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블록체인 인프라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챗GPT]
소버린 블록체인 인프라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챗GPT]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블록체인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수이(Sui)·아발란체(Avalanche) 등 주요 메인넷이 국내 발행사와 협력 논의를 확대하고, 체인링크(Chainlink)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외환(FX) 실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외 퍼블릭 체인 의존을 탈피하기 위해 주권형(소버린) 블록체인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서울 성수동에서 개최된 '빌더 하우스 APAC 인 서울'에서 아데니이 아비오둔(Adeniyi Abiodun) 미스틴랩스 공동창업자가 티오더와의 협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26일 서울 성수동에서 개최된 '빌더 하우스 APAC 인 서울'에서 아데니이 아비오둔(Adeniyi Abiodun) 미스틴랩스 공동창업자가 티오더와의 협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글로벌 체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목

수이는 국내 테이블오더 1위 업체 티오더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이 생태계에서 티오더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수이의 탈중앙 데이터 솔루션인 '월러스'(Walrus)를 연계해 자사 거래·멤버십 데이터를 온체인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으로 티오더는 연간 1억달러(약 1300억원) 상당의 비용 절감(수수료 25%가량) 효과를 기대했다. 결제는 QR코드·모바일로 처리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였다. 데이터 저장과 암호화는 월러스에서, 거래 검증은 수이의 풀스택 블록체인이 처리한다고 수이는 설명했다.

아데니이 아비오둔(Adeniyi Abiodun) 미스틴랩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26일 한국에서 열린 '빌더 하우스 APAC 인 서울'에서 "모든 결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진행해 비트코인이나 달러를 거칠 필요가 없다"며 "티오더 가맹점들은 매년 1억달러의 비용을 절감, 수수료를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발란체도 국내 기업 다수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수탁사 비댁스(BDACS)는 아발란체 네트워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1' 발행과 기술검증(PoC)을 최근 완료했다. 100% 원화 담보 및 증거금 은행 예치 방식으로 실시간 검증 시스템 등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종합 결제사 다날 계열 다날핀테크와는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 아발란체는 규제 준수형 스테이블코인 전용 메인넷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발행·운영 모델 자문, 규제 샌드박스 참여 등 전반적인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체인링크는 수호아이오, 한국조폐공사,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프로젝트 남산'을 추진 중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구축과 외환(FX) 솔루션 실증이 핵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하면 이를 원화 디지털 바우처로 전환해 결제하는 구조다. 전통 FX 대비 30% 이상 수수료 절감을 체인링크는 전망했다.

두나무가 자체 개발한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와'(GIWA) [사진: 두나무]
두나무가 자체 개발한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와'(GIWA) [사진: 두나무]

◆1호 국산 메인넷, 두나무 '기와' 되나

금융위원회는 2017년부터 행정지도 방식으로 국내 코인공개(ICO)를 전면 금지해왔다. 토큰 발행을 통한 초기 자금 조달 통로가 차단되면서, 국내 프로젝트가 자체 메인넷을 개발·운영할 요인이 사라졌다. 이에 국내 블록체인 인프라는 현재 전무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자국 메인넷 부재는 단순한 기술 공백을 넘어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국내 프로젝트가 이더리움·솔라나 등 해외 퍼블릭 체인을 이용하면 거래 수수료인 가스비를 외화로 지불해야 하고 이는 곧 상시적 외환 유출로 직결된다는 것. 특히 대규모 탈중앙앱(디앱·dApp)이나 스테이블코인 결제망이 활성화될수록 지불 총액이 커져, 장기적으로 국내 블록체인 산업에서 창출되는 가치가 해외 네트워크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앞선 '코리아 이니셔티브 디지털 G2 포럼'에서 블록체인 인프라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구축된 인프라는 지역에서 출발했더라도 국경을 넘어 이해관계자의 지급·결제 네트워크로 확장될 잠재력을 갖게 된다"며 "모든 거래 내역은 퍼블릭 블록체인에 기록되므로 이를 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두나무가 최근 테스트넷을 배포한 '기와'(GIWA)가 국산 1호 메인넷이 될 가능성이 있다. 테스트넷 오픈은 개발 속도를 알 수 있는 가늠자다. 두나무는 노드 가이드와 블록 익스플로러를 공개해 개발자 참여를 유도 중이다. 테스트넷 운영으로 안정성과 신뢰를 확보한다면 초기 수요 확보 측면에서 큰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두나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실물자산 토큰화(RWA) 거래 등 온체인 금융 서비스를 태울 고성능 메인넷을 표방하고 있다. 기술 스택상 ▲초당 3000건 이상의 트랜잭션(TPS)▲코스모스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기반의 지분증명(Proof of Stake·PoS) ▲국내 규제 요건을 고려한 온체인 고객신원인증(KYC) 모듈을 포함한다.

21일 민주당 민생경제와 혁신성장 포럼 주최자인 이강일(왼쪽 첫번째), 민병덕(왼쪽 두번째) 의원 및 참석 의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손슬기 기자]
21일 민주당 민생경제와 혁신성장 포럼 주최자인 이강일(왼쪽 첫번째), 민병덕(왼쪽 두번째) 의원 및 참석 의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손슬기 기자]

◆소버린 블록체인 필요성 부각

전문가들은 글로벌 메인넷과 국내 발행사가 손잡을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국제 결제·유통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안정적 유통을 위해서는 국가 주권형(소버린) 블록체인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앞서 민주당 의원들이 주최한 '민생경제와 혁신성장 포럼'에서 "우리나라에는 아직 소버린 메인넷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과거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메인넷을 만들 수 있었지만 규제로 모든 시도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 등에서 전향적으로 투자해 우리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은 시작일 뿐이고, 주식·채권·부동산 같은 RWA까지 확장하면 블록체인은 훨씬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이나 스테이블코인 입법에서 가장 중점해 다뤄야할 부분은 자본금 규모나 인가 방식이 아닌 블록체인 인프라 주도권 확보 방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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