable yet verifiable) 구조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의료 AI에서 출발한 문제의식

푸샤테리는 의료 AI 스타트업 3곳에서 일하며 '데이터 공유 불가능'의 한계를 체감했다. 

그는 "환자 데이터를 모아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했지만, 기업·기관 간에 정보를 공유할 인센티브가 없었다.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평문으로 풀어야 했고, 그 순간 보안이 깨졌다"고 했다.

2017년 비트코인을 접한 그는 "블록체인은 데이터 주권과 인센티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이것이 암호학 박사·화이트해커·AI 전문가 등과 함께 마인드네트워크를 창업한 배경이다.

◆"FHE는 감추되 검증 가능한 구조"…ZK·MPC 한계 넘는다

푸샤테리는 마인드네트워크를 "웹을 위한 제로트러스트 프라이버시 레이어"라고 정의했다.

그는 "FHE는 암호문 상태로 연산이 가능한 유일한 암호화 방식"이라며 "현재 웹은 대부분 AES-256 방식의 암호화를 쓰지만, 연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복호화해야 한다. 그 평문 구간이 해킹과 유출이 일어나는 지점"이라고 했다.

푸샤테리는 FHE가 블록체인 보안·검증에 널리 쓰이는 ZK(영지식증명)보다 한 단계 확장된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는 "ZK는 데이터를 평문으로 본 뒤 다시 암호화한다. 결국 신뢰 가정이 남는다"며 "FHE는 평문 구간 자체를 없애고, 암호문으로 연산해 결과만 온체인에서 검증할 수 있다. 감추되 검증 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또 "프라이버시코인이나 토네이도캐시와 달리, FHE는 규제 리스크가 거의 없다"며 "우린 데이터를 직접 보지 않기 때문에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검증 가능한 암호화' 요건을 충족한다. 지금 필요한 건 반발이 아니라 교육과 속도 개선"이라고 덧붙였다.

◆AI·클라우드·디파이 전방위 확장

마인드네트워크는 FHE를 AI 에이전트, 기관용 디파이, 클라우드 추론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 중이다.

그는 "AI 에이전트는 24시간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우린 그 통신·메모리·태스크 등록 과정을 암호화해, 에이전트 간 비공개 합의를 가능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더 정확해지고, 기업은 데이터와 IP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디파이 영역에선 "기관들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처리해야 한다"며 "암호문 상태로 체결하고 온체인에서 검증하면 투명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얻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인드네트워크는 알리바바, 앤트그룹, 구글클라우드, 바이트댄스(라크) 등과 협력 중이다. 푸샤테리는 "이들 모두 AI 에이전트 정확도와 데이터 보호를 강화하고자 FHE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우리는 에이전트가 답안을 내기 전 서로의 결과를 검증하는 합의(consensus) 레이어를 FHE로 보호하고, 클라우드에서도 복호화 없이 추론과 연산이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한국은 가장 영리한 시장…빗썸·업비트 상장 추진"

푸샤테리는 한국 시장에 대해 "가장 기술적으로 영리하고, 웹3 네이티브한 이용자들이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텔레그램과 X(트위터)에서 진행한 한국 커뮤니티 AMA를 보면 질문 수준이 세계 최고다. 기술 이해도가 높고 참여도 활발하다"고 했다.

현재 마인드네트워크는 크라켄·바이비트·게이트아이오·쿠코인 등 주요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상태로,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물론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빗썸 등 상장도 목표하고 있다. 

마인드네트워크의 단기 목표는 현재의 활성 지갑 250만개를 500만개까지 늘리고 토큰 소각(burn)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하드웨어·광컴퓨팅 기술이 상용화되면 FHE 연산 속도가 지금보다 1000배 빨라질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복호화할 이유가 사라지고, FHE는 웹의 기본값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금 FHE는 2021년의 ZK 수준이지만, 2~3년 내 속도·성능 모두 따라잡을 것"이라며 "그 시점이 오면 기업·기관·개인 모두가 이 기술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전략에서 한국 시장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입장이다. 푸샤테리는 "한국은 프라이버시를 리스크가 아니라 성장 동력으로 보는 시장이다. 마인드네트워크는 제로트러스트를 구현하는 첫 FHE 프로젝트로서, 한국에서 적극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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